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산 산행기
비에 갇혀 지낸 나는 마음만 산을 날아 다녔다.
오늘 드디어 장마의 막간을 틈타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어온 서산 팔봉산엘 다녀왔다.
길 건너 부천시외버스터미날에서 9시 10분 발 서산행 직행에(W6,300) 올라 앉아
창 커튼을 치고 MP3를 켠 후 눈을 지그시 감는다.
들리는 노래는 요즘 뜨고 있는 씨야의 사랑의 인사로 시작 SG워너비의 감미로운
신세대 발라드로 이어지고 가사는 대사요, 가락은 연기며 나는 주인공이 된다.
언제나 혼자가 되면 스쳐 지나는 추억과 추억들......
감상에서 깨어나,
1시간 30분 만에 서산 버스터미널에 도착 11시발 구도행 시내버스(W1,100)로 갈아 타고
20여분 후 팔봉산 입구에서 하차하여 산행들머리까지 1km를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다.
걷는 길섶에는 이름모를 야생화가 만발하고 더운 날 불어주는 실바람에 살랑살랑 고개
흔들어 향기를 나에게 날려준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스쳤다.
소나무 숲 오솔길을 시나브로 걷다보니 이곳 주민들로 보이는 산객들이 몇 분계시고,
그 분들께 내가 가려하는 산행코스와 시내버스 연결 관계를 미리 여쭈어 확인해 두었다.
그다지 많이 걷지 않아서 첫 봉우리에 도달하였지만 습도 높은 후덥지근한 찜통더위는
내 육신을 녹여내 주루룩 육수물이 되어 흐르고 마치 나는 �겨지는 닭처럼 노곤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찜통더위 속에서도 산도깨비는 안개를 뚫고 출몰하는 것인가?
안개 짙은 산에서 혼자가 아닌 쌍 도깨비 출몰에 나는 소스라쳤다.
황사가 날릴 때 호흡기 보호 차원에서 착용하는 마스크가 언제부턴가 근교 산을 찾는
초보 산꾼들에 패션물이 되어 나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터에 이처럼 순박한 마을에
까지 유행이 되어... 그것도 부부가 이 더운 날 함께 착용하고 안개 속에서 등장할게 뭐란
말인가? 작금에 들어 사치성 과시 문화로 브랜드 명성 높은 등산복만을 선호하는 좋지
못한 작태도 시정되어 마땅하겠지만 자연이 좋아 자연을 찾는 사람이 자연과 동 떨어져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복장으로의 산을 찾는 병태는 시급히 바로 되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팔봉을 다 지나도 안개는 걷히지 않아 서해바다가 보여 산행하기 즐겁다는 팔봉을 찾는
매력을 조금도 즐기지 못하고 앞에 보이는 것들에게만 충실했다.
높이는 낮지만 험준한 바위가 주봉을 이루고 있어 그런대로 아기자기한 산행 길이었다.
어송리로 하산 이곳에서 태안-서산-김포-인천공항 버스를 14시경 승차 요금 1,000원을
지불하고 약 10분 후 서산버스터미날에 하차하여 옛날 청국장으로 맛난 중식을 갖고
15시 10분발 부천행 버스에 올랐는데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차량이 곳곳에서 정체되어
부천에는 근 3시간여 후에 도착하였다.
-자유인-
에필로그
어제 운동을 아침저녁으로 해서 오늘은 운동을 쉬는 패턴이었다.
그러나 장마 막간을 놓치기도 아쉬워 아내에게 낮은 산이니 함께 가자고 했다.
아내는 산! 소리마저 자기에게는 하지 말란다.
함께 가 준다면 차를 가지고 갈 것이고 안면도에도 들려 해삼도 먹고 제사 때 쓸
고운 모래도 담아오자고 했지만...
아무튼 아내는 산을 정말 싫어한다.
어떤 때는 노래방 도우미처럼 산행도우미가 있다면 청하여 외로움 달래고 싶다는
그런 용서받지 못할 생각이 내게 들기도 한다.
오히려 남자 산행도우미가 필요하다면 내가 제격일 수도 있기는 하겠다.
돌 맞을 일인지 몰라도.....
오늘은 산행 후 목이타 시원한 맥주를 들이킨 후 다시 들이키며 취중 산행후기를
지껄이다 보니 헛소리가 많아졌다.
내일 보면 후회할 유치함이 담긴 글로 보이겠지만 그래도 취중 기념으로 그대로 올린다.
정상비가 두 개다. 당파싸움을 하고 있는지? 각기 공신력없는 다른 단체에서 세웠다. 표기 된 높이차는
50c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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