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남도기행

Parkyoungki-Paolo 2006. 3. 2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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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기행


떠나는 가을이 못내 아쉬워 땅 끝 마을까지 쫓아 왔습니다.


지난 22일 이야기는 산행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덕룡산을 오릅니다. 작은 공룡의 등뼈모양을 한 산입니다. 한반도 내의 반도에 위치한

꼬리 대간이라 하여도 좋을 듯한 능선으로 두륜산을 거쳐 달바봉으로 땅 끝까지 이어집니다.

낮은 높이의 공룡능선입니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봉우리 수는 꽤 많습니다.

좌측으론 바다도 보입니다. 건너편은 장보고의 완도가 보입니다.

오르고 내리기를 하여야할 봉우리가 10개나 됩니다. 높지는 않아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우회로가 있어 힘들면 아래로 갈 수 있어 좋습니다. 좋은 산행지입니다.


이어지는 주작산과의 사이에는 억새밭이 드넓게 있어 바위능선도 사람도 함께 쉬어갑니다.

포장임도 우측에는 양란재배장이 있습니다. 이 길은 예정된 하산길입니다.

이곳까지 제 걸음으로 2시간 30분 소요되었습니다.


저는 계속 갑니다. 제가 하산할 지점은 오소재입니다. 산악회버스로 귀가치 않고 저는

가을이와 땅 끝 마을에 남겨지려합니다.


주작산 능선의 시작은 지나온 덕룡능선보다는 높이가 더 있고 우회로가 전혀 없습니다.

본격적인 능선 길 시작은 높이 1.5미터 밑변 약 60쎈티 길이 5미터정도의 삼각터널입니다. 

지나는 동안 어깨가 스치고 배낭이 긁힙니다.


동아줄이 곳곳에 잘 설치 되여 있습니다.

줄을 잡고 오르기를 계속적으로 반복합니다. 무척 재미있습니다.

한번은 썩은 나무를 잡고 오르다 뒤로 떨어졌습니다. 순간 머리를 당겨야겠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렇게 했지요, 배낭이 충격을 흡수해 주었습니다.


어느 곳에서는 줄을 타고 내려섰는데 위에서 돌이 구릅니다. 피했습니다!

놀란 가슴으로 바라보니 등산화 크기의 돌입니다. 

그런데 중간쯤이라 생각되는 지점에서부터 허벅지 안쪽 근육이 뭉치는 느낌이 옵니다.

줄을 타고 오를 땐 이곳 근육이 주로 사용되는 모양입니다. 걸어만 다녔지 어디 줄을

이토록 반복적으로 잡아 본적이 없었지요! 오늘은 세미 크라이머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재미와 위험성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재미도 없습니다. 그저 하산길이 보이기만을 갈구하며 힘들게 전진할 뿐입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탈출하여야 할 텐데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암벽을 넘고 넘어도 또다시 등장하는 데는 긴 한숨이 바람 됩니다.

멧돼지 출몰도 잦다는 데 제겐 큰일 아닙니까? 다른 분에게는 뉴스겠지만요!

쉬지도 않고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사실 저는 겁쟁이랍니다.


“하느님 저는 이 땅에서 이렇게 사는 것이 너무나 좋습니다. 일찍 부르지 말아주세요!”   


2일 산행을 준비한 배낭이 무거움으로 버겨워 후회스럽기도 하고 일요일 하프마라톤

참가 여파를 너무 소홀히 생각한 무모와 체력부족을 탓하며 반성 많이 했습니다.

겨우겨우 해 넘어 가기 전에 오소재에 사뿐히 내려섰습니다. 17시 7분에.....

가슴 쓰다듬으며 지나온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산도 나를 바라봅니다. 그냥 산입니다.


지나는 현지 주민차량을 두 번이나 옮겨 갈아타고 해남을 거쳐 19시경 땅 끝 마을에

당도 하였습니다. 맛난 낙지복음과 매주를 곁들인 공기밥 2그릇으로 저녁을 즐겼지요

함께 오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가을이 에게 어울리는 이름의 에덴파크라는 모텔에서

가을이와 동숙 하였습니다.


