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겨울 산행기
2009년 2월 4일 (수요일)
금천-문수봉-부쇠봉-천제단-장군봉-유일사매표소
설 직후 장인어른께서 별세하시는 슬픈 일이 있었다.
생로병사, 관혼상제, 희로애락, 인생무상, 공즉시색, 색즉시공, 만남과 이별, 사랑과 전쟁...
모순적인 인생여정의 조합이지만 서로는 불가분의 관계라 하겠다.
나는 한 발치 떨어져 상을 치루는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들로 머리 속이 흠뻑 젖었었고
지나치게 축축하여 혼미하기까지 하였던 피로한 머리를 태백산 맑은 바람에 말끔히
말리고 왔다. 살아가는 이유를 따지지도 물을 필요도 없이 즐거이 그렇게...
능선 위 겨울에 태백 하늘은 눈 시리게 푸르디푸르렀으며 낮에 나온 하얀 반달이 고독한
나와함께 걸어주었고 소수의 하얀 조각구름들은 이따금 설원위에 그림자 드리우며 느리게 지났다.
며칠 전 하늘에서 눈으로 변신하여 내려앉은 하얀 구름들에 흔적은 걱정과 달리 산등성이와 음지
에는 그런대로 남아있어 설경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었으며 사진촬영차 길을 벗어나 밟은
길섶엔 40센치는 족히 넘치는 눈들이 쌓여있었고 진하게 눈 폭탄 많은 조밀한 나뭇가지를 거느
리고있는 의젓한 나무엔 스노우몬스터라고도 불리는 수빙의 모습으로 따스한 햇살에도 녹아내리지
않고 잘 견뎌주었기에 한라산 그것과 비슷한 풍경도 감상할 수 있어 기쁨이 넘쳤다.
천제단을 지나 주목군락지에 이르러 내가 이번겨울 내내 별러왔던 태백산 산행 염원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풍경을 맞이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맞이했다.
새하얀 파래트위에 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담고 한결같이 저쪽이 북쪽이다 가리키는 듯
한 방향으로 상고대 멋지게 맺혀진 주목들에 모습들을 사진에 담고 또 담아왔는데 불현듯 앵글로
들여다본 주목의 모습들이 고통스러워 보이는 게 아닌가?
카메라를 내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밑 둥은 갈래갈래 갈라져있고 기둥은 틀어지고 찢어지며 상처투성인 채 겨우겨우 위로 자라난
모습이었고 고통으로 점철된 뼈골로 영양분 공급받고 자랐을 가지는 조금자라다 이리저리 꼬이고
틀리고 망나니 자라 듯 제멋대로였다. 높은 곳에서 산다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알았는데
고통스런 삶으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은 저주인가 싶었기도 하였다.
하지만 오래된 주목이 보여주는 모습이 내 시각으로는 멋지게 보이기만 하였는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조물주 하느님께서는 나더러 어떤 감정을 느끼라 숙제를 주셨을 걸까를!
지나친 긴장과 흥분과 피로는 사람에게나 나무에게나 좋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다.
되도록 본질적 욕망과의 투쟁으로부터 평화롭게 살 일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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