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5코스
2010년 4월 29일
남원포구- 큰엉-동백나무군락지-조배머들코지-예촌망-쇠소깍 (15km)
코스가 길지는 않으나 볼 것 많고 걷기 좋으며 놀 것도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올레코스 중 하나다.
비가 지나간 다음 날이라 하늘은 맑고 푸르러 한라산 정상과 그 아래 진달래 능선에 피어난 꽃무더기까지 연분홍빛 색상으로 확연하게 주변 나무들과 구분되었고 하얀 구름은 그 위를 딱 알맞게 두둥실 잘 떠 천천히 흘러가고 있어 시선을 바다에 한번, 산에 한번, 그리고 앞으로 쭉, 이쪽저쪽으로 번갈아가며 시선주기 바빴다.
만족스런 풍경의 돌담 올레길 모퉁이를 돌면 또 다른 좋은 풍경과 마주쳤고 투명한 햇살아래 길섶 동백과 꽃잎 큰 제주철쭉은 그 고운 빛을 더욱 영롱하게 발산했으며 바라보는 마음 행복에 젖어 발걸음은 룰루랄라 시종 가벼웠다.
하지만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는 것, 제주답게 바람은 연신 강하게 불어와 동쪽에서 서쪽으로 올레길을 순방향으로 걷는 걸음은 바람에 대한 정면승부였고 감당하기 힘들었다. 바람은 내가 착용한 등산모자와 체온을 빼앗으려 했기에 방풍복을 착용하고 옷에 달린 모자를 등산 모자에 덧씌워 날아가는 것을 막아야했으며 호흡기로 들어오는 바람은 종이 마스크를 착용하여 일정부분 걸러내야 질환을 예방할 수 있었다.
한낮의 시간이 지날 무렵 쇠소깍에 다다르니 처음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놀랄 경이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08년 11월에 올레 6코스(당시 2코스)를 걸을 때 쇠소깍에서 출발했건만 쇠소깍 속내를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은 채 지나쳤기에 나는 더 놀랬다. 이 멋진 풍경을 놓쳤다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7,000원 내고 카누를 타고는 쇠소깍 물위에서 뱃놀이를 즐긴 체험은 아마도 오래 기억할 것이다. 그건 아내와 결혼 전 인천 송도에서의 뱃놀이 후 혼자지만 처음으로 모처럼만에 유유자적, 그것도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맑은 물위를 노닐었기 때문이다.
서귀포시로 돌아와 이중섭 미술관을 관람하였는데도 저녁식사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인지라 재래식 시장에 가 둘러보고 한라봉 5개를 6,000원에 산 후 숙소에 들어갔다가 저녁 먹으러 다시 나오기가 귀찮다는 생각에 김밥집을 찾아 두 줄을 2,000원에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 시장기가 느껴졌을 때 맛있게 먹었다.
이런 복장으로 바람과 맞서며 걸어 전진했다.
등지고 걸으면 훨씬 수월할 텐데...고집스레 순방향을 좋아한다.
중문에 위치한 올레 8코스 주상절리와 매우 유사한 풍경을 던지는 이 곳은 큰엉이라는 곳이다.
높은 산은 구름과 친하다.
한라산 생김새를 멀리서도 또렷하게 감상할 수 있는 투명한 날씨였다.
저 신발은 절대 내 것이 아니다.
바람이 잠잠한 안부라서, 단지 파도에 잘 다듬어진 통나무 위에 앉아 파도소리 들으며 점심 요기를 했을 뿐이다.
배는 항구에 묶어두려 만들지 않는다.
풍광 좋은 곳에 아무도 살지 않는 듯한 흉가가 있다.
저 모퉁이를 돌아 나가면 무엇이 보일까?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는 새로운 풍경을 기대하고 골목길을 빠르게 빠져 나간다.
인생처럼 그렇게...
쎈스 있는 별장 주인은 집 앞 나그네를 위한 배려도 멋스럽게 제공한다.
간조 기간이라 물이 없는 쇠소깍에서...
물이 많을 때 저 사진보다 5m위 까지 차오른다 한다.
그 때의 풍경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올레길 누적거리 ; 152.5km
-자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