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5산 종주 산행기
2008년 4월 16일
양도-진강산-덕정산-퇴모산-혈구산-고려산-미꾸지고개
온 천지가 새봄을 맞아 다시 태어나는 요즘 산에 가면 색깔이 있고 소리가 있어 좋다.
양기 오른 새소리는 힘이 실려 있어 우렁차 좋고!
겨울을 이겨낸 꽃나무에는 꽃들이 그 밖의 나무들에는 연초록빛으로 새로운 이파리가 난다.
소리와 색상이 하모니를 이루는 생동하는 봄날에 쾌적한 기후여건에서 강화 5산 종주를
예정대로 안전하게 다녀왔다.
높고 파란 하늘에서는 우주인 이소연이가 날고 꽃피는 자연 속에서는 내가 걸었다.
주변을 둘러 보았더니 바다는 옅은 운무로 회색이고 군데군데 저수지는 푸르다.
내가지난 강화의 모든 산들은 키 큰 진달래가 절정이었으며 진하고 옅게, 같지만
조금씩은 다른 다양한 연홍빛으로 꽃 대궐 이루고 있었고 낮은 곳에는 이름 몰라도
좋은 다양한 종류의 작고 고운 깜직스런 야생화가 수 없이 피어나 실바람에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어주는 모양새가 사랑스러웠다.
어느 덧 한낮에 더위는 산행에 시련이 되어 버린 오늘 행여나 지칠까?
일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나를 반기는 듯 응원받는 기운이 마음에 스며 들었다.
덕분에 긴 거리 꽉 찬 하루 산행에도 생동하는 자연의 기운을 얻어 시종 피로함은
없었고 그저 흥겹고 즐거웠던 산행이었다.
아침 9시경 시작한 산행은 고려산 진달래 축제도 여유로이 즐기고 낙조봉에서는
해가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고난 후 뉘엿뉘엿 어둠이 산에 내려앉을 때
나는 시나브로 내려섰는데 날씨도 좋고 꽃도 좋고 일몰도 좋아 그래야 했다.
양도면 사무소에서 강화 방향으로 약 500여 미터 지점에 위치한 군 부대를 들머리로 하였다.
부대 초소를 통과할 때 초병으로 부터 신분증 제시요구를 받았고,
맏기고 나갈 때 찾으라 하기에 산행루트를 말해주자 그대로 돌려주었다.
군부대 우측 담을 지나서 곧바로 직진하였더니 너른 길이 막히는 곳에서는 사유지 농장이 있었고
농장 우측면에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있어 따라 올라 진강산 정상에 다다랐다.
진강산 정상.
문제가 있었다.
진강에서 덕정으로 바로 가는 길을 차지 못했던 것이다.
있는 길을 내가 찾지 못한 것이었는지 이미 산행하셨던 분들께서 확인해 주셨으면 한다.
지도를 보나 눈앞에 선한 덕정 봉우리를 보나 진강에서 북진하면 빠른 길인데 내가 선명한 길따라
진행하는 동쪽 방향으로 가는 길이 잘 못 된 것 같아 다시 오던길로 내려서 덕정으로의 길을 찾아 봤으나 나는 찾지 못했다.
빼곡히 나무가 들어찬 수림을 헤치며 나아가기는 두려웠기에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 지도상 카톨릭대
방향으로 동진하였다. 덕정으로 멀리 돌아가거나 정녕 못가게 된다면 그냥 강화에 머물다 가지뭐 하는
뒤틀린 심사가 돋았다. 그렇게 약 1,000미터 내려서는데 북쪽으로 너른 길이 임도마냥 보이기에 내려섰더니 탱크 사격장으로 불발탄이 산재하여 위험함으로 출입통제한다는 당연한 팻말이 있다.
행여나 뒤에서 가서는 안 된다고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아 재촉하는 걸음은 불안하기만
하였고 산 숲길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가니 다시 내가 걸었던 탱크 길과 연결되어 이제 덕정은
지척인데...
위와 같은 초소가 내가 나가야할 길 멀리에 보였다.
근무병이 있다면 제지할지 모르는데! 하며 조심조심 다가갔더니 비어 있어 다행스러웠다.
