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설악산 흘림골-주전골 산행기

Parkyoungki-Paolo 2009. 5. 10. 13:46

설악 흘림골, 주전골 산행기


흘림골지킴터-여심폭포-등선대-흘림골-주전골-용소폭포-선녀탕-12폭포-오색주차장


09년 5월 9일 토요일

벌써 내가 사는 동네 나무는 실록으로 색깔이 짙어가고 있고 일기는 연일 30도에 근접

하며 대구지방은 34도를 웃돌아 봄이라 하기엔 너무 더운 이상기온을 보이고 있는 오늘

아주 오랜만에 중흥산악회 산행에 동참하여 설악산 주전골과 흘림골을 주말임에도 불구

06시에 출발 19시 30분에 도착하는 계획된 일정시간대로 잘 다녀왔다.


40대 회장님과 30대 총무님 그리고 또 아직 40대인 등반대장님이 이끄는 중흥산악회

분위기는 오늘 산행에서 느꼈던 봄기운에 풋풋함 그대로였으며 덩치 큰 카메라를 지참한

덕에 나는 오늘에 포토그래퍼로 의뢰받았다.


깔끔한 멘트와 매끈한 진행은 크게 진일보하고 있는 선도자적 산행문화를 엿보기에

충분하였고 휴게소에서 제공받은 근대된장국밥은 맛도 좋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았는데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야했던 산우님들에 허기진 배를 채우고 산행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산행 전에 공급받을 수 있었으니 참 좋은 배려라는 느낌으로 고마운

마음 들었다. 


진산 설악으로 가는 길은 창밖풍경도 여느 곳보다 볼거리가 많다.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풍경으로 두물머리와 소양강을 마주하게 되는데 양평을 지날

즈음 강가에 피어난 아침안개가 산으로 몰려가고 그 빈자리엔 햇살이 들어오면서 지나는

바람에 강물은 잔잔하게 은물결 일으키고 있었는데 왠지 돌맹이 하나 던지고픈 심술이

동하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약 4년 전 눈이 수북이 쌓인 겨울에 같은 코스를 걸었었고 기억에 남은 건

멋들어진 새하얀 설경과 세찬바람 그리고 엉덩이 썰매를 타던 즐거움과 막연하게 멋진

풍광이다.


그때와는 달리 쌓인 눈이 없어 모든 것이 노출된 첨봉과 침봉의 꼭대기와 가파른 벼랑에

는 어려운 곳에서 더 멋지게 자라 유유자적 의연하게 살아가는 소나무들이 언제나와 같이

특히 인상적으로 눈에 들어왔고 산행 길은 3년 전 여름 수마가 남기고간 계곡 흉터위에

걷기 좋게 잘 정리되어 다듬어진 길이 놓여져 산행 내내 발 편했고 기온은 산행하기

아주 알맞은 봄 날씨였으며 바람도 적당히 있어 산행하기 좋은 최적의 상태였다.


등산보다는 사진에 비중을 두고 찾은 오늘에 설악산은 우리 동네와는 달리 아직 초봄의

기운으로 철쭉도 이제 막 피어난 여린 꽃 송이었고 각종 이름모른 야생초들도 꽃망울

터트리기에 서두르는 모습들이었으며 나뭇가지마다엔 여린 이파리가 빼곡해 연하디 연한

싱그러움이 사철 변함없이 무뚝뚝한 바위와 조화로이 어우러진 그 아름다움은 가을 단풍이

주었던 허무와는 달리 바라보는 눈길을 희망으로 편안하게 해주었고 들이키는 공기를

신선하게 정화하고 있었으며 여린 잿빛하늘이 가끔씩 열리는 골짜기 아래로 벼랑에서

비명치며 낙하하여 내려와 하얀포말 일으킨 후 제법 괜찮은 수량의 물줄기가 모여

여울지며 지줄거리는 물소리에 바람이 스쳐 가면 주변이 공허하였고 그 물길에 얹혀

흐르던 지난 가을에 낙엽 하나가 언뜻 사라지는 용소폭포 에서는 홀연히 무상함이 내

회색빛 뇌를 스쳐 지나기에 나는 찰칵하는 카메라 셧더음 터트려 공허를 깨뜨렸다.


한편으로 시나브로 약간의 된비알 치고 오른 신선들만이 오를 수 있다는 등선대에서

선두에 올라 맨 후미 마시로님까지 기다리며 원뿔 꼭지점에 오른 기쁨으로 김홍도에

24폭 살아있는 산수화 병풍이 이를 따를까 싶은 풍광 좋은 경치를 바라보는 호사를

누리면서 동서남북 두리번거리다가 보기에 하는 모습도 예쁜 신혼부부의 다정한 포즈와

산우님들에 모습들을 아스라한 대청봉을 배경으로 카메라에 담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

었는데 실물에 근접하는 멋진 사진들로 그려졌기를 바랐지만 모델의 훌륭함을 사진이

따르지 못한 결과는 나에겐 아쉬움이다.


돌이켜 다행인 것은 마시로님 덕에 여심폭포를 스쳐지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올라오면서 좌측 봉우리들이 보여주는 멋진 자태에 눈길 뺏기느라 우측으로는 눈길조차

돌리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는 추론이지만 나는 등선대에서 다시 내려가 기어코 여심

폭포를 목도하고 사진에 담느라 맨 후미에서 산행하게 되었는데 마시로님과 산행 중

다시 만나 이후로는 둘 만에 오붓한 산행을 하면서 마시로님이 설명해주는 들꽃과

나목들에 이름을 배워가며 걷는 즐거움은 보너스였다.


설악산에 오면 언제나 찾아온 보람에 대하여 충분한 만족감에 젖어들듯이 오늘도 나는

바라보이는 풍경들에 감동을 받느라 아주 게으른 산행을 하면서 봄이 주는 푸릇푸릇한

봄기운 가득담긴 숲향을 뼛속 깊숙이 들이마시며 모처럼만에 설악산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만끽하였는데 충분한 산행 후에도 언제나 그러했듯이 오늘도 남겨두고 온 것은...

설악산에 대한 그리움이다.


-자유인-


에필로그:

1,000산을 넘게 오르시고 후배 산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고자 책자까지 집필하신

훌륭하신 산악인 신 선생님께서 함께 등반하셨고 향후 중흥산악회 종신회원으로서 지도

편달을 아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매우 반가웠는데 앞으로 중흥산악회를 자주 찾게 될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시 뵈올 때 정중한 인사와 함께 가르침을 얻고자 하며

또 하나 회원 전원에게 스포츠타올을 선사해준 회원님께 감사드리며 감사한 마음 말로

전하지 못하였기에 후기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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