시오노나나미에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며 서유럽 특히 이탈리아에 대한 동경은 나날이 심화되어 갔다.
그러던 중 12권을 읽고난 2004년10월5일 드디어 아내와 함께 서유럽 여행을 12일 일정 페키지로 떠나게 되었다. 여행상품은 서유럽6개국 아시아나 연합이다.
그토록 동경하던 곳, 어린시절 내 생에 유럽을 여행하리라 고는 사실 꿈도 꾸지를 못하였으나 국가 발전에 힘입어 호사하게 되었다.
처음 유럽에 도착한 곳은 런던이다.
나는 언제나 여객기를 탈 때는 창가로 좌석 배정을 받아왔다. 수 십 회 일본출장이나 제주 여행에서도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그렇게 원하는 대로 창가좌석으로 앉았기에 히드로공항을 맴도는
비행기 안에서 런던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위에서 본 런던은 규모가 서울과는 달리 좁아 보였고, 건물도 낮았다.모양새는 영화에서 봐왔던 잘 정리된 고풍스런 도시 모습으로 그 유명한 안개는 없었으며 날은 쾌청하였다.
이제 유럽속으로 우리부부는 날아 들어왔다.
런던타워브리지, 시청사, 국회의사당등은 유럽의 뉴스속에서 또는 영화등에서 많이 봐왔던 탓인지 그리 낯설지는 안았고 감회는 깊었다. 대영박물관, 버킹검궁에서도 기억을 마음안에 담았다.
멋진 유로스타로 파리 리옹역에는 밤늦게 도착하였다.
여성들에게 꿈이 서려있는 예술과 패션의 도시 파리에 아내와 함께 온 것이다. 언제나 그리움이 있던 곳! 아내가 꿈속의 나라로 여기던 파리다.
에펠탑, 루부르 박물관, 개선문, 베르사이유 궁전, 노틀담 성당, 몽마르트 언덕, 그리고 쎄느강과 유람, 상제리제 거리, 무랑루즈....... 무엇하나 꿈에 담아두지 안았던 곳이 없었다.
우리는 이 멋진 곳들을 몸소 보고 느끼고 즐겼다.
몽마르트 언덕에서 점심으로 즐긴 달팽이요리와 곁들인 향기로운 포도주, 특히 모나리자그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감격과, 베르사유 궁전에서 홀로 정원길 약3키로를 조깅하였는데 이것은 죽는 날까지 자랑이다.
파리를 두고 가기에 아쉬움 가득이지만 또 다른 꿈 스위스로 떠났다.
그 유명한 테제베를 타고 제네바 까지는 5시간 소요 되었다. 창밖 풍경은 내내 목가적이었다. 지평선만 보았고 산은 스위스로 넘어갈 즈음에서야 보이기 시작 하였고 테제베가 쉼 없이 달리는 내내 언덕진 푸르른 목장에서 젖소와 육소들만이 평화롭게 노니는 모습만 보였기에 내가 상상해 왔던 유럽 시골 풍경보다 더 넓고 사람은 보이질 않아 공허했다.
제네바에서는 호수가를 잠시 걷다가 버스에 승차 하였다.
우리 일행은 20명으로 퇴직한 60대 중반의 교장선생님 출신의 부부 다섯 쌍 10분과 각기 다른 부부 4쌍과 모자, 그리고 혼자 떠나온 새댁 1명과 인솔자 이명숙양이다.
제네바 이후 우리는 줄곧 버스투어로 진행되었다.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로 오르는 산악열차는 낭만을 가득 채우고 오른다. 스위스는 벌서 단풍으로 물들었다. 울긋불긋 청정 지역의 단풍은 매우 아름답다. 호수에 가득 담긴 물은 우유를 탄듯한 연록 빛이고 흐르는 강물은 윤기 있다. 사람 사는 마을은 우리가 그림에서 보던 것 보다 더 그림 같다. 이곳이 천국이구나 하는 느낌으로 마음이 울렁였다.
높은 산은 머리가 하얗다. 융프라루우다! 나는 이내 경외심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드디어 융프라우에 왔나 생각하니 평소 등산을 즐기는 사람으로 감회가 깊다. 얼음궁전과 만년설에서 태초와 함께한 듯 착각스런 시간들은 정녕 생시인가? 어리둥절하기만 하였었다.
