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8일 올해도 추석을 별 탈 없이 보내고 가을 산행을 위해 나섰다.
불암산과 수락산을 난생 처음으로 올라보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많이도 들어왔던 친근한 이름이지만 이제 사 찾게 되었으니 어찌된 일인가?
상계역을 들머리로 정암사를 거쳐 정상에는 09시경에 이르렀지만 볼 수 있는
것이라곤 불과 100여 미터 전방의 경관들이다.
짙은 안개에 젖은 서울은 아직 깜깜하다. 모두들 안개를 덮고 주무시고 계시는지!
그래도 정상은 이미 부지런한 산꾼 몇 분이 점령하고 있었고,
얼마간 산마루에서 머물며 마음속으로 시내를 그려보다가 수락산으로 향하였다.
아내가 처녀시절 이산에 올랐다가 산에 대한 공포증세를 얻은 채 아직도 떨구지
못하고 있다는 산이기에 퍽이나 체험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처럼 늦게도 왔다.
길 자락이 많고 시계도 어두우니 엇갈려 만나게 되는 분들에게 계속적으로
내 길이 덕능고개로 가는 길이 맞는가를 확인하며 앞으로 전진 하였다.
덕능고개는 서울시와 남양주시간의 시계이며 불암산과 수락산의 구별 점
이기도 하다. 이사이로 6차선 도로가 지나는데 도로위로 연결 교량통로를 설치
함으로 생태계도 이어지고 산행객도 나처럼 편안하니 좋다.
수락산으로 향하는 길은 우측으로 수도방위사 철책이 길게 설치되어 있어 어수선한
현 국제정세흐름에 대하여 생각을 떨칠 수 없었고 발길도 늦어졌다.
불현듯 안개가 어느덧 많이 거쳤다는 느낌이 와 닿는다!
제법 멀리보이고 볼 것도 많아졌다.
도솔봉에 이르니 지나온 불암산은 멀리 검게 멀어져 있고 가야할 수락 정상은 바로
앞에 서있는데 주위 암봉들의 자태가 웅대한 것이 삼각산의 그것들과 다름없다.
여기서 인왕-북악-삼각-도봉-사패-수락-불암산이 같은 줄기로 산세와 지형 그리고
토질이 같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따라서 화강암으로된 암봉이 많고 길은 마사토로서 미끄러짐을 주의해야 하였다.
경관은 좋지만 내가 선호하는 산행 길과 지형지물은 아니다.
이 좋은 곳은 나보다 산을 더 좋아하는 산꾼이나 클라이머들에게 적합하리라.
나는 부산의 금정이나 광주의 무등과 같은 육산이 편안하다.
이곳 어느 산봉우리라도 오르기 어려운 암봉이었고 설치된 시설물에 도움 없이는
정상에서의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나열한 서울의 산과 산들에 속한 봉우리는 모두가 대머리 바위
봉우리였다.
곳곳 조망 좋은 자리에는 산꾼을 가장한 장사치가 선점하여 좌판을 벌려놓았고
주변에는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희희낙락하며 음식물 냄새를 피워댔다.
추석연휴가 끝나는 일요일에 의미 있는 나들이를 즐기려는 듯 가족이 함께하는
산행객이 많았으며, 산길은 곳곳이 정체를 빚어 조금은 답답함도 있었지만
그래도 노부모님과 아이들을 데리고 나선 젊은 부부들의 모습은 더욱 보기 좋았고
서너 살 남녀어린이가 힘들다는 투정 없이 산을 즐기고 있음은 나로 하여금
여러 생각이 들게 하였는데 지금 생각하여도 녀석들이 대견하다.
수락정상에서 나 역시도 장사치에게 얼음과자를 사먹었다. 1000원을 주고........
비난의 눈길로 바라만 보았던 장사치에게 사먹은 나도 이제 동조자가 된 것인데
더운 날 시원한 맛은 숨길 수 없는 기쁨이었다. 이 높은 곳까지 지고 왔을 커다란
아이스박스와 장사치의 몸을 연신 비교하였는데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는 단풍이 물들고 있었지만 빛깔이 곱지는 못하다.
아무래도 가을 가뭄이 마른 단풍으로 가을을 늙게 하고 있어 쪼그라진 이파리는
빛깔도 어두워 더욱 초라하였다.
오히려 너럭바위와 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가 이 가을에도 보기 좋았으며
산에 드리운 단풍진 모습은 멀리서 보았을 때 그래도 보기 괜찮았다.
기차바위라고도 불리우는 홈통바위를 동아줄에 의지하여 내려와 도정봉을 거쳐
동막골로 하산하였다. 웰컴투 동막골에서의 강원도 동막골과는 다른 선진화된 마을로
의정부시에 속하는 유원지 마을이었고 붐비는 산행길 여파로 시간은 이미16시에
가까워짐으로 당초 예정했던 사패산 경유 송추에서의 귀가를 여기서 마감하였다.
회룡역에서 인천행 전철을 탔다.
타고 보니 빈자리가 없다. 부천까지 서서가야 할 생각이드니 힘겹다.
서 있는 사람은 많고, 그런데 이게 웬 행운인가!
서너 역 지났을까? 내가 서 있는 앞에 앉은 젊은 동남아 외국인이 사장님하며 내린다.
얼른 앉은 후 옅은 미소를 머금을 수가 없었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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