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상해-항주-소주)기행문
11월 12일 5박 6일 일정으로 떠난 여행길은 김포에서 출발하는 아시아나 3615편을
타고 약 두 시간을 파트너와 나란히 앉아 나르며 창공에서 저무는 태양이 연출하는
저녁노을 바라보다 지친 태양이 보금자리에 찾아들어간 후 어둠이 깔린 상해홍교공항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착륙 후 가이드 안내에 따라 동양에서 제일 높다는 동방명주에 올라 샹하이(上海)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하였는데 전망대 창밖으로 빛나는 마천루가 즐비한 화려한 모습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는 중국 경제를 단박에 알아채기에 충분하였다.
이번 여행목적은 그토록 유명한 황산(黃山)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었다.
황산에 마음은 묶여진 채 우선 동양의 베니스라는 쑤저우(蘇州)로 가야했으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중국4대 정원 중 으뜸정원인 졸정원을 찾아 고풍스런 중국문화를
체험하였으며 역사 깊은 한산사도 찾아가 중국 불교를 살펴보는 기회도 있었다.
항저우(抗州)에 도착하여서는 송성가무쑈를 보았는데 역사를 말하는 표현기법과
장엄함은 당초 기대치 않았던 일행을 크게 감동시켰기에 가이드가 권하는 VIP석
관람을 받아들이지 안 한 것에 대하여 모두들 후회하였다.
삼일 째 되는 날은 항저우(抗州)에서 미녀 서시의 자태를 그려보며 서호 유람을 하였으나
명성에 비하여 감동받을 만한 볼거리는 없었다.
가이드 안내에 따라 용정차 밭과 동방문화원을 들려보고 3시간을 달려 드디어 최종목적지
황산(黃山)에는 어둠이 내리는 무렵 안착하여 불빛아래 반짝이는 명청대 옛 거리를 도보로
관광하였는데 중국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아온 옛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식사 후 찾은 황산서커스는 여태 경험한 여느 써거스와는 달리 마술을 가미시켜 보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기에 큰 안타까움 없이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넷째 날 아침은 어느 때 보다 일찍 일어나졌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산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명산을 찾는 다는 것은 언제나 나에겐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일정에 맞춰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한다는 비취계곡을 거슬러 올랐는데 비췻빛 물빛은
참으로 고왔으며 계곡은 한창가을이었기에 곳곳이 단풍으로 물들어있었다.
특이한 것은 계곡이 끝나는 지점 창공에 매여진 한 자락 동앗줄 위를 한 대의 자전거와
긴 장대를 지닌 사람이 타고 노닐며 볼거리를 제공한 것이었다.
중식 후에서야 해발 894M 운곡사에서 황산 산마루 백아령 1,667M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탔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바위산과 소나무는 잘 어우러져 우리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여
졌으나 발치아래 무거운 장대짐을 지고 가파른 계단 길 오르는 짐꾼들에 모습은 나로 하여금
등산이라는 취미가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다.
식료품과 가스통등등을 산마루에 위치한 10여개의 호텔에서 사용되는 모든 소비재를
이렇게 인력으로 한 사람이 최고 110kg을 지고 나른다는 설명에는 숙연한 마음까지
가슴속에 스며들었고 내가 진 약 8kg의 배낭무게가 나는 무겁게 느껴졌기에 가랑잎을
지고 힘들어한다는 부끄러움도 스쳐 지났다.
백아령-광명정-비래석-배운정-서해대협곡을 돌아 나오는 과정에 내가 바라본 황산 모습과
단결송, 몽필생화등등 범상치 않은 자태와 자태들은 하나같이 독특함을 갖추고 있었기에
참으로 장엄과 화엄의 세계가 조화를 이루는 형이상학적인 세상이었다.
나는 또 다른 신세계 장가계도 3년 전 보았었기에 두 산을 이렇게 비교 표현하고자 한다.
장가계는 요정의 마을, 황산은 산신령의 마을 인 듯 그렇게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라고...
아쉬운 점은 날씨가 화창하질 못했기에 기암에 부딪쳐 부서지는 찬란한 햇살을...
첨봉사이에 갇혀 봉우리와 춤사위로 어우러지며 맴도는 정령 운무를...
신비의 세계를 노랗게 물들이다 끝내는 붉게 물들이며 희미하게 저무는 하루의 태양을...
나는 이들에 실체를 감상하지 못하고 그저 추상으로 그려볼 수밖에 없었다.
산마루에는 10여 곳의 4성급 호텔이 건축되어 있고 4개의 케이블카 라인이 설치되어
있어 황산과는 쉽고 편안하게 친해진다는 점이 있지만..........
길이 없는 바위비탈에 인공으로 길을 만들고 뚫어내고 파해치며....
