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설산 산행기
2010년 2월 18일 목요일
백운대 탐방 지원쎈터-하루재-백운대-북한산성계곡-국녕사-용출봉-백화사
정치뉴스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지만 일기예보만큼은 반드시 시청하는 습관이 내게 있다.
그것은 KBS 9시뉴스 기상케스터가 워낙 예쁘기도 하지만 그것이 이유는 아니다.
작금에 내가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방법에 있어 날씨가 가장 주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2~7센티 적설예보에 나는 가득 찬 7센티를 바랬고 넘치는 것도 은근히 기대했다.
다만 너무 많은 적설로 인하여 입산통제만 아니었음 하는 마음도 있었기에 취침 전 베란다
밖으로 내려가는 눈발을 한동안 바라보다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와 잠들었고 평소보다 이른
기상 즉시 베란다 밖을 부스스한 눈으로 살폈더니 오호라 제법 하얗고 두껍게 싸였으며 눈발도
아직 멈추지 않은 채 간간히 흩날리고 있었기에 백설이 만건곤한 북한산 풍경은 어떨까?
콩닥콩닥 마음 설랬다.
백운대 탐방 지원쎈터를 들머리로 깔딱 고개 너머 하루재로 들어서니 세찬 바람타고 날리는
눈발은 차가운데 안개마저 끼어 시계가 좋지 않아 보여야할 인수봉도, 아니 그 무엇도 100
미터 이상 떨어진 것은 식별 불가능 했기에 조속히 날이 개이기를 염원하며 신비 속으로 점점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어느덧 백운산장을 지나 위문에 다다를 즈음 설경사진 담으려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섰다는
사진사 일행들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기다리다 추워서 그냥 내려간다며 미묘한 미소를
내게 건네며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고는 빠르게 스쳐 지나셨다.
바람을 피해 위문 성벽에 기대어 백운대쪽을 바라보니 눈가루 세차게 몰고 지나는 바람만
보일 뿐이기에 일단 시간을 보낼 겸 준비한 먹거리로 요기를 하며 기상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다
지쳐 멋진 풍경사진을 담아 가지는 못할망정 난생처음 겨울에 찾은 백운대 정상이라도 밟아
보겠다는 요량으로 바람을 뚫고 꼭대기에 올라섰다.
온도계를 보니 영하 12도 바람이 거세니 체감온도는 20도 아래일 테지만 태극기는 추위에
아랑곳없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그 누구도 지켜보는 이 없는데 홀로 외로이 대한민국
기상을 지키려 찢어지는 고통에 외침으로 연신 파드득 거리면서 힘차고 성실하게 휘날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마치 우리에 국운을 책임지고 있는 듯 거룩한 모습이 갸륵하다는
생각에 씩씩한 장면으로 카메라에 몇 장 담아줬다.
이제나 저제나 광명이 찾아 주려나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간간히 인수봉 너머로 서광이 비치기도
해 혹시나 하는 마음 들어 백운대를 내려서지 못하고 바람 등지고 버티니 등산 가방 끈만은 의리
좋게 태극기와 함께 같은 방향으로 너풀거리며 바람에 신나게 휘날렸고 나는 추위에 굴복해
소리 없이 다리만 살살 떨었다.
제법 긴 시간이 지난 뒤...이게 뭐하는 짓이람?
스스로에게 냉소적 질문을 던지고 현상황에서 도피할 명분을 얻어 백운대를 내려서려는 순간!
악마가 천사에 쫒기 듯 어둠이 빠르게 동쪽으로 날려가고 백운대 위 하늘이 열리는데!
하늘빛이 그렇게 고울 수가 없었다. 가을에 샤방샤방한 파아란 하늘을 나는 곧잘 코발트 빛깔이라
표현 하곤 했는데 내가 봐왔던 그 어느 가을 하늘보다 순결한 코발트 빛깔 하늘이었다.
“開天” 10월 3일도 아닌데 웬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 내가 느낀 것은
Open The Sky 였다. 하느님! 부처님! 어머님! 감사합니다. 를 마음으로 아우성치면서 기대이상
아주 멋들어진 신비 속에서 다시 태어난 북한산 설경을 굽어 살피며 혹여 다시 못 볼 풍경하나라도
놓칠세라 세세히 그리고 낱낱이 감상하면서 셔터를 마구, 마구 아낌없이 눌러댔다.
필름 값 걱정 없는 돼지털 카메라니까 그럴 수 있었다.
그렇게 감격적으로 맞이한 북한산 설경에 취해 추위마저 잊은 채 백운대에서의 시간을 한참
즐기다가 땅으로 하산한 후 다시 북한산 삼각봉을 우러러보기 위하여 용출봉엘 올랐더니 백운대를
중심으로 펼쳐진 설경은 아름다움 그 이상으로 기막히게 내 마음 요동치게 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굽어 살피는 것을 좋아하는가? 우러러 보는 것을 좋아하는가?
굳이 의문할 필요조차 없는 우매한 궁금증을 궁금해 하면서 백화사로 하산 하는 중 커다란
화강암 암석에 맺힌 고드름 하나를 따 먹었는데 아삭거리는 소리와 마그네슘 풍부한 뒷맛이 참 좋아
하나 더 따 입에 물고는 룰루랄라 어린 시절 그때처럼 철없이 마냥 즐거워만했다.
토종 소나무 적송은 백설이 만건곤 할지라도 역시 독야청청했다.
무슨 미련 때문에 여적 떠나지 못한 가을에 설화가 피었다.
백운대 산장 산고양이
인수봉 옆에서 인수봉 닮은 눈 봉우리가 청송을 품고 있다.
백운대 올라가는 길, 백운대는 신비에 묻혔다.
날이 투명해 질 서광이 비쳤다.
밤골 능선
염초봉과 원효봉
만경대
보현봉과 문수봉
쌀가마니 대신 눈을 지고 있는 노적봉
염초봉 너머 계명산
인수봉 너머로 도봉산, 그 너머로 사패산
노적봉 우측
백운대 깃발 아래에서
백운대 상고대 너머 인수봉 머리와 도봉산
인수봉 우측으로 수락산
눈덮인 백운산장
코발트 빛 하늘 아래 백운대에 피어난 상고대
의상봉과 용출봉 사이 안부에 자리잡은 국녕사
백운대 하늘 빛
용출봉에서 삼각봉을 바라보는 내 낭만 보따리
백운대 서측 능선으로 원효봉과 염초봉이 흐른다.
백운대 우측 능선으로 동장대가 자그맣게 보인다.
삼각봉 중앙을 응시하였으나 인수봉은 백운대에 완전히 가려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사모바위와 비봉
고드름으로 태양을 가려봤다.
북한산 품에 안겨지낸 시간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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