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2코스
2010년 4월 28일
광치기해변-식산봉-고성윗마을-대수산봉-혼인지-온평포구 (총 17.2km)
듬성듬성 걷지 않았던, 아니 걷지 못했던 올레길을 찾아 메꾼다는 걸음걸이로 나섰다.
동에서 서로 진행되던 올레길이 뒤에서 새로이 생겨났기 때문인데 이런 현상에 대하여
못마땅하였지만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 충족의 욕심 때문이니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다.
숙소인 나포리호텔에 배낭을 던져놓고 단출한 몸과 마음으로 2코스 들머리 광치기해변으로
가는 버스창밖이 수상쩍었다. 아무래도 기상대 예보와 달리 큰비가 내릴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은 버스에서 하차할 무렵 현실로 다가왔던 것이다.
마트에서 우산을 구입하고 등산에서 취득한 노하우를 써먹으며 100mm이상의 호우라도
계획을 접지 않기로 작심하여 길을 걷는데 폭우에 가던 길을 되돌아 나오는 올레꾼 부녀를 보았다.
그들에게는 그런 선택이 옳아보였고 나는 내가 옳았다.
비는 약 세 시간여 내리고 하늘은 열려갔으나 바람만은 온종일 세찼고 한라산 정상에는
넘어 지나지 못하는 큰 구름무리가 서편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는데 보기에 무척 좋았다.
혼인지외 볼 것 별반 없는 2코스를 부지런히 걸으니 비는 그치고 하늘은 푸른 빛깔인데다
첫날이니 힘도 여유로워 4코스 들머리 표선해수욕장에서 다시 걷기를 진행하여 4코스 80%
지점인 태흥리까지 열심히 걸었다.
비가 억수로 내린다 해도 신발 안으로만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들길을 걷거나 언덕을 오르는데 있어 큰 무리는 없다.
비닐 봉투 막힌 부분을 잘라 원통을 만들어 신발 위에 덧댄 뒤 양말 안으로 말아 넣으면 물에 빠져도 쉽게 신발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는
못한다. 세찬비에도 뽀송뽀송한 발걸음이 가능하게한 비닐 봉투는 겨울 산행시에도 두 개쯤 지참하여 다니면 좋다.
무지 추운 날, 더 추운 능선 길에서 장갑위에 비닐 봉투를 끼면 그렇게 따스할 수 없고 방수가 안 되는 장갑으로 눈을 만져도 좋다.
차가운 날씨의 연속으로 제주 왕벚꽃이 냉장되어 나도 구경할 수 있었다.
봉우리에 오르니 바람은 더욱 세게 지나 우산을 펼 수 없었다.
혼인지에 다다를 무렵 비는 그쳤다.
혼자 오라지 않는가?
올레길 누적거리 ;114.9km
-자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