이 어려운 곳에서도 매 한 마리가 더 높이 날았다.
꿈에서 깨어나듯 루비콘강을 건너 밀라노에 들어왔다.
이제부터 이태리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시저의 땅에 입성한 것이다. 왔노라! 보겠노라! 그리고 기억하리라! 감히 영웅을 흉내 내어 다짐하였다.
다빈치광장은 현시대의 눈으로 보아 옛 스럽지 않고 현대적 빛의 아름다움과 극도의 기하적인 조형미를 느낄 수 있었고 제자들과 함께 조각된 다빈치상 아래 에서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만능 천재라 하여도 손색이 없을 위대함에 차마 기침조차 할 수 없는 숙연함으로 일관 하였다. 고딕예술의 대표건물이라 해도 좋을 밀라노 두오모 성당은 엄청난 조각 첨탑으로 하늘 높이 뾰족하게 장식하였고, 마침 일요일이라 미사 드리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신자인 우리 부부의 기쁨은 정말 컸다. 이어 스칼라극장과 비스콘디 공작의 성을 밖에서 관람하고 피사로 향하였다.
피사에서는 엄청난 비를 맞아야 하였다.
비스듬한 탑은 사진에서 봐왔던 것 보다 더 기울여 보였고 탑만 외로이 홀로 있다는 평소의 생각과는 달리 커다란 규모의 세례성당과 부속건물들이 함께 하고 있어 또 다른 역사와 볼거리가 많이 있었다. 요즘 나는 빗속에서 촬영한 당시 사진을 들여다 볼 때 피사탑의 안전을 더 기원한다.
마침내 로마에 입성하던 시간은 밤이다.
우리나라브랜드의 자동차들이 우리보다 먼저와 일행을 반겼다.국력신장을 유럽 여행 중 자주 느꼈지만 이태리에서는 친숙한 것을 더 자주 보았다.
유럽의 심장부... 유럽역사의 시작점...찬란한 800년 역사를 간직한 런던과 파리의 아버지 로마다.
로마에서 처음으로 찾은 곳은 바티칸 박물관이다.
이곳에 전시물은 루브루나 대영박물관보다 훨씬 많아 보였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벽화등등 참으로 많은 르네상스 시대의 유물이 많았다. 특히 우리 신자에게 있어 모든 것이 다 성스러운 곳이다. 또한 성 베드로 성당의 규모는 상상이상으로 매우 크고 장엄하였다. 6만 명이 동시에 미사를 볼 수 있다 하는 내부는 실로 웅장하였고, 베드로 광장은 뉴스속에서 보던 것보다 넓고 조형미가 훨씬 더 뛰어났다. 우리는 이곳에서 평생 간직할 성물을 구입하였다.
다음날은 콜로세움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차오르는 감동을 누를 수 없었다. 로마 800년의 모든 것이 이곳에 담겨져 있으리라..... 그 시대 로마시민들의 열광과 숨결, 수많은 황제들과 원로원들의 발자취, 검투사들의
한 맺힌 승부처, 순교자들의 성지! 이곳이 로마다. 주변에는 많은 개선문들이 남아있어 당시 로마병들의 다당한 모습을 대비시켜도 보았다.
이어서 찾은 트래비 분수에서는 다시 올 수 있게 해 달라는 의미로 동전 4개를 뒤로 던지고 맛난 레조또 아이스크림 시식도 했다. 로마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스페인광장에는 특이하게 간디조각상이 있어 같은 동양인으로 반가움이상의 느낌이 있었고 가장 큰 건물 벽을 독점한 광고물이 삼성전자 에니콜 이었던 것이 조국의 발전상을 뽐내고 있어 가슴 뿌듯하였다.
이제 기원전에 화산 폭발로 멸망한 고대 도시 폼페이에 왔다.
베수비오 화산은 폼페이 북쪽에 여전히 우뚝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유아를 재우다 명을 달리한 모녀의 석고된 모습 등등이 여러 점 관광객을 위하여 전시 되여 있었고 계획된 도시 모습으로 횡단보도와 수돗물 공급시설 등등은 전혀 기원전 도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현존하는 우리 이웃 마을로 여겨졌으나 역사적 설명이 있기에 옛날 옛적 도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점심으로 전통 해물스차게티를 포도주와 함께 즐겼다.
