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화엄사-노고단-반야봉-삼도봉-화개재-뱀사골-반선

Parkyoungki-Paolo 2007. 9. 5. 14:28
 

지리산


화엄사-노고단-반야봉-삼도봉-화개재-뱀사골-반선


대가람! 장엄의 세계 지리산...

9월 3일 야간열차를 타고 구례구역에 내려선 시간은 4일 03시 25분이었으며

약 70여명의 산꾼들이 플렛트홈을 빠져나가는데 모습이 마치 용감한 빨치산 같다.


모두가 성삼재로 떠나고 화엄사를 들머리로 작정한 사람은 잘생긴 청년과

그리고 나...


새벽 식사를 하고 화엄사에는 4시 15분경 다다랐는데 경내에는 예불을 보시는지

곳곳에 불이 밝았다. 조용히 지나쳐 랜턴을 켜고 어둑시니한 숲길을 터벅이며

오르기 시작하였고 이정표를 보니 1차 목표지점 노고단까지는 7km다.


너덜지대로 길 위로는 물이 지나고 있어 근래에 강수량이 많았음을 알렸다.

절반을 지났을 즈음 길이 갑자기 일어서는 듯 가파른 돌계단으로 이어졌는데 코가

닿을 것 같이 된비알이다 하여 지어진 이름 코재다.

성삼재(1,070m)까지 이르는 길이 포장되기 전 노고단을 찾는 산객들은 모두가

이 길을 통해 올랐다하고 지금도 전통 산행길을 고수하는 분들은 이 길을 따른다.

실은 나도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번쯤은 정통루트로 올라야 한다는

작은 의무감과 호기심과 도전의식 같은 게 있어 이번 산행코스로 결정하였다.

6시 30분쯤 다소 싱겁게 사위가 구분되고 시원한 물소리로만 들리던 계곡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였고 내심 떨어왔던 곰으로부터의 두려움도 어느 정도 사라졌다.


노고단 대피소에는 산행시작 2시간 40분 소요되어 도착하였는데 비가 부슬부슬

흩뿌려지고 바람은 한점도 없다. 세찬비는 아니고 어루만지듯 부드러워 사진

촬영하는데도 크게 어려움 없는 그런 비가 시종 내 몸에 내려앉았다. 

설렁설렁 꾸렸던 장비를 정비하고 우중산행에 대비해온 기능성 옷을 챙겨 입고서

조금 쉬었다 노고단에 오르니 비속에서도 운무가 드리워져 켜켜이 산주름과 함께

신비를 연출하고 있어 넋을 놓고 바라보았는데 불현듯 생각하나 있었다.

저 아래 뭉게구름은 우산 역할을 할까? 스펀지 역할을 할까?

어쨌던 구름아래 농부는 비를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스쳤다.


반야봉에는 산행시작 5시간이 되어갈 때 올라섰고, 향이 스미는 듯 수목화 같이

부드럽게 운해 드리운 풍경이 눈에 가득 찼으며 아스라이 구름에 쌓인 채 천왕봉은

몽환적으로 보였다. 거대한 생명 지리산에는 굽이굽이마다 숱한 정담과 애환과 전설이

살아 맴돌고 있다. 그중 하나, 여신 마야고(麻耶姑)와 남신 반야(般若)에 관한 애잔한 슬픈

전설이 내가 서있는 반야봉에 관한 것이어서 발아래 스며 올라오는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움직임이 없어 한기가 느껴질 무렵 몸을 털어내다 삼도봉을 향했다.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 경계비 삼도봉에서 기념사진 남기고 그 옛날 장터였다는

넓은 곳 화개재에서 좌측으로 내려서 빨치산의 애환이 아직 발견된다는 뱀사골로

향하였는데 10여km의 긴 계곡의 물은 그 어느 곳보다 세차게 흘러 세상을 쓸어낼

듯 강하고 소리는 우렁차 귀가 아플 정도로 모든 헛소리는 이곳에 묻힐 것만 같았다.


