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통제라~
빛 좋은 살구 하나가 교정 통로에 나뒹굴고 있다.
부쩍 강해진 햇살에 빠르게 영글어가더니 무어에 그리 힘을 놓아버렸던 건지!
봄날에 곱게 피어난 꽃이 지고 간 자리에 송알송알 알맹이를 키워내는
살구나무의 모습이 마냥 기특하였는데 이제는 제법 빛도 고운 것이 꽤나
탐스러운 과실을 주렁주렁 매달아 보란 듯 흔들어댄다.
내 어머니께서 나를 잉태하셨을 때 그렇게나 좋아하셨다는 살구!
몇 개 따서 입에 넣었다.
어머니께서 느끼셨을 미각도 이러했을까! 신 듯 단맛이 좋다.
내 이름은 영기! 외가 쪽 같은 학렬의 돌림자가 “영”자이기에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 할아버지의 성화를 견디시며 아버지는 고집피우셨다 한다.
본가의 돌림자는 “배”자...그래서 친가에서는 나를 인배라 불렀고
외가에서는 영기라 불리었는데 이름이 하나가 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외가와 친가간의 오기다툼이 있었던 듯한데
내가 거의 성인이 되었을 때서야 통일되었다.
아내가 이쁘면 처갓집 말뚝에 절한다하지 않는가?
딸 셋을 낳으시고 다시 4년이 지난 후 아들을 보시게 된 내 아버지는
처갓집 나들이를 무척이나 즐겨하셨다 한다.
잘나지 못하고 크게 되지도 못한 현재의 내 모습에는 분명 실망하셨을 터!
어릴적에는 병치레가 잦아 근심걱정이라는 불효만 끼쳐드렸던 내가
오십이 넘어 초로에 들어선 이제는 다리도 굵고, 팔도 굵고 뜀박질도
잘하며 산도 잘 오르는데!!!
배에 새겨진 王자를 어머니에게 보여드리면 얼마나 대견해하실까?
나이 들어 늦은 재롱도피고 싶은 것이 주책없는 내 심정이건만 오래전
성미도 급하시게 두 분다 하늘로 오르셨기에 슬프다.
-자유인-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나기 (0) | 2012.09.20 |
---|---|
빅토리아 연꽃 종결판과 넋두리 (0) | 2012.08.30 |
옛사람 (0) | 2009.12.08 |
불미스러운 산행 (0) | 2006.11.13 |
숨겨 두었던 이야기 하나 (0) | 2006.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