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팔봉산, 공작산 산행기

Parkyoungki-Paolo 2006. 8. 31. 10:51
 

주변 모든 여건이 산행하기에 알맞게 조성된 날, 8월30일에

연초부터 계획하였던 100대 명산산행에 나섰다.


여유롭지 못한 마음은 새벽녘에 눈이 떠져 더 이상 잠 못 이룬다.

약속도 없고 지켜야할 시간도 없는데 나는 늘 이렇다.......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뽑아 나온 시간이 03시50분.


올림픽대로의 가로등은 앞길을 굽어 살펴주었고 북쪽 불빛은 강 아래

드리워져 물결에 흔들린다. 선유도를 지나는 즈음 몸이 움츠러들며 소름이 돋는다.

문득 얼마 전 관람한 화제의 영화 괴물의 주 촬영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한강변 새벽공기가 맛있다.........

창을 모두 열어 재껴 마음껏 들이마시고 뿜기를 반복 하였다.

바람이 귀를 때리고 머리를 다 뽑아 버릴 듯 세찼지만 그대로 그렇게 달렸다.

미사리 끝 무렴에 복 전문점 간판이 눈에 들어와 이곳에서 복지리로 맛난

아침식사를 하고 시계를 보니 5시20분이고 차량메터기는 50.4km를 가리키고 있다.


양평을 지나고 대명비발디를 중앙으로 관통하여 나오니 팔봉산(302m)주차장이다.

시간은 6시40분, 홍천강은 힘차게 흐르고 팔봉은 운무에 싸여 신비로운 자태로

열 지어 솟아있다. 주차장과 매표소에는 관리인이 없어 그대로 산행 시작이다.


철도침목을 잘라 만든 계단을 시나브로 따라 오르니 제1봉에는 쉽게 닿았다.

거친 2봉과 3봉을 지나니 소문난 해산굴이다.

배낭을 던져두고 등을 뒤로하여 앞발로 밀며 오르니 쉽게 통과되었고 아직도

주변 풍경은 운무에 휩싸인 채 숨어 보이지 않는다.

팔봉산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산행길의 연속으로 악산에 속한다.


어느덧 7봉에 다다르니 아래로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가 눈에 차고 8봉에서는 왜

팔봉산이 좋다고 하는지 그 까닭이 절로 깨우쳐지는 풍광으로 마음 흡족해졌다.

팔봉을 안고 도는 강물을 바라보다 나는 마치 빨래 가에 앉아계신 내 어머니의

무릎위에 서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한참을 머물다 강으로 떨어지듯 하산하여 강변 산 아래에 덧댄 길을 따라 걷는데

강에는 강태공들의 견지낚시 모습이 분주하였다.  


다음 산행지 공작산 산행을 위하여 공작골에 도착한 시간은 11시30분이고

차량메터기는 178km를 가리키고 있었다.

공작골 가든식당에서 점심을 하며 주인장 내외와 이것저것에 대하여 담소를

나누었는데 음식도 맛나고 친절하여 머무르기 편했으며 특히 뛰어난 음향시설이

마음에 들었다.


휴식 후 12시30분경에 산행 시작하였다.

흐르는 개울가 좌편 숲길로 접어들어 한낮의 작렬하는 태양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철 잃은 장끼 한 마리가 꿩꿩거리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후두둑나는

모습이 잠시 눈에 스쳤는데 그 빛깔이 고왔다.


산세의 아름다움이 공작새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공작산(887m),

그런데, 새는 왜 새라고 불리울까?

하늘과 땅 사이, 포유류와 파충류사이, 사이사이가 새가 된 것은 아닐까?

어쨌든 나는 가는 계절과 오는 계절이 공존하는 이곳에 계절사이에 왔다.

한 마리 새처럼...!


정상으로 가는 길은 숲의 터널로 이어졌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하다.

울창한 침엽수림은 피톤치드를 아낌없이 내게 주어 심신피로회복에 도움을 주었으며

팔봉산과는 달리 육산의 형태로 온순하다는 느낌으로 시종 걸었는데 정상을

200여 미터 앞둔 지점부터는 이곳도 암봉으로 험하였다.

작은 산이라도 이처럼 정상을 쉽게 오르게 하지는 않는다.

산마루에서는 홍천군일대가 눈 아래 들어왔다. 시원스레 조망되는 아래풍경은

정상에 선자들의 기쁨이려니......

하지만 안타까움이 있었다.

참정상의 위치에는 산불화재감시탑이 철망에 보호된 채 있었고 그 안에 정상비가

있었다. 내가 기념으로 사진에 남긴 정상비는 찾은 자를 위로하기 위하여

달래듯 군청에서 비껴 설치한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하산 길 날씨가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계절을 통과하는 다소 찬바람이 연회색의

강고한 구름덩이를 몰아 계곡을 휩쓸며 그 매서움으로 나뭇잎을 떨게 만들다가

한편으론 소란스러운 소나기를 퍼 부었다. 하지만 아주 잠시 뒤  구름이 흩어져

태양이 환하게 반짝였다. 햇살이 진흙탕과 나뭇잎에 붙들린 외로운 빗방울에 부서졌고

바람보다는 오히려 햇살의 온기가 땅을 말려 주었다.


공작산 산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공작골을 산행들머리로 수타사를 날머리로 하여

종주하는 것이다. 라는 아쉬움을 안은 채 다시 찾게 될 날이 꼭 있을 것이라는

느낌으로 뒤돌아보기를 반복하였다.

주차장에 내려서니 오후4시다.

모처럼 차량을 갖고나온 외출이고 그냥가기엔 이른 시간이라 마음껏 오크벨리와

월송리등 내가 아는 숨겨진 드라이브코스를 찾아 즐기다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9시30분이고 차량메터기는 오늘하루 475km를 달렸다고 표시하고 있었으며

피로덕분에 나는 아주 오랜만에 깊고도 달콤한 잠 이루었다.


* 100대 명산산행 제89차90차 산행기임을 알립니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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