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암산(1,304m)산행기
5월이 다 가기 전 30일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조용히 집을 나섰다.
새벽 한강을 왼쪽으로 끼고 달리다 팔당대교를 건너서는 오른쪽으로 끼고 달렸다.
두물머리를 지날 때 안개 젖은 강변마을이 얼마나 신비롭던지!
집에서 출발한지 세 시간 후 강원도 양구에 위치한 생태식물원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산행 준비물 재점검 후 100회 명산 순례의 끝을 장식할 대암산정상을 향하여 매표소를
통과한 시간은 08시30분경이다.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들과 전나무 숲을 지나서는 곧장 된비알 산행길로 이어졌
으나 동아줄이 잘 매어져 있어 잡고 오르면 수월하였다.
대암산이 100대 명산으로 지장된 것은 희귀생물과 원시림에 가까운 숲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으로서 산세는 그리 뛰어날 것이 없었다. 한편으로 펀치볼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정상부 넓은 초원의 큰 용늪과 작은 용늪은 세계적 생태계 식물의 보고이며 한반도
정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는 이산은 남측에 있는 100대 명산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귀중한 생태계 보존을 위하여 대암산 정상부는 출입을 강력히 통제하고 등산객
들을 위 하여는 따로 등산로 정상이라는 곳을 표기하여 둠으로서 정상을 찾고자하는 마음
을 충족시켜주려 하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지나쳐 몇몇의 산악회 리본을 쫓아 대암산 정상에서의 희열을 욕심내었다.
그러나 산행시작 3시간여 만에 도착한 대암산 정상 몇 백 미터 앞 군 초소에서 통행
제지를 받아 끝내 발걸음 돌려야하는 커다란 아쉬움이 있었다.
되돌아 나오는 길 심마니 몇 분을 만났는데 철책 밑으로 돌아서 정상으로 가란다.
그렇지만 길은 없다하였고 지뢰를 주의하라는 문구를 가리키자 여적 이 산에서 사람
죽었다는 소릴 들은 적 없다며 가볍게 말씀하셨다. 그분들의 기준으로는 대단치 않은
일일 것이지만 내게는 너무나 무모한 일인지라 왔던 길로 회귀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한참이 지난 뒤였고, 길을 바꿨으나
나는 또 다시 다른 봉우리로 올라서는 낭패를 보았는데 고양이과 동물로 추정되는 것이
모습은 드러내지 않은 채 내게 경고음을 계속 보내오는 것이 아닌가!
산행 중 드문드문 발견한 멧 되지 흔적을 보아온 터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었기에
더해지는 공포감은 스멀스멀 살을 돋아나게 하는데 하늘에서는 검은 구름이 덮치더니
이내 빗방울마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시계를 보니 12시40분, 각오를 새롭게 하니 마음은 차분하였다. 동물은 불빛을 두려워
한다는 생각에 랜턴을 꺼내들고 스틱을 단단히 조이며 선채로 가는 비를 맞으며 요기를 하였다.
해가 긴 날이고 시간도 여유로우니 우선 허기를 달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그렇게 했다.
움직이는 입과는 달리 머릿속으로는 무모한 나의 산행방식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덤덤한 그런 생각과 그밖에 많은 생각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사실 대암산 등산로 정상에서 후곡약수터까지의 등산로 외에 대암산 전 지역이 통행자체가
금지되고 있음을 잘 알고 왔기에 이정표가 없음을 원망할 수도 없는 것이며 이와 같은
산행지를 혼자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리석었다는 자괴감에 빠져들기도 하였었다.
무지가 무모를 낳았다.
어려움 속에 임도로 빠져나오는데 성공하였다.
이제는 안전만을 중시하여야겠기에 어디로 가는 길인지 몰라도 무조건 인도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큰길에 닿겠지! 거기서 택시로 이동하면 생태식물원 주차장에 갈 테니 그렇게 하자!
작심하고 걷는데 불현듯 낯익은 리본이 눈에 들어왔다. 디카로 촬영한 화면을 돌려가며
찾으니 내가 지날 때 담아둔 현장과 일치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여기서 변심하였다. 다시 산행 길 따라 가기로...
마음이 안정되니 흐드러지게 피어난 들꽃도 예쁘게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고 비온 뒤 맑게
개인 하늘과 생각나는 사람은 미소를 내게 보내주었고 세상 모든 움직임이 사랑스러웠다.
정상적이면 20km 남짓의 산행거리였을 텐데 5~6km를 추가로 더 헤메이다가 8시30분
만에 다시 돌아와 애마에 들어앉았을 때 비로써 안도의 긴~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재미를 얻으려한다.
6년간에 걸친 100대 명산 순례를 마쳤다.
감회 같은 것은 없다.
이제 또 다른 자유를 얻었다는 것밖에...
* 그동안 산행기를 읽어주시고 격려와 관심을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자유인-
큰 길에서 생태식물원 으로 들어가는 길 군부대 앞 길에는 장송들이 중앙에 있어 운치로웠다.
초롱다리를 지나면 야생초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있어 보기에 좋았다.
산행길로 접어들기 전 산책로에는 솔잎위에 나무 부스러기를 잘게 뿌려놔 걷기가 즐겁다.
비온 뒤 미끄러운 된비알 길에 동아줄은 매우 도움이 되었다.
이내인듯 안개인듯 숲에 서려있는 상서러운 기운이다.
대암산 정상이라는 방향으로 가면 군 벙커고, 그 아래는 낭떠러지다.
등산불가라는 팻말을 무시하고 나는 댓가를 치뤘다. 시종 좁은 길로서 희미한 발자욱 흔적으로
종일 등산객은 볼 수 없었고 산악회 리본만이 위안을 주었으며 길라잡이였다.
이름 모르는 야생화인 데 본 적도 없는 것 같았다.
붉은 RTN 리본이 줄곧 함께 하였다.
멧되지가 뒹글던 흔적이 명백한 데 나는 이런 흔적을 10여 차례는 보았다.
야생화의 모습이 초연하다.
이 친구와 상병 하나가 충실한 근무태도를 보였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뒤로 보이는 길은 임도고, 좌측으로 대암산 정상이 있는데 가는 길도 임도 만큼이나 좋아보였다.
그 길쪽으로는 군사 기밀이 있어 촬영조차 안 된다 하였다.
심마니 분들이 내게 이 철책을 넘어 산길을 타서 대암산 정상으로 가라 하였다. 자기도 그리헸는 데
이렇게 멀쩡하다며...
사실 벌금도 무서웠다.
이름과 같이 정상에는 큰 바위가 올려져 있다. 그래서 大岩山이다.
암반수가 맛 좋았다.
자연을 모르는 나에게도 이 곳이 얼마나 식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생태지역인지를 알아차리게 하는 늪.
푸른 능선길 뒤로 검은 능선 좌측이 도솔봉이고, 우측이 대암산 정상이다.
산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데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100회 기념으로 0 두 개를 내게 주었다.
안도의 이정표
오후 시간까지 일기 변화가 자주 있었다.
생태 식물원 앞 시계
하나의 꽃대에 피어난 두 모습의 꽃이 이름 모르지만 아름답고 신비스러웠다.
후곡 약수의 맛은 톡쏘면서 씁씁한 뒷맛으로 오색약수와 흡사 하였다. 철분과 미네랄이 풍성한
약수를 마음껏 마시고 또 2.5 L를 담아왔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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