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산 산행기
2008년 3월 25일
송촌-관음봉-달마산정상-미황사
봄은 남으로부터 깃들어 올라온다.
올해도 봄날이 어김없이 찾아와 내가 사는 동네에도 겨울지난 자리에 초목들이 하루하루
다르게 피어나며 생동하는 어제오늘이다. 남녘에는 이미 각종 봄꽃들에 향연이 한창이라는
소식을 여러 갈래로 접하였으니 남도 해남땅에 위치한 오늘에 산행지 인기명산 71위에 올라
있다는 달마산에서 순박한 꽃 진달래와 서러운 꽃 동백과 성미 급하게 일찍 피어났을지 모를
화려한 벚꽃도 볼 수 있을 거라 싶었다.
전형적인 꽃피는 봄날, 산행들머리 송촌저수지에서 준비운동을 마치고 정상을 향한 시간은
11시 30분경, 온화한 햇살이 좋고 스치는 바람도 상쾌하여 불쾌지수 제로라 할 최적의 일기
속에서 산행시간은 여유 있게 잡아도 4시간이라는 안내에 따라 시나브로 걸으며 남도의
봄기운을 흠뻑 흡수하기로 산행방식을 결정하니 마음 편했다.
소담스러운 저수지로 눈길 던지며 지나는데 좌측 길섶에는 간간히 빛깔고운 진달래가 피어나
있어 아름다움이 다가와 기분도 좋아졌다. 오르막 너덜 길을 타박타박 오르다 앞서나간다는
생각에 옆길로 벗어나 뒤 돌아봤더니 예기치 않게 지나온 송천저수지와 생강밭과 보리밭이
함께 푸른빛으로 보였는데 아직은 갈색인 주변들녘과 대조를 이루는 농촌풍경이 고즈넉하였다.
시종 기분 좋게 불어주던 봄바람은 능선에 올라서니 탄력을 받아 조금 더 세게 지나갔지만
차갑다는 느낌은 없었고, 능선 곳곳에는 5월이면 아름답게 피워낼 물오른 철쭉이 상당한
군락을 이루고 있었으며 발치에 보이는 고흥만으로 추정되는 잔잔한 바다는 비췻빛이었고
고개 들어 머리위로 바라보니 간간히 뭉게구름 지나는 하늘은 코발트빛이었으나 땅과 가까운
하늘은 연무가 피어난 탓인지 그 중간의 색체를 띄었다.
바람 맞으며 발치아래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같이한 보리떡회원들에 요청에 따라 카메라
셔터도 눌러 드리며 거친돌 위를 조심스럽게 걷는데 일순 세찬 마파람이 내 모자를 날렸다.
안 돼~마음속으로 비명 지르며 날아간 자리를 찾아보니 다행히 낭떠러지는 아니었지만
우거진 찔레꽃 덤불 속 저 아래였다. 아끼는 모자를 가시에 찔리는 아픔이라는 댓가를 다소
지불하고서라도 회수가능 하였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윽고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조망할 땐 다도해의 여러 모습들이 눈에 찼다.
산 주변에서는 크게 빼어난 볼거리를 찾지 못해 마땅히 눈길 머무를 곳이 없었으나 바다는
달랐다. 평화로운 옅은 쪽빛바다에 징검다리처럼 떠있는 작은 섬들이 있어 한 발짝, 두 발짝,
세 발짝, 폴짝 건너뛰면 저편 완도로 짐작되는 미지의 곳으로 금새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앗줄도 타고 위험스런 산행로는 우회하며 안착한 날머리 고려시대에 창건한 미황사는
그 모습이 상당히 수려하였고 사찰 뒤로는 달마산이 병풍처럼 산사를 감싸 안은 형태로 전체적
으로 안락한 분위기였으며 주변에는 동백거목이 군락을 이루고 그 큰 가지가지 마다에 피어난
꽃은 밝고 아름다웠는데 꽃을 숨겨 라도 놓을 듯 빼곡히 둘러싼 진초록 이파리들은 방금 전에
누군가 기름 발라 닦아 놓은 듯 윤기 찬란하였다.
내가 여태껏 바라본 동백 중 최고로 크고 많은 동백꽃과 나무를 오늘 이곳에서 보았다.
한편으로 오고가는 가는 길가에는 쑥이 지천으로 피어나 아주머니들에 본능을 자극 하였는데
이에 순응한 여인네들에 쑥 뜯는 모습은 소녀 스러웠으며 늦은 점심을 맛나게 차려준 식당
뜰에는 천리향이 두 무더기 피어나 여러 사람들에 코와 눈을 자극하였고 방문객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하얀 진돗개 강아지 두 녀석은 봄기운 받아 토실토실한 것이 매우 탐스러워 내게
마당이라도 있다면 한 마리 키워보고 싶었다.
오늘은 참 좋은 봄날이었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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