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설악 서북주능선 산행

Parkyoungki-Paolo 2007. 6. 18. 09:30
 

오늘은 온종일 그대로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였다.


한계령에서 오르는 첫길은 바로 계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다리근육이 다져지는 즐거운 느낌을 한참 받다 서북주능선에 올라서니 바로 눈에

가득차는 풍광이 기쁨을 주었다.

공룡능선, 용아장성, 나한봉과 대청봉 황철봉까지도 맑디맑은 청명한 하늘아래 선명하여

봉우리 봉우리마다 그 모습은 가히 비경이었고 봉정암은 천상의 모습이었다.

이래서 설악을 최고라고 하는구나!!! 나는 느꼈다.

 

 

 

 

 

 


귀때기청봉으로 오르는 길은 내설악을 조망하는 재미로 힘들지 않게 당도하였다. 머물다

대승령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멋진 풍광을 놓치지 않으려 조금은 이른 중식을 이곳에서

하기로 하였다. 출입금지선을 넘어 숲길 한참을 헤쳐 들어가 내 시선을 묶어둘 곳을

찾아 앉았다. 한 마리 짐승인들 어떠리...설악에 푹 빠져보리라...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신부천산악회 패찰을 단 팀원들에 모습이 보여 반가웠고

회장님도 뵈었는데 버스 안에서처럼 여전히 씩씩하시다.

선두대장님께 다시금 양해를 구하고 나는 또 다른 풍경을 접할 조급함으로 계속 나아갔다.


짜증나도록 이어지는 너덜 길에 마음이 변한다. 어휴~지리산이 낫지 이게 뭐야!

장애물 구간의 연속으로 자칫 잘 못하면 큰일을 당할 수 있는 그런 위험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멋진 모습으로 솟아오른 주변첨봉들의 자태는 설악이 으뜸임을 여실히 증명하는데

곳곳에는 작년 수마에 할퀸 자욱이 선명하여 마음 아팠다.


대승령에가면 언제나 까마귀가 산행객을 맞이해 준다.

12선녀탕계곡 쪽에서 이들이 몹시 떠들어대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알아보지 않기로 하고 장수대방향 하산길로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또다시 새로 다듬어진 돌길인 것이 아닌가! 이 돌들은 하산 길 끝끝내 이어졌다.

지긋지긋한 돌! 이럴 줄 알았으면 두툼한 등산화를 착용할 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발바닥 지압은 혈액순환에 으뜸인거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긍정적으로 순응하려 애써 봤지만 발바닥은 뜨끔뜨끔 계속 아팠다.

 

 

 

 

 

고사목 군락지 


약간의 기대를 안고 수 년 만에 다시 찾은 대승폭포는 물이 말라 간신히 축축한 모습만,

그것도 일부의 모습으로 마냥 애처로웠고,


홀린 듯 어쩌다 더듬어 올라간 절벽 중턱에는 기막히게 아름다워 성스럽기까지한 단아한

모습의 소(沼)가 있었다. 명경지수로 물빛도 유리 빛인데 가느다란 물줄기가 절벽위에서 소(沼)로 흘러내리고 소에서 쉬어가는 맑은 물은 다시 절벽으로 떨어지는 낙수가 되는 곳으로 테라스형 소(沼)다.

여기를 오염시켜서는 안 되는데...나는 유혹에 약하다. 요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러나 쉬어 되돌아 내려오려는 순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지?

엉덩이를 뒤로하고 조심히 발 디뎌보지만 미끄러져 떨어질 것만 같아 거꾸로 올라가 길을

찾기로 하였다. 그런데 올라선 바로 위에는 친구 영자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하여 라고

새겨진 자그마한 검은 위령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섬뜩하였다.

 

대승폭포 물이 말라 그져 일부만 간신히 젖어있다. 

 

멀리 떨어져 올려다 봤더니 위령비가 그때서야  그곳에 위령비가 있었다는 걸 다시 알았다.

오르기 전엔 정말이지 있는 줄 몰랐다.  

 

단홍빛깔의 암벽으로 둥글게 담겨있는 沼의 출입구는 매우 좁았다. 

 

 가슴시리도록 아름다운 단아한 沼는 금새 몸도 시리게 하였다.


마음 가다듬어,

영자님의 혼령이 천국에서 평안을 이루시기를 기도하고 돌아 내려왔다.

 

용문 휴게소에는 작은 동물농장이 있어 휴식을 즐겁게 하였다. 

 

 휴게소 천정에 둥지를 제비 집이 진귀하다. 


한편으로 순수한 친목산악회 임원진들은 정말 훌륭하시다.

왜 저토록 힘든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까?

나는 도저히 하고 싶지도 할 능력도 없는데!

그 것은 커다란 선행이며 봉사고 희생이다.

얼마나 대단한 나무의 밑둥인가? 

 

  장수대 휴식처에 붙어 있는 시 한 수가 마음 뜨끔하게 하였다.


노고에 감사하고 격려와 협조를 아끼지 않아야 함이 산악회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 도리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회장님, 대장님, 총무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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