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73시간 (울릉도 성인봉, 영월 태화산)

Parkyoungki-Paolo 2007. 5. 11. 13:37
 

73시간


울릉도를 한국인 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가보고자 하는 동경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5월7일 청량리에서 밤 기차를 탔는데 젊은 아주머니와 함께 앉아가는 기차여행의 행운이 내게 있었다. 도계가 친정으로 홀로계신 어머니를 찾아 간다는 아주머니는 시종 마음 떠있었다. 비교적 자주 간다는데도 사람 사는 아름다움이 퇴색되지 않음이 좋았다. 13년 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바루도 올랐다는 아주머니가 도계역 플렛트홈을 빠져나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방을 두 개나 들었음에도 살랑살랑 어머니에게 날아갈듯 발걸음이 사뿐했다. 또 내리면서 하던 말, 우리 어머니 잠 안주무시고 저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하면서 웃던 모습도...나는 그분이 남겨준 먹거리로 요기하며 정동진에서 게으른 일출을 보고 묵호로 갔다.


10시에 출항한 쾌속정은 예정보다 다소 늦은 13시에 도동항에 내려 주었고 나는 바다에서 바로 성인봉으로 향했다. 바다에서 바로 산으로 가는 매력을 즐기려 그렇게 했다.


시내를 거쳐 대원사를 지나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까지의 시멘트 포장길은 맑은 날 복사열로 인하여 더위가 느껴졌으나 숲길에 들어서서는 바람이 불어와 상쾌하였다. 정상에 다다를 무렵 하산하시는 비구니 두 분께서 모자가 흠뻑 젖었다며 내게 측은지심을 보여주셨고 나리분지로부터 산행하여 이미 정상에서의 환희를 만끽한 분들은 한결같이 여유로워보였다.


성인봉은 참으로 뿌리 깊은 산이다. 바다에 잠긴 깊이가 약3,000m로 솟구친 높이의 3배를 동해바다 깊이 뿌리박아 푸른 기상을 위로 뿜어 올리고 있었다. 내게도 동해의 푸른 기상이 아래로부터 스며들었고 말 잔등 봉우리가 눈에 찼으며 잔등에는 군 레이다 시설이 올려져 있었다. 한편으로 비교적 맑은 날임에도 푸른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주변 봉우리들이 비교적 높고 먼 바다에는 해무가 드리워져 있어 회색빛깔이다. 983.6m 정상에서 북쪽으로 10여m 내려서니 그곳의 풍광은 참 좋았다. 나리분지를 감싸고도는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넓게 펼쳐보였으며 몸을 돌려가며 봐야 다 볼 수 있었다.


나리분지로 하산하는 계단 길은 곳곳이 재정비되고 있었으며 나리분지의 표고는 500m다.

드문드문 민가와 식당이 보였고 울릉도 유일 평야지대인 이곳에는 더덕이 넓게 심어져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화산 분화구인 이곳에서 천부로 내려가는 버스를 타고 바닷가 천부에서 다시 버스로 도동을 거쳐 저동항으로 갔다. 항구에 오징어잡이 배는 즐비하게 정박하고 있을 뿐 어둠이 짙어지는데도 등불을 밝히지 않아 나에 기대를 저버렸다. 5월에는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출항하지 않으며 6월이라야 본격적인 조업에 나선다했다. 나는 나리분지 농민과 항구의 어부들과 대화를 가져 봤는데 깊은 물 속살까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동해바다처럼 이곳에 사시는 분들의 정서 또한 환경과 같아 순수함을 듬뿍 보여주셨다.


다음 날 도동항에서 행남등대까지 왕복하는 산책을 하였는데 무척 좋았다. 울릉도 제1경으로 이곳은 반드시 찾아봐야할 곳이며 국내 다른 곳에서는 절대 체험치 못할 특별한 절경이 이곳에 있다. 암벽구조가 특이하고 묘하며 천연동굴도 몇 개나 있을 뿐 아니라 희고도 파란 포말을 만져볼 수도 있는 그런 곳이다. 나는 여기서 작은 조약돌 3개를 주어왔다.

 

이어서 울릉도투어버스로 4시간에 걸쳐 울릉도내 아름다운 곳들을 기사님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돌아보았고 오후에는 독도에 다녀올까 하였으나 파고가 높아 선박 출항이 통제되었다. 묵호로 가는 길은 괜찮았기에 17시30분에 출항하였다. 나는 배 떠나기 전에 울릉도를 더 즐기려 했다. 그래서 케이블카로 독도전망대에 오르고 봉래폭포를 봤으며 오전에 걸었던 산책로를 다시 찾았고 그곳에서 갓 잡아온 성게와 해삼을 용궁이라는 바닷가 카페에서 맛나게 먹었다. 30초반의 아들은 해부로서 싱싱한 해물을 잡아 올리고 60대 어머니가 수확물을 판매하는 곳이다.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담겨진 싱싱한 맛은 여적 혀끝에 감돈다!


묵호에 상륙하니 수십여 대의 버스가 나란히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행 버스는 내 마음을 조금 흔들었지만 묵묵히 다음 목적을 위하여 동해시에서 1박 하였다.


