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여름 산행기
2008년 8월 7일
유일사매표소-유일사-장군봉-천제단-문수봉-작은 문수봉-당골
오랜만에 야간열차에 몸을 실고 훌쩍 떠났다.
나에겐 방랑기가 있어 가끔씩은 홀연히 자유로움을 찾아 어딘가 다녀와야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어 한참을 살 수 있고 충전된 에너지가 고갈되면
다시 또 좋은 에너지를 충전받기위해 떠나게 되곤 한다.
이번엔 도계에 있는 이끼폭포를 찾아가 세 시간여에 걸쳐 250컷을 정성스레
사진 찍고 여름 태백산의 모습을 살펴보며 태백의 정기를 충전 받아 왔다.
겨울에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는 태백산을 다른 계절에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겨울에는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천제단에 다다랐는데 한여름 산행은 그리
녹녹치가 않았다. 능선에 올라서서야 바람이 지나고 있어 선선 했으며
산행에 나선 사람들도 간간히 만났다.
오르막에선 숨 막혔고 목마름은 겨울과는 너무나 달리 이르게 다가와
넉넉히 준비한 음료를 모두 비웠음에도 곳곳에서 만나지는 약수마다 한 잔 이상씩
들이켜 여러 약수의 독특한 맛을 음미비교하며 갈증달래야 하는 색다른 재미가
쏠쏠했지만 겨울에 아이젠 차고 올랐던 산길은 여름에 보니 대부분이 너덜
지대로 차라리 아이젠 차고 걸었던 겨울 길이 편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겨울 산행 때 들리지 못했던 단아한 유일사 경내도 찾아가 돌아보고 난 후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군락지를 찾아 올랐더니...
가지가지가 싱싱하게 푸르렀고 이파리는 간간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으며
천제단에는 겨울과는 달리 인적은 드물었으며 나는 정상비를 그늘막 삼아
뒤편에 발 뻗고 앉아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태백산이란 이름은 순수 우리말로 풀면 크고 밝다는 뜻으로 “한밝 뫼”라고도
옛사람들은 불렀다한다. 산이 온통 하얀 자갈로 되어 있어 눈 없는 계절에도
아래서 위를 쳐다보면 흰눈이 쌓인 것처럼 밝게 빛난다 하여 붙여졌다는데
장군봉, 천제단, 문수봉, 소문수봉등지에서 이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래도 설화와 상고대에 익숙한 태백산 능선이지만 녹음 짙어 울창한 수목과
차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당골 계곡은 여름 산행지로서도 손색이 없었고
여유로운 기차시간에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 연못을 찾아가보았더니
태백시민들에 휴식공간으로 잘 조성되어 있었으며 더위를 피해 나온 듯
많은 인파로 붐볐다.
오늘은 내 삶을 넉넉하게 해준 풍요로운 하루였다.
하루의 반쪽은 별빛으로 충만하고 또 반쪽은 햇살로 충만했다.
별빛 맞으며 찾아간 이끼폭포는 졸졸대는 소리와 아름다움으로 내 마음을
취하게 하여 행복 충만했고 올해 들어 가장 무더웠다는 한낮에 햇살은 산에
오른 자들에 시련이었지만 태백산 정기를 흡입하는 행복감으로 충만했다.
10시 30분경 유일사 매표소를 지나 산행 초입에서
너른 길을 두고 숲속 오솔길을 따라 유일사로 향했다.
요상한 녀석이 눈길 잡았다.
괴이한 녀석도 내 눈길 잡아챘고
유일사 경내의 장작더미
유일사의 무더운 여름 날
장군봉에는 정오가 조금 못미쳐 당도했는데 내부에 그림자 하나 없는 것을 보아
정북을 향해서 제단이 축성되었음을 알아채게 되었다.
장군봉에서 천제단으로 오르는 능선에는 각종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내가 먹고 마실려고 준비한 먹거리를 제물로 올려놓고 마음 속으로 몇가지 기원을 드렸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이었다.
그런데 마치 향불 피워 연기를 낸 듯이 제단위로 구름이 머물고 있다.
내가 조금 전 약식의 제를 올렸었는데...
조짐이 좋다.
문수봉에는 탑들이 점차 늘어나 6개나 쌓여 있었고
하얀돌들을 잔뜩 이고 있어 태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사실이 입증되는 현장이다.
문수봉 정상비와 탑
가장 멋진 탑 뒤로 함백산이 보인다.
문수봉과 소문수봉 사이 능선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삼삼하고 고요한 자태의 산주름이 켜켜이
둘러져 있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저 멀리까지 내 눈에 보였다.
소문수봉을 깃점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소문수봉에서 당골로 하산하다 마주친 하늘정원 전망대.
깨끗하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당골 계곡
당골 계곡에도 이끼가 잔뜩끼어 있었다.
메디슨 카운티 다리를 연상케하는 나무다리.
당골로 내려서는 오솔길에도 침엽수림이 울창한데 공기는 맑고 햇살은 정갈하였다.
서낭당으로 보이는 이것 때문에 당골이라 불리우는가 싶었다.
주목을 상징하기도 하는 태백산에 어울리게 주목 그루터기에 조경 단장한 가운데 것이 특별했다.
겨울이면 눈꽃축제가 개최되는 너른 마당에 여름이면 영화축제가 열린다.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을 처음으로 찾아 갔다.
이곳에서 생성되어 흐르기 시작한 물줄기는 굽이굽이흘러 여러사연 담은 채 결국 바다로 간다.
저 아래 첫물과 나는 바다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충성!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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