07시 토말비에서 일출을 기다립니다. 바다위 섬 산으로 구름을 뚫고 태양은 떠올랐습니다.

날씨가 흐려 더욱 멀리 보이는 섬이 보길도라 합니다.

윤선도가 어부사시사, 산중신곡들을 빚어낸 유배지로 유명하지요?

이곳에서 가을이를 바다로 보냈습니다. 가을이는 봄이면 처녀가 되여 돌아올 것입니다.


전망대로 올라 한참을 살핀 후 해남을 거쳐 대운사 매표소에 10시경 도착했습니다.

그냥 갈 수는 없지요 숙제를 해소 하여야지요. 두륜산에 오릅니다.

가을이가 그리고 간 수채화는 이곳 대운사에는 아직 예쁘게 남아있습니다. 


매표소에서 확보한 지도에 따라 천진암, 관음암 경유로 정상에 오르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천진암에서 길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살펴보니 뒤쪽으로 좁은 길이 있긴 한 데

산악회 리본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갈 길은 아닙니다.


돌아 서려는 순간 방문이 후다닥 열리며 예쁜 아주머니가 나오십니다.

드문 인기척에 놀라셨나 봅니다. 경상도 억양으로 묻습니다. 어떻게 오셨느냐고.

상황을 설명하니 녹차 한잔 드릴까요? 하신다. 나는 사양했습니다. 왜 사양했는지 지금도

정확한 이유를 나도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기회를 잃었습니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따뜻한 녹차 향은 오래 동안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 되었겠지요? 

이점이 산행내내 아니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두륜봉까지 오른 길은 넓고 수월했으며 산마루를 오를 때 바위문을 지나는 것은 독특

했습니다. 건너편 가련봉으로 옮깁니다. 이곳은 정상에 오르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잘 설치된 스텐으로 된 발 바침과 손 고리등이 없었다면 저로서는 정상에 오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날이 흐려 멀리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산길 산 정중앙에 위치한 천년수라는 수령 1200년~1500년으로 느티나무 괴목을

살피고 최근 국보 308호로 승격된 북미륵암과 서산대사의 유품이 있는 표충사를

탐방 하였는데 특히 거대한 바위에 양각으로 조각된 북미륵암의 모양새가 뛰어낫습니다.

하지만 얼굴은 둥글고 눈매는 장수처럼 치켜 올라 자비로운 모습은 아니였습니다.

15시경에 매표소를 지났습니다.


해남으로 나오는 길에는 고산 윤선도 기념관과 녹우당이 함께 있습니다.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들렸습니다. 큰길가에서 1.4키로 동쪽으로 자리한 그곳은 벌써

느낌이 달랐습니다. 선입견만은 절대 아닙니다. 호남 제일의 명문가다운 기운은 초입부터

느껴졌습니다. 뒤 족으로는 소담스런 동산이 자리하고 앞으로는 노송 밭으로 된 넓은

언덕지대며 이 곳 뒤로는 잘 꾸며진 연못이 있고 연못에는 작은 섬 두 곳이 있고

섬에는 두 거송이 각기 선비의 기개를 우뚝이 보여 주었습니다.

녹우당 안채에는 종부가 살고 있다는 안내 글이 있었고 주변에는 진도개 세 마리가

접근을 허용치 않았습니다.

기념관에는 윤선도 유품과 윤두서의 자화상 등등으로 볼 것도 많았으며 몰랐던 사실을

새로이 알게된 것은 다산 정약용이 윤두서의 외손이었다는 것 입니다.


이번 남도행은 어느 때 보다 추억거리가 많습니다.

추억이라는 기금을 조금 더 축적했습니다.

훗날 저는 이 기금에서 나오는 연금으로 살아 갈 것입니다.


-자유인-


2005년11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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