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
석 달 전인가?
까마득한 옛사람!
K.K.H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면 삼산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우연히 스쳐 지났을 뿐이었다.
옛사람은 딸과 함께였고
나는 아내와 그리고 딸내미가 옆에 있었다.
우리 가족은 하나같이 모두 슬리퍼를 신은 채 집안에서의 편안한 옷차림으로
궁색한 모습이었는데 그들은 양장에 멋들어진 차림이었다.
몸매는 여전히 날씬한 그 옛날에 그대로인 거로보아 관리가 여적 성격 그대로이구나 싶었으나
얼굴에는 지나간 세월에 흔적이 엿보였고 갓 스물 지난 듯한 딸내미에 존재는
사뭇 두고두고 의아스러웠다.
나보다 먼저 결혼했는데...세 번째 또는 네 번째 아이일까? 절대로 아이 많이날 스타일이 아닌데?
돌이켜 생각하니 그들보다 못한 초라한 모습으로 비쳐진 우리가족 행색은 오히려
나았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싶다.
그 일이 있고 한 달여 지났을 무렵 어느날 밤 침대에서 아내에게 살며시 말했다.
아내는 결혼 전 내이야기를 훗날 옆집아줌마를 통해 알았고 나는 한동안 닦달 받았으니까!
이미 아는 존재였기에 말할 수 있었던 것인데 왜 그때 말하지 그랬냐? 되묻는다.
얼굴이라도 자세히 볼 수 있었을텐데 하면서...
외모에 관하여는 항상 자신 있는 아내의 태도다.
친구들 모임에 나가 아내가 빈 점심 무렵 함박눈이 뒷 베란다에 잠시 내렸고
함박 눈발은 스크린 되어 추억을 비추었다.
쌓였다가 이내 사라지고마는 어설픈 겨울날에 눈처럼 그렇게 허무한 것이 인생이련가!
스쳐 지날 때 빨개진 옛사람의 얼굴빛은 그 사람 역시 나를 알아봤다는 증표긴 한데
왜 빨개졌을까?
무척 당찬 성격의 소유자였었기에 그것마저 뒤숭숭한 오늘이다.
나이 들어 갈수록 재밌는 생활은 과거를 추억하는 일상이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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