문제의 구간을 통과하였더니 세상모두가 아름답고 야생화는 더욱 사랑스럽게 보여 살짜기 꽃잎에
입술 한번 맞춰보았다
정확히 375일 전 퇴모산을 지나 덕정 봉우리에 오르는 길에 덕정 초입에서 길을 헤매다 결국 되
돌아선 일이 있었기에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덕정 봉우리에 엎어져 산에 안겼더니 포근했다.
덕정산은 사유지가 많은 낮은 산이다.
사유지 침범을 막기 위하여 거짓으로 군사지역이라는 리본을 달았다는 사실을 금새 눈치 챘지만
오죽하면 그럴까! 남의 권리를 존중해 줘야 내 권리도 존중 받을 수 있는 법!
조금은 돌아가는 길이였지만 인산저수지 방향으로 우회했다.
일 년 전 통과했던 루트라 이 곳부터는 이제 산행길을 못찾는 어려움 따위는 없는 것이다.
인산저수지로 내려서는 곳에 위치한 농가 분위기는 평화로웠고 장독안에 담겨진 찬거리는 따스한
봄볕 받아 맛좋게 숙성 되어지리라.
시계를 보니 12시에 가까워 진다.
그늘 아래 자리펴고 한참을 누웠다.
하늘은 파랗고 높다 .
지나는 바람에 몸이 차다.
쟈켓을 입고 다시 들어 누웠다.
낙조를 바라본 연후에 하산할 예정이기에 서두르면 오히려 낙조대에서 기다리는 지루함이 있을 테니...
하는 생각에 여유를 부려 엠피쓰리를 꺼내 음악도 듣다가 알차게 준비한 일용할 양식을 호숫가에서
맛있게 먹고는 조금 더 쉬었다.
이런 맛들에 빠져 나는 자유로운 산행을 추구한다.
저수지에서 강화 방향으로 조금 걷다가 처음으로 나오는 횡단보도를 건너면 농촌연구소다.
이곳이 퇴모산 들머리로서 계속 직진하면 이윽고 정상인데 능선을 따라 혈구산 봉우리도 가깝다.
낮은 높이에서 일찌기 갈래한 노송들을 강화산 곳곳에서 볼 수 있음은 타산에 비하여 독특하다.
혈구산에도 이처럼 아름다운 진달래 군락지가 있다.
주변 모습이 전체적으로 일 년 전에 비하여 많이 다듬어진 모습이다.
일년 전에는 깡통으로 정상임을 표시한 형태가 우스웠는데 이처럼 정상석이 새로이 세워져있고 뒷면에는 이 지점이 한반도 중심임을 알리는 문구가 또렸이 아로새겨져 있다.
고려산에 올랐다.
여기서도 일 년 전 생각을 해야한다.
4월 6일 여기에 왔을 때 열흘은 지나야 절정에 다다를 것이라고 당시 기록한 산행기에 쓰여져 있다.
오늘이 바로 그렇게 계산되는 16일로 절정을 이루고 있는 고려산 진달래 꽃이다.
낙조대에서는 인부들이 발판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쉬며 기다릴 곳이 마땅치 않아 적석사로 내려가 벤취에 누었더니 조금지나자 관리인이 경내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고 일러준다.
수긍이 가는 말이기에 얼른 일어나 앉아서 한참동안 오고가는 상춘객과 담소도 나누며 시간 보냈다.
그렇게 오후 6시를 넘긴 후 하루의 공사가 마감 된 낙조대에 다시 올라 자리펴고 배낭베고 제대로
들어누워 아주 서서히 조금은 지루하게 보금자리로 내려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아주 멋진 마지막 황혼을 기대하면서...
기다리다 바다로 가라앉는 지친 태양을 보기에는 낙조봉이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 되었다.
해가 일찍 들어가는 겨울철에는 낙조대가 좋을지 모르나 요즘만 같아도 낙조봉이 역시 좋았다.
날머리 미꾸지 고개에 내려서자 채 1분도 안 되어 강화행 버스가 왔다.
오늘 나는 여러모로 축복 받았던 행복한 날이었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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