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산행기
2008년 12월 16일(화)
마곡사-은적암-활인봉-나발봉-토굴암-마곡사
태화산은 충남 공주시 사곡면 두터운 산주름 사이 깊은 곳에 고고하게 살고 있다.
마곡사 은적암을 들머리로 능선을 향하여 오르는 길은 완만하여 오르기
순탄하였으며 길섶 아름드리 적송들은 마치 키 크기 경쟁이라도 하는 듯 하늘높이
솟구쳐 자라는 모습들로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송림 사이를 지나는
기분은 정화된 공기로 가득차 싱그러웠으며 태화산 최고봉 활인봉 높이가
420미터 남짓으로 높지 않은 산임에도 산과 산 사이에 운해가 짙게 드리워졌기에
높은 산 산행 때나 간혹 맞이하곤 했었던 구름 위 하늘 길을 걷는 듯한 몽환적
신비로움에 젖어들기도 하였다.
즐거이 걷는 능선 길엔 간간히 벤취가 놓여져 있었고 놓인 방향은 한결같이
마곡사를 향하고 있었기에 앉아보니 보이는 건 키 큰 소나무뿐이었다.
쉬어가는 길에 유서 깊은 마곡사와 함께 살아온 소나무의 푸른 기상이 주는
의미를 헤아리고 천년을 사는 지조를 느껴보라는 뜻에서 그랬을까 싶었다.
주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나 오솔길 따라 백여 미터 내려가니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생명수를 배출하는 샘터가 있었고, 두터운 바위 틈새로 한 방울, 한 방울
이끼에 아롱져 또르르 낙하하는 생명수의 생성되는 모습은 그 형체만으로도
진귀한 약수임을 담박에 알아챌 수 있었으며 모아진 생명수를 잔으로 걷어 올려
목으로 넘기는 맛은 참으로 신령스러웠다.
나는 두 잔을 마셨는데 한잔 더 마시고 올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이제야 든다.
이렇게 호젓한 산길에 이정표가 잘 설치되 있어 무심으로 이정표 따라 룰루랄라
앞으로만 걸어 나가던 중 문득 어디서부턴가 이정표가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왜 이정표는 중단된 것일까? 내려서야할 위치를 지나쳤다는 걸 알고는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길 찾아 한참을 헤매어 돌아서야 마곡사 경내로 내려설 수
있었으니 이것은 아마도 불자들이 홀로 열반하듯이 산을 찾은 자 스스로 저마다
알아서 길 찾아 기도발 잘듣는 마곡사로 오라는 수련의 오묘한 뜻이 담긴 것인가?
수많은 전설이 맴도는 태화산 등산을 마치고 어렵사리 내려선 고찰 마곡사는 기둥들이
모두 둘레 2미터가 넘는 싸리나무로 되 있는데 하나같이 반들반들하다.
그 이유는 이 기둥을 한번이라도 안아본 사람이라야 극락에 오를 수 있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라 한다. 나도 그렇게 기둥을 안아보았으니 사후 걱정은
이제 안 해도 될 것인가!
돌아오는 길에 송악저수지를 한바퀴 돌며 심연 깊은 곳 기억을 꺼내어 대조해보니
10여 년 전 맑고 깨끗한 물빛도 그대로였고 많은 수의 오리들도 예전과 같이 평화롭게
노닐고 있었으나 산비탈 진흙 길만은 변하여 군데군데 포장되어 있었다.
한때 나는 저들에게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었으니.......
많이 미안했다는 생각들었다.
지난 가을에 찾았던 외암리 민속마을에 다시들려 겨울모습을 보고 왔다.
가을보다는 겨울 민속마을에 풍경이 더 정겹게 내 마음에 다가온 것은
힘없는 겨울빛이 주는 소박한 삶의 질감이 정서적으로 편안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모처럼만에 행복한 겨울 나드리였다.
-자유인-
아래는 태화산 오가는 길에 찰칵한 사진들...
태화산 최고봉
연리목
마곡사 계곡 갈대숲에 내려선 햇살
빛바랜 단청의 고풍스러움이 좋다.
송악저수지
저기 곶진 곳이 예전에 따당땅...연발로 방아쇠 당기던 사냥터 였다.
외암리 고목 너머로 기우는 하루...
아산만
평택호
아산만
아산만 방조제에 올라섰을 때 빈 갯벌에 황혼이 짧은 순간 드리우더니 이내 어둠이 내렸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 흘림골-주전골 산행기 (0) | 2009.05.10 |
---|---|
태백산 겨울 산행기 (0) | 2009.02.06 |
가을 한라산과 제주 (0) | 2008.11.06 |
소백산 산행기 (0) | 2008.10.28 |
광덕산 산행기 (0) | 2008.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