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꼬이는 날 (예봉산, 적갑산, 운길산 산행기)

Parkyoungki-Paolo 2008. 2. 27. 15:42
 

꼬이는 날


2008년 2월 26일

팔당역-예봉산-적갑산-운길산-수종사-두물머리-팔당역


어제내린 눈은 중흥초등학교 운동장을 새하얗게 덮었고,

나는 새로 쌓이는 눈 위를 지치는 줄 모르고 신나게 달리다  어둠이 짙게 내렸을 때

그때서야 집으로 왔다.

강아지 마냥, 초등학교 초년생 마냥 눈 내리는 풍경이 그렇게 나는 좋다.


아침에 일어나 메일첵크를 하니 별달리 업무가 없다.

올겨울 마지막 설경일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은 이미 산에 가 있어, 어디로 갈까?

하다가 평소 마음에 두었던 예봉산과 운길산을 연계하여 산행하기로 결정하고

평소 숙지한 교통편으로 산행들머리로 가기위하여 버스 정류장에 다다르자 5-3번이

꽁무니를 보이며 떠나고, 부천역 플렛트홈에 내려서자 용산행 급행은 옆구리만 보인 채

출발하고 용산역 팔당행 승강장을 바라보니 준비운동 하던 열차는 이내 달려 나갔다.


꼬이고 꼬이고 꼬이는 교통편은 기다림이라는 인내의 시간을 내게 요청하였기에

팔당역에는 11시경, 그래도 아주 늦지는 않게 도착했다.

 

(운길산 정상에서는 나무가지들이 창살이 되어 조망이 썩 좋지 못하였다.) 

 

(예봉산에 서니 조망이 무척 좋았다.) 

 

(저기 보이는 굽이친 능선을 다 거친 후라야 운길산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예봉산에서 서쪽으로 내려보이는 전경을 쥼인했다.) 

 

 (18m 광각으로 바라본 서쪽 풍경)

예봉산을 오르는 길은 무난했고 나목가지에 쌓인 눈이 거센 바람에 실려 능선을 타고 올라

세차게 휘몰아치는 열린 길은 꽤나 쌀쌀했으며 정상에 우뚝 섰을 때 두물머리는 발치에

있었고 굽이치는 남,북 한강의 물결은 얼어있었는데 얼은 물빛이 북한강 쪽은 희게, 남한강 쪽은

검게 반사 되였다. 고개 돌려 서쪽으로 조망했을 때는 구리를 지나 워커힐 방향으로 빠르게

휘도는 강줄기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하얗게 나 눈 덮여 있었으며 주변농지에도 눈이 쌓였는데

그 사이로 얼지 않은 개울과 도로는 검은 줄무늬로 도드라져 보였다.

 

(수종사 다실 북측에 드리운 고드름) 

 

(다실 남쪽 처마에는 이같은 벌집이 있었는데 꽤나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 

 

(두물머리로 걸어가면서 얼지 않은 북한강의 느리지만 도도하게 흐르는 물결을 담았다) 

 

(양수교와 두물머리가 보인다. 흰 색으로 보이는 것이 남한강 물이고, 검게 보이는 것이 북한강 물이다.) 

 

예봉에서 머물다 적갑산을 지나 운길산으로 가는 동안 길섶에 쌓인 눈은 맵시 좋은 여인에

못지않은 부드러운 굴곡의 미를 선사해 주었고, 수종사 테라스에 내려섰을 때는 두물머리가

예봉에서 보다 더 가깝고 뚜렷하게 보여 머물며 빛을 기다리면서 좋은 사진 만들어 보고자

애썼다.


사진을 찍다가 젊은 아마추어 사진작가와 이야기하게 되었고, 함께 두물머리로 걸어가며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답하였는데 겉보기와 달리 무척이나 고민이 많은 사람이었다.


두물머리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어스름한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고 드물게는 아베크족이 흰눈

덮인 적막한 얼음강을 바라다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과 다름없었다.

 

 

(북한강자락으로 곧이어 남한강과 두물머리에서 합류하여 함께 서해로 흐를 것이다.) 

 

 

해 저문 두물머리의 이런저런 모습을 각기 알아서 촬영하다가 네다섯의 봄처녀 일행이

다가오기에 어느 한사람에게 내 카메라를 건네주고 우리 둘을 찍어줄 것을 부탁하여

두 컷의 피곤한 모습을 기록하였는데 지독히도 일진이 꼬이는 날! 하이라이트가 있었으니...

카메라를 다시 건네받고 보니 비싼 줌렌즈가 망가져 있었다.

 

 

 

 

(두물머리 건너편 풍경) 

 

(원형으로 제작한 황포돗배와 두물머리의 그 유명한 나이든 느티나무와 그의 가족) 

 

(남한강물과 북한강물이 하나로 합류되는 지점이다.) 

 

 

(아래에서 올려다 봐야만 꼭 무엇이 보이는가? 내모습 하나) 

 

(들고양이가 오리를 노려보고 있는 모습에 긴장감이 맴돈다. 사진 우측에 있는 사람이 젊은 사진작가) 

 

봄처녀가 달리 건드린 것도 없는데 난데없이 그렇게 된 것이다.

황당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젊은 작가 왈...

애인을 남의 손에 맡겨 부정 탄 것이라 했기에 나는 너털웃음 지었고,

돌아와 사진을 컴퓨터에 복사해 크게 만들어 들여다보니

마음에 차는 사진 한 장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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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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