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에 매서운 한파 닥치는 겨울이면 서리꽃이 피어난다는 것을 작년 겨울이 끝나갈 즈음에 누군가의 멋진 사진을 통해 처음 알았으나
어제 뉴스에서 올해도 서리꽃이 피어나고 있음을 내게 다시금 알려줬기에 나는 오늘 새벽 어둠을 뚫으며 힘겹게 추위 속으로 달렸다.
우리 동네 아침 기온은 -4도라고 온도계는 불안한 시그널을 내게 주었지만 동북쪽으로 달릴수록 기온이 뚝뚝 떨어짐이 표시 되기에
서리꽃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점점 커져만 갔었다.
춘천 시내를 지나 소양강 인근에 다다랐을 때 온도계는 -15에 머물고 있어 이 정도면 서리꽃 피어나기에 충분치 않을까 싶었지만,
겨울 나목이 새하얀 드래스 걸친 새악씨인 듯할 멋진 행운의 풍경을 나는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서리꽃은 비록 나를 외면했을망정 물안개만은 강 가득히 자욱하게 피어나 그런대로 긴장하며 셔터를 누를 수는 있어 그나마 소양강 찾은 보람을 얻었고,
카메라 목에 걸고 강가를 서성거리는 동안 깊은 마을 둘레를 굽이치는 강물은 추위에 아랑곳없이 얼지 않고 도도하게 흘러가는데
길 떠났던 새들은 넓은 하늘에서 돌아와 서슬퍼런 겨울강 속으로 제 집 드나들 듯 연거푸 뛰어 들었다.
아쉬움에 눈길 한번 더 강물에 던질 때 희미한 내일에 약속을 의미하는 찬 바람은 산마루 너머 강으로 내려 앉고 있었지만 나는 추위에 눌려 기약하지 못한 채 돌아섰다.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니 긴장하며 셔터 눌렀던 손가락 감각에 비하여 사진은 고작 한 장만이 마음에 들었다.
2011년 1월 11일
-자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