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5월의 한라산 산행기 (사진포함)

Parkyoungki-Paolo 2008. 5. 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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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한라산 산행기

2008년 5월 27일 (화)

맑고 고운 날!


5월이 다 가기 전 더 보태지 않아도 충분히 명성 높은 한라산 백록담이 보고 싶었다.

아침 7시에 김포를 이륙한 비행기는 8시 20분경에 제주공항에 안착하였고

산행 중 일용할 식음료 준비와 간단한 아침요기를 관음사 휴게소에서 마친 후 

길 건너 들머리로 향하며 정상을 바라보니 봉우리 모습들이 매우 선명하였기에 이번에는

백롬담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오르기 시작한 시간은 9시 20분 무렵이었다.


원시가 흐르는 숲길에 들어서자 맑은 기운을 받아들이려 내 몸속 호흡기는 힘차고

탐욕스럽게 작동하였고 간간히 들려오는 청량한  산새소리에 정신도 밝아지는 것이

초입부터 룰루랄라~산행 즐거움으로 충만하였다.


용진각대피소 까지는 숲의 정기를 들이마시며 그냥 걷기만 하면 그것으로 편안하게

점점 정상에 가까워 져왔으나 용진각대피소를 지나면서는 가파른 된비알의 시작인데

평소보다 무거운 배낭은 위로 가려는 나를 누군가 뒤에서 끌어당기듯 버겁게 느껴졌으며

얼마나 더 올라야 할까! 고개 들어 눈에 찬 한라산정상부는 삼삼하게 사무치는 고요한

자태로 내게 어서오라 뽐내는 듯 하였다.


한라산의 일기가 수시로 변한다는 사실에 지금에 맑고 청명한 날씨가 혹시라도 금세

흐려지는 것은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한순간의 쉼 없이 이미 정상에 올라선 마음 따라

올라 12시 15분경 꼭대기에 우뚝 서니 그토록 동경하였던 백록담이 티끌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펼쳐진 부채그림처럼 눈 아래 있어 세세히 관찰하였다. 물은 조금, 생각보다는 넓고,

백록담의 주인장 하얀 사슴은 한 마리도 없었다.

 

한라산의 하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높고 맑으니 백록담에 담긴 빛도 그만큼 더 고왔으며

나는 마치 최면에 걸린 듯 두근거리는 마음에 오관 전체로 아름다운 백록담의 심층부를

샅샅이 부여잡으려 무진 애썼다.

그랬기에 나는 그 모습을 오래오래 잊지않고 세세히 기억할 것이다.


세상은 보려고 할 때 보여 지는 것은 아닐까? 보여야 보인다. 지독한 나는 보았다!


몇 번의 한라산 산행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장대한 풍경 백록담 내부를 시나브로 관찰하다가

보이는 풍광이 너무나 감격스러워 벅찬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하여 같이 오지 못한

아내에게 전화로 정기를 전달하고 백록담에서의 멋진 기쁨을 함께하면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냈다.

감동에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한동안 어쩔 수 없어 나는 그랬던 것이다.


하산 후 딱히 정해진 스케쥴이 없기에 나는 되도록 오랜 시간을 정상에서 머물기로 작정하고

한편에 드러누워 높은 곳에서 더 높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들을 바라보기도 하다가 몇 번

인가를 다시 일어서 백록담 들여다보기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는 것과 살아있다는 보람을

만끽하기를 두 시간여 즐겼을까?

서편에서 짙은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도 빠르게 세차져 서있는 이내 몸은 흔들렸다.


결국 마음은 하산을 결정하고 미련은 그래도 성판악으로 내려서는 나를 자꾸 뒤돌아 서게해

꼭대기로 몇 번씩이나 고개 돌려 위 바라기 하게 하였고, 눈 아래 펼쳐진 색체의 조화가

어우러진 드넓은 광야의 자연풍광은 어서 내려서라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한라산 진달래 밭은 이젠 다소곳한 분홍과 생동하는 초록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한반도에서는 4월초가 절정인데 이곳은 약 일주일 전이 한창이었을 것이다.

진달래 군락의 넓기로도 국내최고고, 꽃의 예쁘기로도 넘어설 진달래가 없다.

언제나 지나는 세찬 바람에 위로 자라기보다는 튼실한 뼈대로 가지를 옹골차게 뻗어내고

그 견실한 가지마다에는 앙증맞은 꽃을 피워내 다른 것에 비하여 크기는 반이지만

예쁘기로는 10배를 넘기고 있다.


“그대여

마음이 고달플 땐 산으로 가시지요

맑은 정기 흘러흘러 가슴을 씻어주고

풀밭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 손에 얹어 보세요!


그대여

삶이 고달플 땐 산으로 가시지요

예술을 하러

높은 하느님 만나러 산으로 가시지요

고요함이 흐른 다오!“

                            -옮긴 글-


성판악으로 내려서다가 지루감과 내려가 남은 밝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가

법을 넘어서 지정된 길을 이탈해 숲 속 쉴 곳을 찾던 중 뿔 달린 노루와 2미터 앞에서 마주치는

행운을 얻었는데 나는 당황하였고 녀석은 유유자적 하였다.

