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산 산행기
고속도로를 벗어나 문경 시골길을 달리는 차창 밖 과수원에는 아침녘 화사한
가을빛이 나래나래 내려앉아 이파리 빛깔이 아직 그대로 초록인 사과나무
열매를 붉게 알알이 영글게 익혀주고 차내는 나들이 즐거움으로 가득합니다.
10월1일 오늘에 산행지는 황장산입니다.
황장산은 봉화의 춘양목과 더불어 궁궐재목으로 사용된 황장목 자생지로
예부터 유명한 산이라 합니다. 이 둘은 물론 소나무이고요!
소나무는 민족수로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며 십장생의 하나이고 여러모로 우리와
친근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지칭하길 소나무문화라고도 한답니다.
잘 아시는 대로 사육신 성삼문은 이렇게 읊었습니다.
“이 몸이 죽어서 무엇이 될 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소나무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이 바로 황장산이라 할 수 있는 거죠.
준비운동을 하였으니 이제 황장목을 찾아 정상으로 힘차게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름도 정겨운 안생달에서 차갓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능선 길에선 자꾸만
좌우 옆으로 눈길 빼앗깁니다. 주변 경관에 발걸음이 더뎌지는군요!
그러나 기대를 안고 오른 정상(1,077.3M)에는 잡목이 사방으로 우거져 있어 시야가
막히니 하얀 깃털 털어내는 하늘 외에는 바라 볼 것이 없습니다.
이곳 봉우리 위에서는 하늘이 더 가깝게 느껴졌죠!
잠시 머물며 요기를 마치고 고깔모자 모양의 감투봉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소나무는 바위와 함께 어울릴 때 더욱 돋보이나 봅니다.
감투봉에서 약간 내려선 우측 테라스 바위에서 살펴보니 마치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엄청난 너럭바위 벽에도 소나무가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네요!
어려운 곳에 자리 잡은 나무들에 장한 모습이 아주 어엿합니다.
노란 소나무를 딱 한그루 보았습니다. 길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있었습니다.
이것이 황장목이겠군 하고 살피고 살폈지요. 독특했습니다!
여태 찾아본 황장산의 소나무는 모두가 적송이었습니다만 이것만은 확연히 달랐기에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것이 나만의 소중한 사진일지도 모르겠군요!
낙락장송은 산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 산재하였으며 거송과 청송 그리고 애송을 함께
거느린 가족적인 모습은 모두가 하나같이 그림이었습니다.
하산길 내내 좌측 멀리 월악산이 장엄하게 눈에 차고 멀리 또는 가까이 우뚝 선
각양각색의 첨봉들도 즐비하게 많습니다. 산 주름은 또 얼마나 깊었던 지요!
올라갈 적 보다 내려갈 때 바라볼 것이 더 많은 하산길입니다.
산은 뒤로 높아가고 나는 앞으로 낮아질 때 산은 더 산 같았고 나는 사람이었습니다.
가을을 보았습니다.
중턱 언저리부터 에는 이미 단풍으로 물들고 있었으며 아스라이 보이는 들녘은
모두가 황금색이군요. 우리에 농촌풍경은 빛깔로 풍요를 상징하고 있는 겁니다.
문암골로 하산 중 산 아래로 지줄대며 흐르는 계곡이 예기치 않게 보입니다.
위쪽으로 계속 오르고 오르니 담소가 겹겹이 크고 작게 있었던 거죠.
방금 진 낙엽이 둥둥 떠다니고 약간 높은 곳에선 옥수를 계속 아래로 쏟아주는
신선에게나 어울릴 첩첩산중 심산유곡의 안식처에 닿았습니다.
바닥의 작고 흰 돌 알갱이 까지 해맑은 햇살이 와 닿아 맑은 물은 거울입니다.
바로 명경지수 앞에 제가 서있는 게지요! 유혹에 견딜 수 없었습니다.
이내 아기처럼 알몸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갔던 거구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사실 어떤 일도 일어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자유인은 자연에 동화되었을 때 더 없이 편안했으니까요!
성공적인 94회 100대 명산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가 후 창가에서 무심코 고개들어
올려다본 달은 위쪽 절반이 없는 반달이었습니다. 둥글게 달이 차는 한가위 명절을
맞이하여 글을 읽어주신 분들의 가정에 행복과 평화가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자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