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산 산행기
2008년 7월 29일
국수당-우정능선-정봉-연인산 정상-소망능선-백둔리
대략적으로 62개월 만에 연인산을 다시 찾아 올랐다.
철쭉이 아름답던 시절에 찾았던 연인산에서의 감동이
여름에 찾은 이번엔 내게 어떻게 전해져 올까!
궁금하기도 하고 거칠 것 없는 산행을 위하여 앞으로 나아갔더니
길섶에 핀 들꽃들에는 이슬인 듯 빗물인 듯
맑은 물 머금은 모습이 청초하였지만 특별난 볼거리는 없었다.
습한 산기운에 끈적한 육숫물이 한참이나 흐르고 난 뒤
온몸이 흐질건 해졌을 때 능선에서 바라본 산봉우리엔
무엇이 그리 아쉬운지 산을 떠나지 못하는 구름이 자욱이 머물고 있어
산으로 내가 오르는 건지 구름위로 내가 오르는 건지
몽환적 분위기에 잠시 신선이 되었다.
사람이 되어 구름을 뚫고 정상에 오른 보람을 안고 머무르며
꼭대기를 다녀가는 산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도 구경하고
또 산 이야기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는
선두팀을 맞이하고는 이내 하산 길로 접어들었는데
올라올 때와는 다르게 꽃들은 보이지 않고
지줄거리는 계곡물소리만이 청량하였기에 나는 기꺼이
숲 속 개울로 찾아 들어가 깨끗한 물에 산행피로를
금세 말끔히 씻어냈지만 날머리 끝자락엔 훨씬 더 크고 너른 물이
하얀포말 일으키며 세차게 흐르고 있어
다시 물에 들어가 노닐었더니 지금 내 등판이 따갑다.
오늘은 중복! 이런 날 보양탕으로 쓰여지는 녀석이 내 곁을 스쳐지나가 다행이었다.
니들이 나를 잡으러 떼거지로 온 거야?
하는 듯 달려들 기세가 아니었던 게 정말 다행이었다.
산행준비 추스리던 사람들에 표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들에 공포심을 엿볼 수 있다.
62개월 전에도 이랬었다.
침엽수림이 빼곡히 우거졌기에 나는 좋은 이미지로 연인산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오늘에 찾은 연인산은 내 기억 속의 그것에 비하여 족하지 못했다.
거친 호흡을 즐기려 나는 산을 오를 때 좀처럼 쉬는 시간없이 논스톱으로 최고봉까지 오른다.
하지만 청아한 낙숫물 소리가 들려올라치면 오늘같은 날 도저히 그냥지나칠 수는 없는 것이다.
맑은 날임에도 산자락에는 전날 내린 빗물이 증발하는 그림자로 희뿌였다.
가만히 이끼를 들여다 보았더니...
삼척 고건리 성황골 이끼폭포에 하루라도 더 빨리 가고싶어졌다.
초록과 연분홍은 그리 썩 잘 어울리지 못한다.
고추잠자리는 벌써 가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인가?
능소화 빛깔과 흡사한 것이 보기에 좋았다.
수줍음 없는 꽃들에 용기는 수술과 암술을 마구 들이밀어댄다.
나비 한 쌍이 평화롭다.
외로움은 고독한 것!
지난 날 찾았을 때에는 이 지점 즉 안부에서 바라본 연인산 정상은 울긋불긋 철쭉의 향연이었었건만
오늘 이 지점에서 바라 본 정상에는 구름만이 뿌엿게 걸쳐 있었다.
그토록 흐드러지게 아름답게 피었던 철쭉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계절 속에 뭍혀버린 꽃과 추억은 허무라는 말로 동질이다.
위치 표지석이 내 등판 깔개가 되어 주었기에 나는 드러누워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지방자치제가 불러온 이름은 연인...산
어쨌던 이름이 곱다.
나는 내가 내 모습찍기에 익숙하다.
반면에 표정은 언제나 무표정으로...
왜 이래야 하는지?
살아온 길도
살아가는 길도 평화로운데...
불현 듯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9시 15분에 시작한 산행이... 정상에는 아마도 시계가 가르키는 것보다 5분은 더 이르게 도착했을 터!
하얀 포말 일으키는 물을 바라보면 왠지 더 맑아 보인다.
그리고는 괜시리 물과 한판 붙어보고싶은 충동이 일어나기에
나는 얼른 제정신 차리기에 바쁘다.
격결하게 포말을 일으켰던 낙숫물도 바닥이 잔잔해지면 흐름또한 고요해지기 마련!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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