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빅토리아 연꽃 종결판과 넋두리

Parkyoungki-Paolo 2012. 8. 30. 10:48

 

어제는 볼라벤이 지난 후 찾아온 평화로운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덴빈이라는 태풍이 또 올라오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연신 들려오네요

"덴빈" 이 이름을 듣는 순간 저는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라덴이 떠올랐는데 왠지는 모르겠습니다.

 

평화는 인류의 가장 소중한 가치며 우리가 영원히 지향해 나가야할 필요불가결한 임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볼라벤이 공포스러웠답니다.

우리 집은 높은 곳에 있으며 창문도 많고 너른 편이라 평시엔 즐길 뿐 위험을 느끼며 살진 않았습니다.

아들 녀석 극성에 맞춰 창 마다엔 테이핑을 하고 거실 베란다 창문엔 신문지마저 빼곡히 붙였죠 

바람이 강하게 몰아닥칠라치면 신문지 붙인 창이 휘어지는 게 눈으로도 선명히 확인되었습니다.

신문지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느끼지 못했을 위협을 신문지 라인을 통해 폭팔 위험성을 심각하게 전달받느라 잠 못 이루었답니다.

제가 그래요...

겁쟁이 맞습니다.

 

냉담중에 있는 제가 하느님을 기회를 틈타 낯두껍게 찾았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인 거죠

나약한 사람은 하느님에 피창조물이잖아요?

사실 불확실한 말이라 생각은 하지만 저는 그렇게 믿고 삶니다 그게 유리하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들은 모두 다 인간이 만들어낸 창조물이며 인류가 없다면 신 또한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를 주장해서도 확신해서도 절대 안 됩니다 너무나 위험한 제 개인에 생각일 뿐이라는 걸 저는 아니까요

 

~이야기가 한참 빗나갔습니다.

태풍과 태풍사이에 평화를 누린 어제가 너무나 소중했기에 멜랑꼬리한 마음에 그랬나싶군요 창밖에 비는 내리고!

가을도 저만큼 와 있습니다.

.

.

.

 이제부터 빅토리아 연꽃의 모든 모습을 담아온 어제의 사진들로 게재하며 생명의 신비를 살펴보려합니다.

 

처음엔 이렇게 가시로 감싸 보호된 모습으로 물 위로 봉오리가 떠오른 뒤 갈라지면서 볼품없는 너덜한 모습의 흰꽃으로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양파껍질 벗겨지는 듯

새악씨 치마자락 벗겨지는 듯

그렇게 서서히 한 꺼풀, 한 꺼풀 벗어 내리더군요 제가 두 눈부릅뜨고 지켜봄에도 부끄럼 없이 말이죠.

 

얼추 벗겨진 모습에 빨간 속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속 빨간 봉오리도 한 잎, 두 잎 곱게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지루한 듯

답답한 듯

한번에 속옷을 벗어 제끼는 모습입니다.

 

이젠 제법 근사한 모습의 관곡지 스타일로 갖춰졌습니다.

 

이젠 진사님들 맞을 준비가 다 됐다며 뻐기기까지 하네요?

 

위 7장의 사진은 오후 네 시부터 6시까지 관찰한 빅토리아 연꽃으로 보편적인 시간보다 훨씬 이르게 피었던 것은 어쩌면 볼라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 짐작됩니다.

 

 

 

 

 

현장에는 프로급으로 보이는 진사님들도 여러분 계셨었습니다.

그 분들 말씀이 올들어 관곡지에 피어난 빅토리아 연꽃 중 최고라고들 하셨습니다만

사실 저는 그 진가를 지금도 별반 느끼지는 못합니다.

 

 

 

 

 

 

 

 

위 7장은 빅토리아 연꽃봉오리 해부도 입니다.

볼라벤의 피해로 못다핀 꽃송이들이 연밭에 나뜅굴었고 인부들에 의해 정리되어 졌으며 그것들을 주어다 가로세로등 여러 모양으로 잘린 단면도로

신의 위대함과 생명의 신비를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 주네요!!!

 

2012년 8월 29일 관곡지에서 6시간 30분에 걸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기에 뜯기며 즐겁게 촬영하였습니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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