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7일 목요일/전형적인 가을 날씨
송추유원지-송추폭포-오봉-자운봉-Y계곡-포대능선-사패능선-사패산-안골-의정부역
조금 늦은 아침에 터벅터벅 보행자길 따라 세이브존 버스정거장으로 가니 등산복차림의 사람들이 줄지어 있어 송추로가는 버스를 타려는 줄인가를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잠시 후 도착한 8906호 버스는 외곽순환도로를 달려 30여분 만에 송추유원지에 도착하여 등산객들을 쏟아냈다.
가을 가뭄으로 단풍이 곱게 들지는 못했을 거라는 예상을 하였기에 카메라 챙기지 않고 나선 단풍산행이었지만 얼핏 보이는 산등성의 빛깔이 칙칙한 것이 실망스러웠고 어두운 빛깔사이로 파고들어가는 울긋불긋한 등산복의 색채는 밝게 빛나 오히려 눈에 확 들어왔다.
그래도 계곡 단풍은 산등성의 그것들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송추폭포 등산로를 따라 올랐지만 폭포에는 가느다란 물줄기만이 사람 오줌 누듯 겨우 물방울 툭툭이었고 주변 단풍나무도 마르게 타들어 예쁘기는 고사하고 흉물스러웠다.
오봉을 거쳐 자운봉에 다다르니 봉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모여 꼭대기에 오른 기념사진들을 화사한 가을 빛 담아 누구보다 멋지게 남기려 무던히도 애쓰는 모습들인데
젊은이들의 그런 모습은 하나같이 보기 좋은 반면 얼굴에 주름이 잡혀진 사람들에 모습은 쓸쓸한 가을풍경과 같았고 주변 봉우리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들은 역시 주변풍광 중 가장 색채가 예뻤다.
단풍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내장산이나 현충사를 찾아가야한다는 내 경험의 기억 속에 있는데 온갖 가을 색조들이 파란 하늘에 잠겨 조용히 빛깔 하나하나를 뿜어내는 것이다. 특히 고창 선운사계곡에서 목도했던 고운 단풍들이 바람에 날려 개울물로 낙엽지는 모습은 극히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오늘은 보잘 것 없는 풍경들도 참 소중하게 여겨졌다.
그래서인지 발걸음은 게으르기 짝이 없었고 살피기 좋은 전망위치엔 기꺼이 파고 들어갔고 쉬어가기 좋은 바위에서는 어김없이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곤 했는데 멀리하려 할수록 상념을 떨칠 수는 없었다.
사패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북한산과 도봉산 풍경은 일품으로 최고의 전망대다. 이곳에서 서쪽 산 끝으로 약하게 사라지는 햇빛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벌렁 뒤로
누었더니 조각구름들이 파란 하늘사이로 동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세상은 살아있고 오늘 나도 살아 있는데 맑은 날 아침이슬처럼 나 죽으면 구름 될까?
아무런 구속 없는 산행을 마치려 안골 방향으로 하산 길에 접어들었더니 한적한 것이 내 발걸음 소리와 스틱디디는 소리는 적막을 깨뜨렸고 이따금 산새가 놀라 날아가는 광경엔 미안한 마음 들었다.
(사진은 2010년 1월에 촬영)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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