사실, 나는 뱀사골, 피아골, 노고단이 지리산의 전부라 알고 있었는데 어린시절에

빨치산이라는 이름과 함께 많이 들어왔던 영향일 것이다.

천왕봉, 반야봉이 지리산 제1봉, 제2봉 이라는 사실은 그 존재와 함께 등산을 취미로

시작한지 한참 지나서였다.


한편으로 간장소를 지날 즈음 비가 멈추었다는 사실을 알아챘으며 뱀사골에는 다리가

무척 많이 놓여있다. 30여개가 넘는 횡단다리를 지그재그로 건너고 10여개가 넘는 종단

다리를 물위로 긴 시간 걸어야 하였으며 반석으로 향하는 자연탐방로에서는 연속으로

출렁다리 3개를 건너기도 하는 쏠쏠한 재미도 즐겼다.

계곡을 감상하는 재미도 다리건너는 재미도 지루해져 가려는데

산행시작 10여시간만인 14시 15분경 하산목표지점인 반선마을에 도착하였다.


입욕이 허가된 지점으로 찾아들어가 씻고 갈아입고 하늘을 보며 산행 중 가끔씩

비가 멈추었던 것에 눈인사 보냈다.

비가 쉬면 나도 따라 쉬며 요기할 수 있었기에 그랬다.


늦은 점심을 산채정식으로 맛나게 즐기고 남원행 차에 올라탄 순간 다시 시작된

비는 무척 강하였고 오래 지속되었다.

일순 입가에 흐흐흐하며 숨길 수 없는 웃음이 한줄기 지나고...

마음속으로는 아직 발이 뽀송뽀송한 것에 만족하였고

하루가 지난 오늘 그래도 즐거운 산행이었다 기록하려한다.


그런데,

내일은 어디로 가지!


-자유인-


* 에필로그

지리산과 설악산의 차이는 고개 명칭에서 찾을 수 있다.

고개를 말하길 그 높이에 따라 령, 재, 치로 부르는데,

지리산 성삼재는 1,070m이고 대관령은 837m에 불과하다.

지리산에서 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임걸령은 1,320m이다.





지리산 화엄사라는 일주문 글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아래 순서로 쓰여져 있다. 

 

어둠 속에서 찾아낸 이정표는 이 곳이 산행 들머리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연기암으로 갈라서는 삼거리에서 곰을 만나더라도 물리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리 10경 중 하나인 노고단 운해가 빗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은 보호받고 있다. 

 

 

뒤로 보이는 넓직한 봉우리가 반야봉이고 멀리 희미하게 보일 듯 말 듯한 것이 천왕봉이다. 

 

만복대로 짐작되는 봉우리가 운무에 휩싸여 신비로웠다. 

 

반야봉 남쪽으로 드리운 운해위에 두둥실 띄워진 섬과 같은 봉우리 무리... 

 

 

 

 

반야봉은 대청봉보다 24m가 더 높다. 

 

비에 젖는 정상비는 점점더 검은 빛으로 물들어 간다. 

 

반야봉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풍치도 좋다 

 

 

비에 씻겨 더욱 빛나는 초록빛깔! 

 

주의 표지를 보는 순간 생각났다.

아내는 내게 그랬다.

벼락맞지않게 조심해 다녀오라고...

나는 물었다.

내가 벼락맞아 죽으면 보험금 나오느냐고?

사고로 죽었을 때만 해당되는 보험이란다기에...

절대 벼락맞지 않겠다고 큰소리 쳤는데!

비가 온다.

조금 두려웠다.

벼락 맞을 까봐!

결국 살아 돌아와 이렇게 지껄인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를 가르는 삼도봉 경계비는 삼도를 가르지않고 함께 비에 젖어든다. 

 

옛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 화개재...이 곳이 장터였다니 그저 놀라웠다. 

 

 

 

 

 

 

윗 사진들은 뱀사골 풍경 중 극히 일부다.

다리도 많고 물살도 힘찬 골짜기를 근 세시간에 걸쳐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하산점으로 다리 건너 우회전하면 반선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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