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산 산행기
2008년 10월 14일 (화요일)
강당휴게소-능선등산로-장군바위-정상-철마봉-강당휴게소
가을은 그리움이 많은 계절이다.
그 그리움의 진원지는 어딜까?
석양이 뉘엿뉘엿 기울어지면 왠지 섧고, 땅거미 내려앉을 때 하늘 한번 다시 보면,
고왔던 인연들에 소식이 궁금하고...잘들 계시겠지!
오늘은 아산시에 위치한 광덕산엘 올랐다.
평택항을 지날 때 얼마나 안개가 짙은지 산행에 어려움이 예상되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역시 아침은 안개를 벗기며 밝아오는 비현실적인 모습으로의 시작이 한낮에 맑을 것을
예고하고 보통 이 예고는 지켜진다.
강당리 휴게소 옆 화장실에서 동으로 난 조붓한 등산로를 따라 올랐다.
이 등산로는 광덕산을 일주하듯 능선을 타고 계속 이어졌는데 대부분의 산길에는 3층
높이의 소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찼고 하산로 철마봉 길에는 많은 종류의 활엽수로 그득한
숲을 이루고 있었지만 풍광이 가슴 시리게 좋다거나 특별난 볼거리 없는 산행이었다.
나는 이따금 비탈에 버티고 선 나무에게서 군더더기 없는 근육질의 남성을 보고
무성하게 잎을 달고 가지를 내린 나무에게서는 포근하고 아늑한 여성을 느낀다.
여성스러움으로 가득 찬 산길은 육산으로 일반 운동화를 신고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흙길이었으며 정상 가까이 일부 구간만이 거친 너덜 길이었다.
나는 이런 육산에 숲이 드리워 산책로와 같은 능선걷기를 선호하기에 나에게는 즐거운
산행지였다. 걸으며 넘어지거나 미끄러질 염려가 없는 길을 걷다보니 강원도 나무꾼들이
나무하러 나갈 때 불렀다는 나무타령이 흥얼거려졌는데 이런 식이다.
엎어졌다 엄나무, 잘 참는다 참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자장자장 자작나무,
늙었구나 느티나무, 방귀 뽕뽕 뽕나무, 하나 덧붙여 콜콜 잠꾸러기 콜크나무...
아무래도 새소리 외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런 숲길에서 불러야 제격인
나무타령이고 음정박자 무시하고 제멋대로 불러야 더 노래가 된다.
흥얼거리며 문득 지나는 생각에 미소 지어졌는데 그것은 너도밤나무가 생각나서이다.
유럽 문학책을 읽다보면 “너도밤나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곤 했었고 궁금하여
어느 날 유럽여행 중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먹을 수 없는 밤 알갱이를 떨구는 밤나무인,
너를 밤나무라 할 수 있겠느냐는 질책의 의미로 불리우는 이름이라 했었다.
먹지 못하면 안 먹으면 될 것이지 핍박까지는 지나치다는 생각이었지만 유럽인에
해학적 풍류가 보여 그때도 웃었다.
하늘도 높고 바람도 좋은 날 모처럼만에 명랑한 산행을 마치고 외암리 민속마을로 가
맛난 중식 후 두루두루 구경하고 공주 마곡사에도 들려 관람했는데 사찰주변 풍광이
매우 뛰어났다. 마곡사를 품고 있는 산 이름은 태화산으로서 약 두 시간코스의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었기에 여건이 좋으면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 들었으며 십여일 후 마곡사를
찾는다면 계곡과 사찰주변 오래되고 커다란 활엽수들이 오늘보다는 훨씬 더 곱게 노랑과
빨강으로 채색되어 있을 것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19세기 나의 행적이 담겨 있는 송악저수지와 삽교호를 거쳐 머물다 왔다.
겸손한 탓인지...관리가 잘 안되어 정상석은 벌렁 드러누워 있었다.
솔솔바람 불어오는 산길 걷기는 룰루랄라 흥겹다.
3층 높이의 적송사이 길에 정갈한 햇살이 나무 가지를 뚫고 내려 앉았다.
하산 마지막을 알리는 계곡물소리가 힘찼고 출렁다리를 건너는 스릴도 재밌었다.
아침에 아산 방조제를 달리다 한켠에 차를 멈추고 갯벌에 내그림자 올려놓고 찍었다.
끝이 없을 것 같이 광활한 갯벌
외암리 뒷동산에서
섭다리는 장식용으로 통행은 불가하다.
지금도 간혹 사용되어 진다는 물레 방아간
너와 지붕과 초가 지붕의 조화
송악저수지로 1990년대에 내가 설치던 오리사냥터였다.
유구로 가는 길가 황금들녘
마곡사 경내
마곡사를 휘돌아 나가는 계곡에 드리운 가을 나무들의 이파리가 노랑과 빨강으로 채색되고 있었다.
출입 제한구역임을 알리는 완곡한 표현이 이채롭다.
삽교호에 비친 석양이 주는 황금물결
광덕산 산행기록
-자유인-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한라산과 제주 (0) | 2008.11.06 |
---|---|
소백산 산행기 (0) | 2008.10.28 |
명성산 산행기 (0) | 2008.10.08 |
인천산 종주 (0) | 2008.10.01 |
무의도 국사봉과 호룡곡산 산행기 (0) | 2008.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