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8 ~ 6월 1일
4박 5일 일정으로 푸른 제주를 실컷 걷고 왔다.
하늘도, 바다도, 산과 길 하나 같이 푸르른 젊은 5월에 한라산을 올랐고
7코스 일부와 8, 9,10 코스의 올레길 걸으며 제주도 속살도 천천히 들여다봤다.
산중턱 들녁에는 야생화들이 인간으로서는 배합불가능한 기묘한 색의 조화를 이루었고
중문단지를 중점으로 도로변과 컨변션 쎈타 정원에는 아셈회의를 빛내기 위하여
가꿔진 꽃들로 어색하지만 화려하고 거대하게 치장해 놓여 있었다.
하루는 저녁 무렵에 제일시장을 찾아 제주 서민들에 숨결을 가슴으로 느꼈으며
여미지 식물원에서는 자연이 어떻게 인공적으로 다듬어지고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다시금 보았고 천제연 폭포에서는 즐거웠다.
삶과 죽음 모두가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유언에 한 줄로 남기셨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미천한 내가 제주에서 보고 느낀 자연은 그래서 좋고, 그래서 나쁘고를 따지지 않았다
그냥 편안하게 제멋대로 세월타고 노닐고 있었을 뿐!
나는 그들 속에서 함께하는 희미한 먼지다.
똥 폼도 잡아보고...
그러다 욕도 얻어 먹어야 사는 맛 나는 거고
그나저나 돈내코 코스가 어서 빨리 개방되기를 기다린다.
백록담에는 내가 보던 중 가장 많은 물이 고여있었고 바람에 흔들리는 물에 표면을 사진으로 담았다.
꼴등의 즐거움을 아시는가?
카운타 쎈서를 통해 더 이상 산에서 내려 와야 할 사람이 없다는 걸 관리직원이 살핀다.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고 관음사로 올라 성판악으로 하산하는 두 아가씨가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며
하산하고 있어 걷다가 행여 어두워지면 내가 지닌 렌턴으로 앞 길 밝힌다는 명분으로 함께 했다.
광장에 나오자 그녀들은 만세를 외쳤고 나는 꼴등한 기념사진을 남겼다.
5월 28일 한라산에서 보낸 시간
사이꼬! 사이꼬(최고)를 연발하며 걷기에 일본인이라는 걸 알았다.
꽃의 대화로 금방 친해졌고 카메라를 꺼내 기념사진을 남기자해 찍히고 나도 찍었다.
나는 외롭게 산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기 위해 준비한 천성적인 것인지 모른다
외로워서 고독과 함께 제주엘 갔다
그래서 쓸쓸하진 않았다.
어승생악은 처음으로 올라봤다.
사진과 같이 한라산 조망이 뛰어난 바라기 산이다.
인생이란 지구라는 정거장에 머물다 가는 찰나의 시간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어리목 버스 정거장에서 만났다.
버스 기다리며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는 중 내가 사는 한 동네 아가씨들이란 걸 알았고
이들은 올레 12코스를 다 돌았다 한다.
선배다!
나는 욕심이 아주 많다.
그래서 힘들다. 그리고 위험하다.
한라산도 좋고, 올레길도 좋고 사진도 좋다.
차귀도 일몰을 카메라에 담으려 수월봉엘 올랐다.
5월 29일 한라산에서 머문 시간
제주시내 저렴한 곳에 임시 둥지를 틀고 옷가방과 허접한 것들은 방에 두고 다녔다.
매일 기본적인 빨래를 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했다.
이젠 제주도 내 버스노선을 아주 많이 안다.
방랑자가 아닌 여행자이고 싶다.
또 그렇다.
주상절리 광장에서...
소라가 들려주는 비밀스런 귓속말이 곱게 들리는 것 같은 환청이 잠시 내 안에 있었다.
올레 길목에 자리잡은 풍광 좋고 운치 좋은 카페에 앉아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부러슈어를 가져왔기에 다시 갈 것이다.
주상절리가 제주 해안 경치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절경이 아니겠는가?
역시 그랬다.
쪽빛 물결은 에게해 아주리를 능가하는 듯 했다.
아셈회의 보안관계로 저 패찰을 차고서야 꽃으로 잘 가꿔진 중문단지와 해수욕장을 통과할 수 있었다.
5월 30일 두발로 지낸 시간
용머리 바위 위 산방산은 이곳 산방굴까지만 오름이 허락되고 있다.
5월 31일 두발로 지낸 시간
원시가 흐르는 황개천 탐방코스가 있는 올레 9코스를 걷는 동안 사람 만나기 어려웠다.
그래서 산방굴에 올랐을 때라야 흔적 담긴 증명사진을 박을 수 있었다.
송악산 꼭대기에는 둘레 500여 미터의 화산 분화구가 있다.
흙빛도 여느 곳과 다른 이곳에서의 조망은 실로 유명하다.
여기서 바라보는 한라산 모습이 가장 멋지다라고 알려져 있고
맑은 날에는 멀리 마라도 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이라 한다.
나는 아무것도 못 봤다.
4박 5일 중 단 하루 날이 흐려서
여기서 올레길 걷기를 일단 마무리하고 중문단지로 갔다.
여미지 식물원에서...
웃기는 놈들과 우수운 자의 어울림
폭포는 보고 또 보아도 왜 보는 것이 지겹지 않을까? 나는!
6월 1일 올레 10코스를 지나온 시간
"오직 홀로 있을 때만 우리는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된다.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이는 자유 또한 사랑하지 않으니,
오직 홀로 있을 때만 우리는 자유롭기 때문이다."
-쇼펜하워-
나는 사이비 자유인이다.
그렇다면 사이비 자유인일망정 그래도 나는 좋은 걸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
-먼지-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우린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 봉투에
아파트 담벼락 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 둘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하늘 아래로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 없어요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그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술집에 카페에 많은 사람에
도시의 침묵보다는 바다의 속삭임이 좋아요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 찍기 구경하며
정말로 그대가 재미없다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르메가 살고 있는 곳
제주도 푸른 밤 / 유리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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