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불미스러운 산행

Parkyoungki-Paolo 2006. 11. 13. 13:55
 

작금에 있어 산을 찾는 인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고 산행문화도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산을 찾아 나서는 목적은 저마다 다른 듯하다.

하지만 보다 좋은 자연의 풍경에 녹아들어 마음에 안정을 취하며 나쁜 기를

버리고 새로운 기를 채워와 일상을 보다 활력적으로 지내기 위함은

모두가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때때로 우리는 산을 찾는 보람이 있어야 할 곳에서 낭패를 보기도 한다.

어제 내가 그러하였다.


늦가을 억새산행을 즐기려 동네산악회 따라 홍성 오서산엘 갔었다.

까마귀와 까치가 많아 지어진 이름이라 하는데 모두가 사람으로 변신하였는지!

한 마리에 비상도 볼 수 없었고 붐비는 등산인파로 산길은 매우 혼잡하였으며

억새 또한 변변치 않아 초라한 산행지의 면모였을 뿐이었다.


정상에 올라 아스라이 조망되는 천수만과 건너편 안면도를 바라다보며 높은 곳에서의

확 트인 시야로 얻어지는 기쁨을 많은 식음료 냄새와 함께 즐겨야했다.

산마루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모든 곳이 왁자지껄 먹는 판이었기에 그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듯 배고픔이 없어야 즐거움도 있기에 산길에서 조금 비껴난

등성이에서 함께한 산우와 나도 요기를 하였다.


귀가 길에 오른 관광버스의 출발이 조금은 여유로웠지만 이미 서해안 고속도로가

정체되고 있음에 일반국도를 따라 부천으로 올라가는 길은 더욱 더디게만 느껴졌고

지루함을 견딜 수 없었는지 노래방 기기가 작동되며 약간의 율동도 좁은 통로에서

행하여지고 있다. 나도 여흥에 빠져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과 문 밖에 있는 그대를

부르며 평소 부정적으로 여기는 차내 가무에 어느덧 동조하였다.


그런데 연세 드신 한 분이 계속 차내에서 담배를 피우시고 아무도 이를 제재치 아니한다.

나는 산악회를 이끄시는 분들께서 당연히 컨트롤 할 것을 기대하였지만 방관만하는

리더들이 동조자인양 원망스러웠다. 단지 내 주민들 위주로 구성된 산악회라 그냥

모른 체 모두가 참아 내시는 것이다. 아마도 이분들이 다른 버스나 기차의 승객으로 탑승

하였더라면 과연 묵묵히 계실 것인가? 의문스러웠다.

또 반대로 문제의 분이 생면부지의 다른 산악회에 가셨더라면 이렇게 연신 담배피우실까?

 

나는 용기를 내어 그분께 조용히 건의 드렸다. 그분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정해야함을

인정하셨다. 그러나 조금 뒤 술 드셨다는 비겁한 핑계로 나에게 눈은 마주치지 않으며

나 들으라는 욕을 하신다. 주위에선 날 더러 참으라 하시고..........

나는 이미 그분에 인격을 인정하고 있지 않음에 무어라 해도 괘념치 않고 있는데 말이다.


문제는 이렇게 이웃간이라는 끈끈한 정을 기회로 자기에 기호 욕구를 참지 않는데 있다.

오히려 이를 이용하는 철면피적인 사람이 간혹 계시다는 것이 현실이다.

꽃만이 향기를 피우지 않고 쓰레기만이 악취를 풍기는 것은 아닌 것으로 사람에게서도

향기와 악취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하루였다.


이렇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에게는 이웃간 배려라는 차원에서 그냥 묵인치 말고

차라리 화장실 급한 사람에게 정차 해주듯 수시로 정차하여 차 밖에서 담배를 원 없이

피우도록 배려하는 것이 굴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리더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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