밤에는 몰랐는데 일어나 모텔 방 창문을 여니 옆으로 햇살비치는 동해의 푸른 물이 보여 기분이 아침부터 좋았다. 동해시에서 열차타고 영월역으로 와 택시로 태화산 들머리로 갔다. 발을 한걸음 위로 올리면 몸은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기를 꽤나 반복하여 태화산 산성에 당도하였고 등성에 이르러서는 게으른 진달래와 제철 맞은 철쭉이 맑은 햇살 받아 윤기 흐르는 모습으로 아름다웠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본 동강은 물이 적어 초라했다. 마치 아내 잃은 홀아비마음처럼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을 허전함 같은 그 무엇이 깊게 느껴졌다.


집 생각나는데 돌아오라는 메시지가 왔다. 아내는 침묵하는데 우리 예쁜 딸이 내게 보내온 것이다. “아빠! 방황 그만하시고 오세요! 사랑합니다...”

나는 집으로 빨리 갈 명분을 얻었고 늘 그렇듯 낯선 곳에서의 낯설음을 즐기다가 그것이 익숙해 질 무렵이면 집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는 확인을 하고 집으로 오곤 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해서 100대 명산순례97, 98회 차를 핑계로73시간을 자유로이 신나게 즐겼다.


-자유인-


* 자유로운 울릉도 여행에 관심 있는 분들께 참고 바라는 마음으로 울릉도에 다녀온 타임 스케쥴 

   과 경비 지출내역을 별도로 블로그에 올립니다

 

 정동진역에는 04시45분에 내렸다. 내륙은 아직 어둡고 동해바다에는 여명이 트고 있다.

 

 5시20분경 수평선에 드리운 해무로인하여 게으른 일출을 봐야 했다.

 

 바다에 아침노을이 드리워 질 때 환희의 춤도 빛났다.

 

 이곳 까지는 시멘트 포장길을 걸어 왔고 이 지점부터 푹신하고 그늘진 산행길이 시작되었다.

 

 뒤 돌아 보니 내가 상륙한 도동항과 지나온 마을이 고즈넉하게 보였다.

 

 성인봉으로 가는 길에 있는 산상카페?

 

 팔각정에서 숨을 고르며 바라 본 동해 바다는 푸르렀다.

 

 정상석으로 성인을 닮아 인자하고 포근한 봉우리라는 뜻의 이름으로 성인봉이라 한다.

 

초라한 태극기는 이 곳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울릉군 산림계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를 간곡히

호소하고 있으며 뒤로 보이는 말잔등이라는 이름의 봉우리에는 군 레이더 시설이 올라 타고 있다. 

 

 원시림 구간을 지나며 그 중 한 곳을 사진에 담았다.

 

 나리분지로 하산 하는 계단길은 다음에 찾아 올 방문객을 위하여 부지런히 보완되고 있었다.

 

 나리분지에 안착하였더니 맛나고 시원한 신령수가 마른 목을 적셔 주었다.

 

천부에서 도동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촬영한 천부의 저녁부두 모습 하나. 

 

 저동항으로 뒤에 보이는 것이 촛대 바위다. 울릉도 주항으로 어항이다. 어둠이 내려도 결코 등불은

 켜지지 않았다.

 

 아침에 찾은 행남등대는 새로 지어져 내부 단장이 한창이었다.

 

아침 햇살 받은 암벽이 진안 마이산 봉우리들과 흡사한 구조를 띄고 있었다.  

 

 굽이진 산책로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가끔은 파도가 길위로 올라와 타이밍 맞춰 지나 물텀벙을 피하기도 하였다.

 

 뒤로 보이는 안부가 용궁이라는 해변 카페이다.

 

 산행 다음 날 다시 찾은 나리분지는 맑았던 전날과 달리 운무로 드리워져 있었다.

 뒤로 보이는 식당에서 산채전을 안주로 조껍대기 술 두 잔을 달콤하게 마셨다.

 

 나리분지 아래쪽은 전날과 같이 맑고 햇살도 강했지만 높은 봉우리에는 그래도 운무가 서려 갖혀있었고

 통풍로인 듯 신기하게 구멍난 능선 바위가 이채롭다.

 

점심 식사 후 케이블카로 독도전망대에 올랐다. 좋은 날이다라고 울릉도 주민들은 말했지만 망원경을

통하여서도 부처님 걸음으로 한 발자욱인 거리(87.4km)에 위치한 독도의 모습은 내게 보이질 않았다. 

 

 봉래폭포는 기존의 수학 공식을 부정하였다. 2+3=1라고 폭포는 지금도 주장한다.

 

 용궁 카페에서 그대를 기다렸지만...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갓잡아와 싱싱하여 너무나 딱딱한 해삼과 부드러운 성게...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아 결국 나는  1/3 이나 남겨 두었다.

 

 오후의 산책로 한 구간의 모습으로 야간에도 통행이 가능하도록 가로등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연인들이 찾는다면 사랑이 더욱 깊어 질 러브로드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곳에서 태화산 산행을 시작하였다.

 

 마차 길을 한참따라 오르다 보니 위와 같은 펫말이 보였으며 펫말을 끼고 좌회전 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너덜지대로 계속 오르는 길만 이어지다가 결국 산성에 다다르게 된다.

 

 전망대라고는 하지만 시설물 하나 없다. 마른 동강과 마을 그리고 멀리 영월시내가 보인다.

 

 이정표시가 없는 뒤로 가면 고씨동굴이다.

 

 이미 정상에서는 다른편에서 올라 온 한 무리의 산객들이 소란스럽게 정상축배를 들고 있었다.

 

내가 하산한 큰골에서는 돌탑 3자매가 ...

 

 

그리고, 장승 형제는 마치 나의 노고를 격려해 주려는 듯 다정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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