식사 시간 내내 통키타 가수가 들려준 산타루치아등 이탈리아 음악은 분위기를 낭만적이고 귀족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주었다.
숨 막히는 감동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폼페이에서 소렌토까지는 기차로 이동하였다. 소렌토항의 쪽빛 바다는 수십 길바닥도 숨김없이 다 들여다보였고, 돌아오라 쏘렌토로 라고 강력히 권고 할만한 아름다운 미항이었다.
쾌속정은 카프리 섬으로 미끌어 졌다.
요트는 때로 몰려 한가로이 쪽빛 바다위에서 태양을 즐기고 있었고, 하얀포말을 일으키는 배 안에는 다른 한국인 일행도 많았었다. 여행정보도 나누고 반갑게 인사도 나누었다. 배는 나폴리항과 폼페이 베수비오 화산을 등지고 티레니아 해 중앙으로 간다. 카프리섬은 이 바다에 솟아오른 산이다. 산 정상으로 오르기 위 하여는 1인용 곤들라를 타야한다.
그런데 카프리 항에서 곤들라 탑승 지 까지는 작은 버스로 이동하여야 했다. 이과정이 아주 재미있다. 우측 창가로 앉게 되면 아슬아슬한 스릴을 즐기며 낭떠러지 아래 바다를 즐길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무척 좋았다.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곤들라를 여유롭게 타고 올라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티레니아 해상은 쪽빛 이다. 일렁이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포말마저 연록 빛으로 당시 촬영한 사진에 담겨있다.
피렌체에서 단테와 베르사체가 처음으로 조우 했다는 아담하고 정갈한 성당 내부와 꽃의 성당이라 불리는 바로크 예술의 극치 성모마리아 성당과 다비드상등을 관람하고 미켈란젤로 동상에서 시내를 조망한 후 아름다운 수상도시 베네치아에 당도한 날은 맑고 푸른 우리의 가을과 다름없이 청명 하였다. 평소 생각보다는 육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이 아름다운 도시가 멋지게 있었다.
상상이상으로 신비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나는 꿈인 듯 배에서 내렸다. 일렁이는 파도는 길 가장 자리까지 밀려왔고 곤돌라 탑승 후 우리가 섬 밖으로 나올 때는 마르코광장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신비하고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베네치아가 위기에 있다하는 우려는 지금도 안타깝기에 오래도록 보존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알프스산맥을 넘으면서 차창으로 보여 지는 아름다운 유럽풍광을 만끽하다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는 저녁 무렵에 당도 하였다. 황금지붕의 성과 유래가 깊은 호텔등을 어슴프레 관람하고 스와로브스키등 각자 쇼핑을 즐겼으며 이 곳에서 이번 여행을 마감하는 잠을 취하였다. 이튿날은 아인트호벤을 마음껏 달려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를 관광하고 검은 숲을 지나 어둠이 내려앉은 푸랑크푸르트에 도착 하였다.
하이델베르크에서는 괴테, 헤겔등의 정취를 찾아 네카 강변을 걷기도 하고 성내에 있는 아주 커다란 포도주나무통을 만져도 보고 종을 흔들어 보기도 하였는데 이는 여행을 마무리 한다는 아쉬움으로 그렇게 종을 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11박12일 일정으로 여행했었던 당시 일정을 지금 회상하니 같이 하였던 분들과 좀더 많은 정을 나누지 못하였던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즐거운 날들을 함께 하였던 그분들을 일일이 떠 올리니 정다운 얼굴로 그려진다. 모두에게 그리움을 보내며 행복한 마음으로 회상을 정리한다.
이제 곧 또 다른 감동을 찾아 우리는 떠나려 한다.
2006년4월1일
-박영기-
넘실 거리는 베네치아
돌아로라 쏘렌토로가 작곡된 호텔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피렌체 꽃의 성당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예술품 황금 문
뒷편 아스라히 나폴리항이 보인다.
카프리행 유람선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피렌체 두오모 성당
베네치아 성마르코 성당 앞 광장
독일 하이델 베르크 다리
만년설이 쌓여있는 융프라우요흐
런던 테임즈강 타워 브릿지
동트는 에펠탑
보수중인 파리 개선문
세느강 유람선에서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드넓고 아름다운 베르사유 궁전 정원
몽마르뜨 언덕 노천카페
밀라노 거리
로마 콜로세움
비운의 도시 폼페이
열차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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