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홍도 깃대봉 산행

Parkyoungki-Paolo 2007. 5. 23. 11:47
 

홍도 깃대봉 산행기


5월21일 월요일, 5월이라는 계절이주는 특혜를 잃지 않으려 다소 무리한 출발을 하였다.

뱃고동 울리며 13시20분에 목포를 떠난 쾌속선은 비금도와 흑산도를 경유하여 홍도에

는 16시00분경 닿았다.


울릉도에서의 기쁨이 채 식어가기 전에 찾아온 홍도는 환상의 섬이라 불리는 이유를

그곳에 머무는 동안 나로 하여금 쉽게 깨닫게 해 주었다.


홍도에 닿아 마중 나오신 예약한 모텔 사장님에 안내에 따라 배낭을 맡기고 깃대봉을

향해 시나브로 올랐다. 공사중인 나무계단 길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시종 숲 속 터널

길로 이어졌는데 섬 주변 풍광들은 가끔씩 내 발길을 정지시켰다.


선녀가 내려와 닦으셨는지! 기름 발라 주셨는지! 나뭇잎들 모두가 윤기 흘러 빛났다.

청정지역의 수목은 실로 건강하게 보였는데 바람강한 악조건 속에서는 강한 것만이

이처럼 양분을 취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무사이의 길은 아늑하고 햇살은

정갈하였으며 오늘도 태양을 먹고 더욱더 짙어가는 이파리들에 내음은 기분 좋은 향기로

넘쳤다. 나는 그 향기들을 탐욕스럽게 들이마셨으며 오관전체로 그 시간의 심층을 부여

잡으려 가슴은 두근거렸다.


맑은 공기 좋은 향에 취한 듯 정상에 다다랐을 때 특이한 표시물은 없었고 분기점

표시석만이 정상임을 증명하기에 나는 높은 가지에 자유인의 손수건을 매 달았다.


유치환의 깃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자유인)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노(白鷺)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안 그는.


산은 그렇지 않은데 바다는 보통 한 시간만 바라보아도 질린다. 그러므로 바다는 멀리서

잠깐 볼 때가 가장 좋다. 멀리 수평선까지 확 트인 바다 풍경은 확  하는 순간이 지나면

단조롭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는 이곳의 풍광은 전혀 지루

하지 않았기에 나는 이곳에서 겨우 어둠이 식별될 무렵 내려서기 시작하였다.


별빛 젖은 밤을 보내고 어둠을 뒤져 동백군락지를 찾아 그곳에서 홍도 일출을 보았다.

섬에서의 일출은 처음 경험하였으나 장엄하였고 하트모양이 새겨진 일출 사진은 자유를

즐기는 나를 이해해주는 아내에게 보내는 나의 마음이 잘 들어난 것이었다.


바닷물의 표면에서 떠다니던 아침노을의 붉고 노란 빛깔이 초록 물결을 타고 흔들 거리

며 반짝일 때 유람선에 올라 2시간30분여 홍도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는데 코믹하고 재치

있는 어투의 선상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감상한 홍도는 그저 눈으로 바라만 보면 가슴은

물결처럼 너울졌다.


10시30분 배로 홍도를 떠나 목포항에 입항하여서는 목포의  먹거리 명소를 찾아 홍삼합과

낙지볶음 중 어느 것으로 할까를 매우 망설이다가 결국 낙지볶음을 중식메뉴로 택하였다.


목포에는 또 유달산이 있다. 산이라는 느낌보다는 전체적으로 공원에 가까웠지만 계속

이어지는 계단 길은 이미 더운 날 녹녹치는 않았다. 머물며 실버 관광도우미 할머니의

익살스런 설명으로 목포를 살피는 도움을 받았으며 도보로 목포역으로 이동하여 식당칸

달린 새마을 열차로 귀가하였다. 


돌이켜 생각건대 산림청에서 100대 명산을 지정하여 나로 하여금 국토순례의 명분을

주지 않았더라면 배 타기를 싫어하는 나는 결코 울릉도나 홍도를 찾는 행운들을 상실

하였을 것이다. 조국의 산하와 바다와 섬들을 돌아보며 더욱더 조국에 대한 애정은

깊어만 갔고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사는지 하는 위치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부여해준 산림청에 나는 감사마음 보낸다.


이제 조금은 힘들었던 99회 명산 순례를 마쳤기에 한 곳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름은

대암산으로 강원도 인제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한 내 명산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100회 산행지로 일찍이 정해두었는데 나는 아내와 함께 오르기를 희망하고 있다.

 

흑산도에 정선 하였을 때 선상 앞쪽으로 나가 검은 바람을 맞아 보았다. 

 

한창 공사중에 있는 계단길 

 

연록을 좋아 하기에 담았으나 빛깔고운 나무 이름은 모른다.

 

숲 속 터널길을 빠져나오자 능선길은 이처럼 시종 오솔길로서 끝점은 홍도2구라 한다. 1구와 2구 주민은

쪽배로 왕래하는데 바닷길이 험한 날에는 이길을 따라 이동한다.

 

우리나라의 산은 약5,000개 섬은 5,500개라 하는데 저런 바위섬도 개별섬으로 계산하여 말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유치환님에 깃발을 흉내 내었다. 노스탈쟈만이 수건을 매달겠는가? 자유인도 매달았다. 

 

홍도1구와 2구를 가르는 분기점으로 깃대봉 정상이다. 

 

초록빛 바다는 호수와도 같았다. 

 

홍도 유람선들이 일과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촬영할 땐 몰랐는데 이처럼 하트가 나타나는 작은 신비로움에 나는 신났다. 

 

조금 더 위로 솟은 태양은 둥근 빛을 카메라에 주었다. 

 

솔잎은 작지만 매우 싱싱하고 기름바른 듯 윤기가 넘친다. 

 

아침 노을이 아름답게 홍도를...! 홍도로 물들이고 있다. 

 

잔잔해 보이지만 실상 만만치 않은 너울이 일고 있는 것이다.  

 

유람 선상에서 아침햇살 맞으며...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듯 간신히 매달려 있는 저 바위는 억겁을 지나왔으리라...

 홍도 유람 중 수많은 기암괴석을 볼 수 있었는데 그중 머리에 햇살 쏟아지는 바위 하나다.

 

 촛대 바위라한다. 배는 보이는 굴속 끝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관람의 편의를 위하여 전진하였다.

 

 목포로 나가는 배를 기다리는 시간에 이곳을 찾지 않고는 홍도를 떠날 수 없었다.

 

전복이 얼마나 싱싱하였던지 어금이를 앙 다물면 빠져나가고...또 나가고...힘들여 맛나게 먹었다. 

위 한 접시에 1만원 하였다.

 

여객선 터미날 인근에서 중식을 마치고 걸어서 유달산으로 가는 도중에 의미 있는 이곳을 지났다. 

 

 유달산 제2봉이다.

 

 유달산 높이는 228m 였으나 목포 주변을 내려 보기에는 충분하였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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