 

날머리에 성판악에 내려선 시간은 오후 6시가 지날 무렵이었다.

여기서 나는 서귀포로가서 밤에도 잠들지 않고 줄기차게  물 쏟아 하얀 포말 일으키는 천지연

폭포를 바라보며 포말이 뿜어주는 음이온으로 산행의 피로를 씻고 인근에서 하루 밤 묵고는

다음날 아침 비바람 속에서 걸어 찾아든 정방폭포에서 할머니 해녀께서 방금 물질하신 해삼과

전복으로 화려한 아침요기를 아주 맛나게 즐기고는 대장금 촬영지 외돌개로 가서는 제주올레

3번째 길 범섬바당올레따라 걷기로 8km여를 왕복으로 걸으며 안개와 비에 젖은 제주의 바다

풍광에 흠뻑빠져 발길 옮길 생각조차 없었는데 기상예보대로 너무나 강해진 비바람에 신발

에도 물이차고 우산도 소용없게 되자 나는 쫓기듯 네 시 비행기로 돌아왔다.


-자유인-


PS :

제주에 가실기회가 있으시다면 반드시 범섬바당올레 따라 걷기를 체험하시라

강력하게 권고 드린다. 이 길을 걷는다는 것은 천국을 걷는 것이라 할 만큼

아름다우며 살아있는 기쁨과 에너지를 찾은 자는 과분하리만큼 얻을 것이다.

 

기내에서 착륙 전 한라산을 바라보니 물바다를 뚫고 솟아난 높은 것이 구름바다 마저 뚫어 내고 올라선 모습이 의연하였는데 날씨가 썩 좋지않아 보여 과연 백록담을 이번 상행에서도 못 보는 것인가? 하였다. 

 

하늘에서와 달리 제주섬만은 날이 맑고 화창한 전형적인 5월의 날씨인데 반하여 제주를 둘러싼

바다는 온통 흐리고 검었다.  

 

오르며 제주 철쭉을 만나 산헹의 즐거움은 점점 더 고조 되어만 갔으며. 

 

1695미터 삼각봉과 큰두레왔의 5월의 모습이 앞길에 우뚝하다. 

 

용진각대피소에 다다를 무렵에 촬영한 사진인데 왕관바위와 정상과 윗세오름의 위용이 선명하다. 

 

거친돌 사이로 진달래는 아롱아롱 곱게 피어있다. 

 

장구목오름 능선...저 길도 걸어보고 싶다. 얼마나 좋을까! 장쾌한 걸음걸음일 것이다. 

 

그루터기 군락 

 

정상을 지키려는 방어적 용의 모습으로 내게는 보였는데 동의하실 수 있겠는지요?

저 바위 뒤가 한라산 정상인데 순간 비행기가 씽하니 지나갔다.

 

그토록 동경하였던 백록담을 드디어 관찰하기 시작한 시각은 2008년 5월 27일 12시 16분 17초다.  

 

백록담 좌측면 

 

백록담 우측면

 

건너편 봉우리가  실질적 한라산 정상이다.

조금 더 담긴 수량이 많았더라면 많이 더 좋았을 백록담 내부. 

 

내셔서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작별이라도 나누 듯 아쉬워 다시 보고 또 보고 그러다 더 보고...

지난 2월 산행 때 호의를 베풀어 주신 통제소 직원을 찾아 인사드리려 찾아 가 보았더니

그때 그분이 아니셨다. 

 

성판악으로 내려서는 길 드넓은 산야에 펼쳐진 색의 조화로움과 많은 야생화를 찾아 즐기는

기쁨으로 작별의 아쉬움은 벌써 잊혀져가고...

 

그래도 못잊어 다시 고개돌려 위를 바라보니 이젠 꽃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번에는 우측 꼭대기도 다시 보고 또 보다가 경계를 넘어 안쪽으로 들어가 한라산에 동화 되기를

다시 한 시간...여유로운 산행이 가져다 주는 보람을 내가 오른 한라산 높이 만큼이나 나는 느꼈다. 

 

거칠 것 하나 없이 광야를 지나 바다로 내려 쏟는 시야에 눈 시원~했다. 

 

한 겨울 산행 때 얼마나 소중한 대피소였는지를 날이 좋다고 그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지난 겨울에 내게 제공한 고마움에 대피소에 눈인사 보냈다. 

 

연한 녹색잎은 또 얼마나 싱그러운가!

그냥 길따라 내리는 것이 못내 아쉬워 두 번재 위법으로 경계 밧줄을 넘어 쉬어갈 안부를 찾다가

뿔달린 야생노루를 지척에서 만나 눈 빛이 마주쳤는데 노루녀석이 나보다 여류롭게 행동했다.

  

-자유인-

 

* 산행사진과 풍경사진은 부속 게재물로 따로 등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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