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산행기
무등산!!!
무등산하면 내게 있어 첫째로 떠오르는 건 유명한 수박이다.
그리곤 광주다. 아픈 시절 민주화운동의 거점이고 성지로 자리 메김 된 곳.
그곳을 겨울에 06년 첫 산행지로 다녀왔다. 78회 명산산행지로.....
자비로운 산 무등산!
이것이 무등산을 경험한 나의 함축된 느낌이다.
광주를 안아주고 지켜주고 있는 기상으로 국내 대도시에 위치한
산으로는 그 높이가 가장 높은 1186M이다.
높이에 비해 넉넉하고 부드러운 산세는 찾는 이들을 그리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따뜻한 남쪽에 위치한 이 큰 산이 올해는 심설 산행지로 변했다.
산행 들머리인 산장호텔에서부터 넉넉하게 쌓인 눈은 날머리인 중심사아래
주차장 인근까지 계속되었다.
꼬막재까지는 다소 오르막이나 예향인 마을답게 산행 길옆으로 멋들어지게 빗어 놓은
정다운 눈사람 부녀가 발길을 한동안 멈추게 하였고 얼지 않은 약수는
차갑고 신선한 맛을 안겨주어 좋았다.
장불재까지 이어지는 휘돌이 산행은 눈길을 걷는 재미로 계속이어지고,
무등산에 특징이 없다하지 말라는 듯 입석대라는 묘한 바위가 우뚝 서있어
자기를 자세히 보지 않고는 지나지 말라 높은 곳에서 나를 바라본다.
주상절리를 산에다 옮겨 심어놓은 듯한 입석대의 형세는 살필수록 기기묘묘하다.
마치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분재용으로 사용되는 세워 논 숯들과 비슷하다.
그 크기가 산의 크기에 비해 거대하지는 않았으나 이 또한 멋과 자비로움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정상에는 시설이 있어 접근치 못하였음은 큰 아쉬움이었고,
서석대에서 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바람이 무척이나 차고 강하였다.
소백산 그것과 비교될 정도로 춥고 세찬 매서움을 느꼈다.
보통 능선 길은 바람과 따뜻한 햇살에 쌓인 눈도 녹거나 날리는 데 비하여
이곳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눈길이 어느 곳보다 더 깊었다. 바람에 날려 온 듯!
중머리재에서 용추삼거리를 거쳐 새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산행은 바람도 없는
아기자기한 산행이었으며 새인봉 산마루에서는 지나온 길과 무등산전체가 잘 조망되었다.
무등산 바라기 조망대라 이름을 바꿔도 좋을 것 같았다.
사진에 풍광을 담으며 산행하는 데 내 모습을 함께 담고픈 곳에서는 날씨 탓인지
인적이 드물어 셔터 부탁할 분을 한참 기다려야 했으며 연말 보내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입술에 난 트러불 자국은 왠지 우울한 마음과 함께 사진속의 나를 초라하게 하였고,
산행의 즐거움을 이대로 끝내기를 아쉬워한 많은 분들이 김 고문님의 안내로
향토 맛을 즐기려 유명하다는 보리밥집을 찾았는데 그 모습 또한 멋스러웠다.
-자유인-
2006년1월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