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설악, 한계령-대청-봉정암-백담사

Parkyoungki-Paolo 2007. 8. 22. 16:44
 

한계령-중청-대청-중청-봉정암-수렴동계곡-백담사


설악에 가면 산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으로 특별히 멋들어진 진산이다.


등산을 하기 전에 늘 그랬듯이 육체적 자극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할 준비가

된 채로 09시경 한계령에서 대청을 향한 발걸음은 시작되었는데

지난 6월에 지났던 같은 길이 그때에 비하여 길이 잘 다듬어져 오르기 편했고

부지런히 걸었더니 오색에서 출발한 B팀 선두와 정상에서 조우할 수 있었다.


중청에서 대청으로 오르는 길에 발을 앞으로 들어올리면 땅에 닿는 곳은 3시

방향이다. 바람이 얼마나 강하였던지 대청봉 정상비 앞에서는 사진 촬영조차

하기 어려웠으며 여름은 실종되었고 한 계절 건너 겨울로 날아든 느낌이었다.

벼락 맞을 염려는 덜한 날씨였지만 날아드는 돌에 맞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로 무지무지하게 강한 바람은 소백산 칼바람도 반야봉 된바람도 한 수

아래일 것이다. 생각하면 아직도 양 볼이 모두 얼얼하다.

나는 설악바람을 배낭가득 담아왔는데 잠 못 이루는 더운 날 좋은 사람 머리맡에

살며시 풀어주어야겠다.


대청봉에서 발걸음 다시 돌려 바람을 뚫고 중청대피소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점심 요기를 하였는데 몸과 신경은 모두 곤두선 채였으며 감각은 폭풍이

지나갔다고 말하고 있었다.


봉정암으로 내려서는 길목에 들어서니 바람은 온데간데없고 바람에  열리는

구름 아래로 쏟아지는 햇살은 매우 강해 그 시련을 겪는 풍경은 유난히 빛났는데

빛에 노출된 봉정암 주변 풍경은 설악 제1경으로 손색없다.

특히 용아장성의 나열된 쭈삣쭈삣 기암괴석아래 주변 공기는 너무 맑아서 마치

녹색 맛이 나는 것 같았고 어쩌다 흘러들어온 땀 한 방울의 짠맛도 매우 좋았으며

시리도록 짙푸른 녹색의 여름 산의 유혹으로 이끌려온 이들에게 청량감과 함께

자연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벡코라스로 곤충들이 합창을 들려주었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은 100인데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것은 겨우 하나...

열심히 고개 돌리며 주어진 시간동안 설악을 마음껏 누렸다.

빠르게 올라 게으르게 내려오는 짭짤한 산행을 오늘 후미와 함께 하산함으로서

쏠쏠한 여유 산행의 재미를 처음으로 알았다.


수렴동 계곡을 하염없이 따라 내리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게 펼쳐지는 절경은

수시로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으며 낙차 큰 무명폭포도 수십은 도열 하고

있었고 그 아래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다 지친 명경지수는 끝내 파랗게 멍들고 말았다.

참을 수 없는 알탕의 유혹......

애기 설녹 이파리를 풀어놓은 듯 맑고 깔끔한 녹차탕은 더운 날 스쳐 지나기가

가장 어려웠던 경관이었으며

풍~덩~뛰어들고 싶었던 목마름을 일행 모두가 겨우겨우 잘 참아냈다. 


수렴동 계곡아래 평화로운 곳에는 단아한 모습으로 백담사가 자리하고 있었고,

만해 한용운님에 자취를 살펴보며 기념관내에서 친필로 쓰여진 님의 침묵을

읽노라니 감격은 실로 매우 컸다. 


시계를 보니 17시 25분이다.

서둘러 17시 30분발 셔틀버스를 타고 리무진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구름은 쏜살같이 날아가고 가끔씩 열리는 하늘아래 풍경은 산행자의 기쁨이다. 

 

 

 

얼마나 바람이 쎄던지 당해낼 수 없었다.  똑바로 서면 날아가 겨우 버티며 촬영했다. 

 

이토록 생명은 강인한 것, 바람에 나는 못견뎌도 화초는 잘 이겨내고 있다. 

 

 

 

커다란 돌덩어리... 

 

제 모습 들어낸 서슬퍼런 용의 이빨들.

 

 

봉정암 청와위로 솟구친 용아. 

 

 

봉정암 별채뜨락. 

 

낯설지 않은 자태? 

 

저런 바윗길을 우정 찾아 즐기는 산 귀신이 많다는 데....나는 그저 바라 보기만 해도...덜덜덜. 

 

숨은 그림 찾기...높은 곳에 날아든 미국제 새 한 마리를 찾아보세요. 

 

높다, 크다, 멋지다. 그러나 이름은 없다. 

 

너럭바위 아래 철다리를 편안히 건너는 일행. 

 

 

 

녹차를 풀어놓은 듯한 저 탕속으로 뛰어들고픈 목마름! 

 

수마에 흔적위로 다시 놓여진 목제 다리는 하염없이 걸어도 조금도 지칠 것 같지 않았다. 

 

 

시리도록 짙푸른 녹색의 여름 산은 내가 찾는 이유다. 

 

 

 

백담사에서의 침묵......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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