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모악산 산행기

Parkyoungki-Paolo 2006. 3. 25. 12:47
 

모악산 산행기



11월 14일 월요일 아침은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도 있어 산행 시작은 스산했다.


13일 보령에서의 시제에 등산복 차림으로 참석하고 금산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7시 조금 지나서다.  맛나 보이는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저녁을 즐기고 유스호스텔에 책크인하면서 내일에 산행길을 물어두었다.


사위가 분간되기 시작한 6시30분경 주차장모서리에서 좌측으로 접어 올라가니 이내 능선길에 닿는다. 이어지는 산행길은 잘 다져진 소나무 숲길로 한참을 이어지다가 지루할 무렵이면 억새가 광활하게 펼쳐져 발길 멈추게 하였다.


홀홀단신으로 간편한 허리쎅만을 장비하였기에 홀가분한 몸은 마음도 여유로워 충분히 흩어

산야를 감상한다. 나는 이처럼 산행을 천천히 홀로 즐길때 그 멋과 맛을 느낀다. 


시나브로 산죽 숲을 지나 된비알을 치고 오르니 매봉산마루에 이르게 되었다.

동북으로 전주시내가 나지막히 내려보인다.


찬바람과 서쪽으로 탁 트인 드넓은 호남평야와 아스라이 구분되는 서해, 동녘에 빠르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은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조차 사라지게 하고 인생에 있어 현실적인 고뇌를 떠나 초월적인 그 무엇인가가 내게 스며들고 있음을

느끼게 하였다.


찬바람에 체온을 빼앗기며 능선으로 계속 나아가니 모악정상이 눈앞이다.

산행길 내내 홀로였는데 정상에서 두 분의 현주민 산행객을 만나니 매우 반가웠다. 

유감스러운 것은 정상에 방송국중계시설이 우뚝 자리하고 있음이며 케이블카마져 설치된

모습은 잘못된 행정의 오점이다 계양산처럼 조금 비켜서야 옳았다.


모악정, 금산사로 표기된 안내판을 따라 내려서 토닥토닥 걸으니 계곡물은 상쾌한데 케이블카시설로 인해 이곳까지 세멘트로 포장된 길은 발길을 돌려 능선으로 다시가자는 친구의

제안을 꿈틀거리게 하였으나 그래도 금산사로 향하였다. 하산길 또 하나의 유감은 모악정이

수마에 휩쓸려 무너져 부서진 단청의 재목이 군데군데 방치 되여 널 부러져 있음이었다.


갑자기 길 앞이 훤하게 밝아지는가 싶었는데 이는 금산사 주변의 단풍이 아직도 타오르고 있음이었고 바람에 새되어 나는 단풍잎은 화려함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허무라 생각되었다.

금산사 일주문과 사천왕문을 목례로 통과 하였는데 산사의 규모가 장엄함에 다소 놀라움이

있었고 꽤 많은 국보급 보물이 많은 곳이라는 것과 역사를 품은 금산사 경내에 경의를 표하고 이곳 저곳 낱낱이 살피며 안내문을 읽고 있는데 풍경소리가 있어 이에 장단 맞춰 읽기를 계속하였다.


미륵 삼존불을 경건한 마음으로 올려보는데 법화림보살과 대묘상보살은 내게 미소를 주시고

거대한 중앙 미륵불께서 근엄한 모습으로 너에 잘못을 내가 다 알고 있다는 듯 꾸짖는 듯해 나는 오래 머물 수가 없어 고개 숙인 채 뒤로 물러 나왔다.

산방으로 이어지는 대나무 숲에는 아침이내가 서려있다 역시 산사의 신비로움이리라!

한편으론 바쁘게 사찰 청소를 하시는 승복차림의 화장하지 않은 다소 붉은 얼굴의

비구니가 아닌 여인네 모습은 천 년 전과 다름없음이라 생각하니 나만이 보물을

본 듯 살며시 미소 지어졌다.


견훤 부자의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더듬으며 주차장으로 발길 돌리는데 등 뒤에서

시작된 청아한 목탁소리는 산사의 적막을 일순 깨트린다.

내안에 친구와 약속한다, 다음에는 꽃피는 봄에 금산사만을 다시 찾아보자고!

을씨년스러웠던 경내 거목의 활짝 핀 제 모습을 그려본다!


이렇게 75회 명산 산행기를 갈무리 합니다.


-자유인-


2005년11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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