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조계산 산행기

Parkyoungki-Paolo 2007. 3. 10. 12:04
 

조계산 산행기


부드럽게, 조금만 거칠게 외출하고 싶어 봄을 기다렸다. 그러나 꽃샘추위로 외출은 여의치 않은데 양일간 추위가 피해간다는 일기예보에 얼른 나섰다. 3월 8일과 9일 양일간...


부족한 잠을 채우고 새마을 식당차에 앉아 창밖을 보았다. 겨울처럼 눈발이 한참이나 흩날리다 멈추고 쌓인 눈은 따스한 햇살에 아지랑이 피어내는데 달리는 바람은 이들을 안개처럼 뿌옇게 몰아 날린다. 엠피쓰리에서는 사라브라이트만의 더스트 인더 윈드가 흐르고...

 

 


4개월여 만에 나서는 100대명산 순례의 길, 오늘은 전남 순천에 조계산(884M)으로 간다.


그러나 나는 먼저 들릴 곳이 두 곳이나 있다.어느 잡지에서 사진을 접한 뒤 몹시 가고 싶어 했었는데 조계산과 연결지으려 미루어 두던 아름다운 곳들이다.


먼저 순천만을 찾았다.

 

 

맨발로 겉고 또 하염없이 걸어도 싫증나지 않을 나무길이 너무나 좋았다.

 

 

 

제철은 아니라 갈대가 보기에 그리 곱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숲은 장엄했다.

 

 

자연은 최고의 예술이라는 말이 실감가는 현장은 형이상학적인 그 무엇을 내포하고 있었다.

 

 

 

순천만에 아쉬움두고 이어서 낙안읍성에 들려.....

 

 

입성하기 전 기념사진을 한 컷 남기고,

 

 

 

 

고성에 피어난 붉은 동백을 기쁜마음으로 감상하고서

 

 

빛이 흐려진 시간 하루 밤 묵고싶은 옛집 옆에는 이처럼 돌담으로 둘러진 초가집 식당이 있어

들렸는데 분위기에 맞춰 뚝배기 질그릇에 담겨진 내음 짙은 청국장 백반으로  저녁식사를 한 후

그냥 이곳에 머물자는 무거운 엉덩이를 힘들게 일으켜야만 하였다.

 

 

 

옛 모습 그대로의 우물가를 밤이면 현대식 등불이 아낙을 지켜 줄 터이다.

 

 

 

익살 스러운 장승들의 모습을 둘러보았는데 그중 하나를 공개 한다.

 

3월9일 

선암사인근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조계산엘 올랐다.

 

 

보물 40호 승천교를 지나

 

 

강선루를 통과하면 선암사 경내에 이르고,

얼마전 큰 혼란이 주지 문제로 있었다했는데 잘 마무리되어 이제는 평화롭다.

 

 

 

경내에 아주 나이 많은 나무의 그루터기가 고찰 선암사 역사를 증명한다.

 

 

 

내 그림자를 밞으며 정상을 향해 시나브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땀 좀 흘리고 다리에 즐거운 무게가 느껴졌을 때 정상에 도달 하였다.

 

 

 

 

내리 쬐이는 따스한 햇살은 겨울을 사르르 녹이고 있었다.

 

 

 

 

 

가마솥에 장작나무 불로 조리한 맛난 음식은 새소리 바람소리 계곡 여울지는 소리가 더하니

살아가는 기쁨을 한껏 누릴 수 있어 참 좋았는데 후식으로 나오는 누룽밥과 써비스로

제공되는 커피 맛 또한 일품이었다.

 

 

 

메디슨 카운티 다리를 지나야 송광사에 갈 수 있다.

 

 

 

국내 3대 사찰 이라는 명성 그대로 관람내내 웅장한 경내에서 꾾임 없는 깊이를 느끼다가

불현듯 벽암록의 한 구절이라는 ((있었다 한들 본래 없던 것, 얻었다 한들 본래 있었던 것이라는

(無本之失 有本之得)말씀이)) 떠 오르며 마치 내가 오래전 한 생을 머무르던 곳은 아니었던가?

하는 데자뷔 현상이 잠시 스쳐 지났다.

 

 

 

이번 여행을 마감하는 송광사 경내 관람을 마치고 광주행 시외버스를 타고자 빠져 나오는 길목엔 편백 수림이 둘러친 황토 흙길이 잘 다듬어져 있었는데 두터운 등산화로 밟기에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계산 등산 소감.

 

겨울이 끝나고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시점 쾌적한 날씨에 찾은 조계산!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은 떨렸고 산을 오르면서는 풍경이 내게 말을 걸어 줄 것을 기대하였는데 정상 부근 한 마리 까마귀가 마구 깍깍대며 내 머리위를 맴돌며 좀처럼 떠나질 않아 두려웠다.

 

산세는 커다란 특징을 발견하기 어려웠지만,

산길 요소요소에  잘 설치된 曺溪山人 樂山 認吾스님의 안내글을 읽으면서 걸으니 조계산이 마음에 들어오고 즐거움은 더욱 커져만 갔기에 스님께 감사마음 보내며 열반하실 것을 기원드렸다.

  

한편으로 고색창연한 송광사와 선암사라는 대사찰 두 곳을 품고 있는 유일한 산이다.

따라서 사찰에 중점을 두고 산을 찾는다면 어느 계절이라도 좋을 곳이다.

계곡은 풍부한 명경지수가 송광사와 선암사 양 방향으로 균등하게 흐르고 있었고 특히 산죽은 내가 경험한 산행지중 가장 넓게 분포되어 있었는데 특징 중 하나였다. 아마도 산행하기에는 5월과 10월이 역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능선길이 녹아 시종 끈끈하였던게 몹씨 불편하였기에 특히 그러한 생각이다. 10월에 순천만과 함께 연계하여 찾는다면 가장 좋을 듯하다.

 

내가 찾은 어제 그제는 참 날이 좋았다. 시기를 잘 택하지 못하였다는 후회가 있지만, 하루가 지난 오늘은 겨울이다. 지금 밖은 어두컴컴하고 찬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불고 있다 그래도 참 다행스럽게 다녀온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밖으로 다니다 보면 낯선이들을 만나게 된다.

순천만에서 청암대까지 태워주신 택시 기사분은 비번날 여수에서 놀이 왔던길이고, 여행하려면 경비도 쏠쏠할테니 그저 여수 선전이라 잘 해달라시며 한사코 요금을 사양하셨다. 또 산행길에서 만나 대화도 나누고 맛난 점심을 함께한 선생님! 학교 개교기념일에 따른 휴무로 모처럼 평일 산행에 나섰다는 잘 생기신 승주 모 고등학교 선생님께도 꼭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좋은 산, 좋은 여행코스였다는 것으로 추억할 것이기에 다시금 찾게 되기를 희망한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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