커다란 안테나가 설치된 중계탑을 볼성사납게 건축하고...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돈벌이에 급급해 자연을 마구잡이로 훼손하여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끌어들이려 이정표마다 한글과 한자와 영문을 함께 새겨놓은 중국정책을 나는
비판하며 개방되었기에 황산을 찾았다는 고마움 보다는 북한의 자연보호정책을 지지하며
마음속으로 박수 보냈다.
아름다운 자연은 금강산처럼 관리되는 것이 옳지 않은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 글을 쓴다.
당초 나는 정상에서 맞이할 일출을 대비하여 높은 산을 처음 오르는 아내가 우선 춥지
않게끔 방한복과 손난로등을 단단히 준비하였는데 호텔에는 무상대여용 방한복이
방안에 두 벌씩 잘 준비 되여 있어 괜한 수고를 하였다는 생각 들었다.
사실 오기 전 황산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였지만 이와 같은 정보는 여행사에서조차
물어도 몰랐고 어느 곳에도 없었다.
호텔 내 매점에서는 한국산 하이트 맥주도 한 캔에 2달러씩 주고 구입할 수 있었는데
장대짐으로 나르는 물건이 바다도 건너 왔을 텐데 생각하니 거저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커다란 애석함이 또 하나 나를 실망시켰다.
5시에 모닝콜을 받고 일출 맞이에 부산떠는 중 다시 울린 전화는 현지 가이드였다.
안개비로 인하여 일출은 없으니 6시 30분에 내려와 그냥 아침이나 먹으란다...
그런데 요 말투와 음성은 기쁨에 차 있는 듯하여 몹시 얄미웠다.
지리산 천왕봉일출과 견주어볼 마음이 가득하였건만....
나는 홀로이 랜턴을 쥐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웬만하면 혼자서라도 청량대에
오르리라 마음먹고서...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비는 부슬부슬 추적추적 내리는데 랜턴에 부딪치는 건 안개요...다시 내게 돌아오는
힘없는 랜턴 불빛이다.
나는 약이 올랐고 다음에 또다시 오리라 그때는 트레킹팀을 찾아 함께 걸어서 정상에
오르고 비박이던 호텔이던 며칠 묵으며 내가 만족할 황산에서의 감상을 꼭 간직하고 난
후라야 하산하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다.
산신령마을에 주민등록 옮기라하면 내 기꺼이 그리하리라......
결국 케이블카로 미끄러져 하산하여 미소 가득한 가이드를 따라 간곳은 쇼핑처 두 곳
이었고 각 쇼핑처에서 볼모로 발 담그고, 소파에 앉아 듣기 싫어도 보기 싫어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풀려나와 다시 상해로 입성하였으며 저녁 후에는
북한당국에서 외화벌이로 운영하는 매장을 관광쇼핑으로 갔는데 미모의 30대 중반 여성
동무의 똑 소리 나는 설명이 판매하는 상품보다 한결 더 가치 있어 보였다.
샹하이 트위스트는 호텔방안에서 각자 알아서 즐기고 맞이한 귀국일 아시아나 3625편은
18시 15분 이륙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낮 시간만이 주어진 날 홍구공원을 찾아 윤 봉길
의사의 넋을 기리고 상해임시정부에서 흠모하는 김 구 선생님의 자취도 어루만지니 인품
고우신분의 따스한 온기가 내 식은 마음에 고스란히 다가왔으며 이후 상해 번화가를
찾아가 시간 죽인 뒤 조국 김포를 향했다.
* 담아온 사진은 따로 정리하여 올리려 합니다.
-자유인-
ps :
내 글을 본 후 황산에 오르시려는 분이라면 등산화 보다는 발 편한 운동화와 동네 산
오를 때 모습으로 그날 갈아입을 속옷만 준비하여 오르시면 된다고 말씀드리며 동네 산
오르시던 체력만으로 충분히 황산을 즐길 수 있고, 물은 500ml 패트병 하나로 충분하며
호텔 내 매점은 만물상으로 주류는 물론 등산에 필요한 모든 것도 원화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에 굳이 달러로 환전치마시고 원화만을 갖고 가셔도 되고 되도록 천원
권을 지참하시라 말씀드리며 제가 묵었던 호텔은 장쩌민도 머물렀다는 북해호텔이었다
확인 드린다.
또 중요한 것은 황산에 오를 때 좋은 날씨를 크게 기대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1년 중 맑은 날은 30일에 불과하고 대부분 날들이 안개와 비라는 점을 참고하면
멋지고 장엄한 일출이나 일몰도 보고 밝은 햇살아래 형이상학적인 황산을 감상할 수
있는 확률은 약 8%로서 계절과는 상관없다는 현지가이드의 정보였다.
끝으로 장가계와 황산 어느 곳을 갈 것인가? 한 곳만을 가신다면 나는 장가계를
권해드린다. 눈으로 바라보기만하면 저절로 아~아! 하고 탄성이 쏟아지는 곳은 장가계로
결코 장가계를 황산이 넘지는 못한다.
하지만 산행을 취미로 하신다면 걸어서 오르는 황산이 산행지로서 장가계보다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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