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주왕산 산행기

Parkyoungki-Paolo 2009. 10. 28. 13:23

주왕산 산행기

 

2007년 10월 27일 화요일, 날씨 맑음

 

인천푸르네 산악회

 

절골-가메봉-3폭포-2폭포-1폭포-대전사

 

주왕산에 처음 올랐던 건 04년 6월 8일로 그때는 초여름 녹색이 짙어가는 풍경을

보았으나 이번 가을엔 오색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아주 멋진 풍경을 보고 왔다.

왕버들이 물에 잠겨 자생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한 주산지를 난생처음 대하는 것은

아주 큰 기쁨이었는데 가을 호수는 단풍을 담아 잔잔한 오색 물결을 일으켜 내게

보여주었고 주산지 마을 어귀 사과농장에는 연무를 힘겹게 뚫고 나래나래 내려앉은

햇살이 알갱이를 빛깔 좋게 다듬어주고 농부는 그 중 탐스런 놈들을 먼저 수확하는

모습은 결실의 계절에 알 맞는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

 

내가 당초 산꼭대기에 오를 예정으로 일정에 동참했던 것이 아니었다.

먹거리 풍요롭게 준비해 그저 아름답게 기억나는 멋진 폭포를 찾아 여유롭게 소풍

나온 듯 풍경을 즐기며 사진 찍는 것에 비중을 두고 나섰던 것으로 몸 상태도 거기에

맞추어 놓았었다. 무거운 배낭을 버텨 내기위해 등산화를 신기는 했어도 오가는

차안에서의 길고 긴 시간 발편하려 스타킹처럼 얇은 여름양말을 착용한 상태로 등산

준비로 갖춰진 차림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절골 탐방을 위해 주왕산을 찾는 거라는 베테랑 산악인 백광현 대장님의

한 마디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기에 따라 들어간 절골 계곡은 청사초롱 홍사초롱

불 밝힌 듯, 선녀라도 내려와 밤새 형광물질 발라놓은 듯 윤기 있게 빛났다.

밤 벚꽃 놀이보다 못할 것 없을 밤 단풍놀이는 어떨까?

낙엽비 내리는 밤 인천대공원을 찾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꼭대기에 오른 후 배를 채우는 게 옳지만 허기가 심하게 느껴지기에 떨잎 두둥실 떠있는

물가에 홀로 앉아 요기를 하고 있는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인천에서 왔나며 뒤에

여자 세분이 오고 있으니 함께 하심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그 분은 은하수 산악회

후미 대장으로 자기네 팀 보호문제로 그냥 가야함을 애써 내게 설명하셨다.

 

신사는 숙녀에게 도움 되는 일을 반기는 법,

일어서려던 발걸음 다시 주저앉히고 사과 하나를 더 꺼내 입에 물자 뒤에서 희희낙락

단풍이 너무 예뻐 참을 수 없다는 듯 여자 분들에 웃음소리가 들여온다.

그 세 분일 텐데 후미로서는 너무나 여유로운 모습으로 보였고, 조금 후 지나가는

뒷모습 배낭에 달린 푸르네 산악회 노란 팻찰을 확인하고서 뒤에서 따라가다

합류하였다. 그런데 한 분의 숙녀가 더 계셨으니...은하수 산악회 따라 오셨단다.

순간, 쳇 자기네 산악회 회원은 챙기지 않고 시리...하는 생각에 미소가 입가를 지났다.

 

계곡길이 끝나고 된비알로 올라서 푸르네 두 여성분과 합류 나 포함 총 7명의 지친

대열이 힘겹지만 열심히 가메봉 꼭대기를 향해 올랐고 어느덧 은하수 산악회

후미대장과. 푸르네 산악회 후미대열에 붙게 되었다.

 

이젠 내 욕심 채워야겠다는 마음에 뒤 돌아보며 천천히 올 것을, 가메봉에서 기다릴

것을 후미 삼총사께 말하고 어둠이 내리기 전 폭포를 찍어야겠다는 목적으로 발걸음

재촉했다.

 

가메봉에서 오늘에 세 번째 끼니를 채우며 내가 지나온 뒤안길 절골 계곡을 굽어보았더니

내가 흘린 땀은 보이질 않고, 등 뒤에서는 꼭대기에 오른 기쁨의 사람 소리가 연이어

들여왔지만 계곡은 희나리마냥 이파리들이 타들어가며 내뿜는 김이 계곡에 서려있는 듯

삼삼하고 고요한 적막만이 흘렀고 태양의 빛은 서서히 사위어갔다.

 

한편으로 내 배는 든든한데 후미 삼총사는 보이질 않는다.

잘 오시겠지...백 대장님이하 푸르네 산악회 멤버들 다수가 정상에 머물고 계시니 미루고

폭포를 향하여 발걸음 옮겨 계단을 내려서는데 후미삼총사가 올라오셨다.

Go Slow Every Day

 

-자유인-

 

에필로그

 

푸르네 산악회를 찾은 건 이번이 두 번째로 일 년이 더된 긴 시간이 지나서였다.

사이버세상 카페에서 놀기는 즐기면서 실제 세상에서의 어울림이 소홀했기에 언제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오팀장께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나를 언제나 살갑게 대해준다.

아니 그녀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대하는 참 좋은 여자다.

또 산악회 임원분들께서도 드물게 찾는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나는 소속감이 느껴졌다. 분명히 푸르네산악회 회원인 것이다.

회장님에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의미의 차내 멘트...

"푸르네 산악회를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셨다면 양해바랍니다.

우리는 우리산악회를 찾아주신 산우님들의 즐거움과 안전을 위하여 계속 노력해나갈 겁니다."

Forever 푸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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