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로 가는 길 성산대교를 건너며 물끄러미 바라본 한강은 도도히 흘렀다.
어제 아침에 일어나 뒷베란다에서 하늘을 보니 범상치 않은 구름 모습에 아침햇살 닿아 더욱 멋졌고
도당산위로 해가 떠오르려 무던 애를 쓰는 모습은 마치 가을이를 출산하려 산고를 격는 듯 했지만...
나는 그냥 외면하고 산으로 떠났다.
먼저 도착한 일행과 좋은 타이밍에 합류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웠고.
의상능선에서 바라본 계양산과 그 주변으로 멀리 영종도까지 구분가능한 그런 시정거리가 확보됐는데!
점차 어두워 지더니 태풍 나리와의 힘겨루기에 밀린 하늘은 지친 땀을 부슬비처럼 뿌려댔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고 위로 올랐다. 오르며 내려본 젓줄 한강은 점점 더 넓어져 갔다.
햇살은 숨겨져도 시정은 투명한 날 초목은 더욱 푸르렀고 우리네 마음은 탁 트여 바라보기 좋았다.
아랫마을은 서서히 안개에 젖어들어갔지만 우리는 감상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태풍이 지나간 오늘에 날씨는 산행하기에 딱 좋을 것 같았다.
어제 보다 훨씬 더.....
하늘이 나를 두 번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기에
그래서 다시 삼각산으로 나서려는데
아내가 아주 오랜만에 산행길에 동참해 준단다.
이 좋은 날 다이아몬드보다 더욱 광채나는 가을 햇살을
아내도 하늘 가까운 곳에서 다정히 만나고 싶은 욕망을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함께한 산행은 시종 게을렀지만.
그래서도 좋았다.
산행들머리로 지줄거리는 소귀천 계곡을 좇아 올라 대동문에서 대남문으로 방향을 옮기다 뒤를
보니 도봉자락이 선명하였고 그 뒤로 숨었던 뭇 산주름들도 오늘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수락과 불암이 뚜렸하고 동으로 켜켜이 드리운 정체모를 산들은 나의 과제물이다.
노적봉과 백운대, 만경봉과 인수봉이 함께 보이는 이 곳은 산성자락으로 삼각산을 제대로 조망하기
에 안성마춤이었다.
대남문 앞뜰에 자리펴고 누웠다.
그리고 하늘을 보았다.
대남문 용마루에 걸친 하늘이 얼마나 푸르른가!
자줏빛 꽃잎에 파란 알갱이를 품고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촬영하였다. 네 이름은 무엇?
입수 허가된 지역에 들어가 산행 피로를 차거이 흐르는 물에 씻겨 보내고 먹거리 찾아 나섰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식당을 찾았다.
묵밥과 해물파전, 그리고 시원한 생맥주를 즐겼고,
생소한 메뉴 묵밥은 정말 맛났기에.....
아내는 다시 함께 오겠다는 약속을
슬며시 눈으로 내게 보내왔다.
하산길 문수사에서...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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