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한라산 동봉 산행기

Parkyoungki-Paolo 2012. 2. 12. 16:37

 

겨울 한라산 등반

 

 

2012년 2월 9일(목)/흐린 아침이었으나 삼각봉 대피소 위에서부터는 맑고 청명함

 

 

관음사-삼각봉-동봉정상-진달래밭-사라오름전망대-성판악

 

백록담 파노라마 합성사진

 

(삼각봉)

 

 

(삼각봉 대피소 동쪽 능선)

 

 

 

내가 살아온 생애 산에 오른 횟수가 총 얼마나 될까? 원정산행만 200회 정도는 되겠지!

이번 산행만큼 힘겹게 오르고, 또 오른 노고를 충분히 보상받았던 산행은 단언컨대 없었다.

또한 이번에 보았던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경관을 우리나라 그 어느 곳

어느 외국여행에서 보았던 적 있었던가? 애써 기억의 심연까지 뒤집어 본들 결코 없었다.

 

(삼각봉 서쪽 골짜기)

 

 

(멀리서 바라 본 삼각봉)

 

 

  (삼각봉대피소에서 촬영한 한라산 북벽과 동서봉의 모습)

 

 

올겨울 내내 내린 눈과 전날 쏟아진 폭설로 가꾸어져 설경이 한껏 멋들어져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설경 좋기로 유명한 어리목을 들머리로 할참이었는데 제주 산간도로 중

오직1100도로만이 빙판길로 통제됐음을 확인코는 서둘러 관음사로 방향을 바꾸었다.

 

  (왕관바위와 출렁다리)

 

 

  (동봉정상과 능선)

 

 

  (삼각봉대피소에서 바라 본 북쪽 전경)

 

 

흐린 날씨로 쨍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는 어려울 거라는 기대 없는 텁텁한 마음으로 오전 9시경

느긋하게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는데 오르는 길 온통 새하얗게 변한 등산로 숲에 햇살이라도

비집고 들어온다면  천상의 낙원을 걷는 기분일테지! 싶다는 상상의 나래짓으로  지루함을 달랬다.

 

  (한라산 서봉)

 

 

 

  (왕관바위 능선)

 

 

기적이라 말하고 싶다.

삼각봉을 바라보는 순간 한라를 감싸고 있던 구름이 빠르게 간데없이 사라지더니 온 세상이

투명해지면서 하늘빛은 티끌하나 없는 코발트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형이상학적인 세상으로 변모 되었고

발아래 탐욕으로 가득 찬 어둠의 세상은 두터운 구름으로 가려주어 내 발치를 중심으로

두 세상으로 분리 되는 연옥의 세계에 나는 놓였었다.

 

(왕관바위 능선 일부)

 

 

(한라산 북벽 전경)

 

 

  (장구목능선)

 

 

코발트빛 하늘에 솟아오를 듯한 한라의 모든 봉우리들의 하이얀 자태가 그렇게 장엄하기 이를데없었고

서봉에 싸여있던 눈들이 간혹 바람에 날리는 풍경은 산행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히말라야의 그것을

보는 듯, 내가 알프스에 서 있는 듯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한라산 정상 인근 구상나무에 피어난 설화)

 

 

  (왕관능선)

 

 

이토록 장엄하고 투명한 풍경을 어떻게 마음에 담고, 카메라에 담으며, 어떤 미사어구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아! 죽어도 좋아 이 자리에서...

고백컨데 당시 내 마음은 그랬다. 어찌나 마음시리도록 휘황찬란한 다시못볼 풍경이란 생각 들던지!

내 인생 마지막 장면으로 더할나위  없다는 느낌이 정녕 그날 그곳에서 제주 바람처럼 몰아쳐 참기 어려웠다!

이제 잘 죽는 것이 내게 남겨진 가장 큰 숙제가 아니던가?

그것을 쉽게 놓고 온 오늘 그날을 아쉬워하는 내가 아닐까싶지만 분명히 아직은 너무 이르다.

 

(정상북측아래)

 

 

(정상 인근에서 바라본 북쪽풍경)

 

 

삼각봉대피소를 지나 가파르게 정상을 향해 설비알길을 지날 때부터는 무척 힘겨웠다.

내 생애 산에 오르면서 그토록 힘에 벅차하기는 처음이었다. 오르다 허벅지가 무거워 잠시

멈추려하면  현기증이 심하게 밀려와 곧 쓰러질 것만 같아 그냥 걸어야만 했다.

 

(성판악 방향에서 정상으로 오르고 있는 등산객 모습과 풍경)

 

 

  (백록담)

 

 

왜 그토록 그날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내게 힘겨웠을까?

어제 악천후 속에서 올레길 25km를 걸은 것이 체력에 영향을 미쳤던 탓일까?

아니, 나이 탓은 아닐까? 그런 부분도 인정해야할 만큼 나도 이젠 늙은 게지!

그리고 수술 후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탓일까? 역시 무시 못 할 현실인 거야!

하지만 무엇보다 폭설로 통제되었던 갓 풀린 눈 싸인 등반로를 뚫고 전진하기가 어려웠던

환경적 원인이 가장 컸던 것은 아닐까?

 

(한라산 동쪽 전경)

 

 

(진달래 밭과 그 아래풍경)

 

 

삼각봉대피소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요기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여기까지 오른 길은

그들이 닦아놓은 길을 밟고 오르면 됐지만 삼각봉 이후로는 나보다 앞서나간 사람이

얼마 안 되어 반러셀작업을 하며 올라야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간주하고 싶다.

 

  (사라오름 전망대에서 촬영한 풍경으로 좌측 봉우리가 한라산 동봉 정상의 모습이다)

 

 

  (유리창에 맺힌 성애와도 같아보이는 설화)

 

 

하지만 힘겨웠던 모든 것은 백록담 속내를 들여다보는 순간 흔적 없이 잊혀졌다.

청명한 하늘아래 하얀 눈을 듬뿍 담고 있는 백록담은 그 이름의 뜻이 달라지는 풍경이었다.

 

  (사라오름 분화구는 얼어 눈이 쌓였고 뒷편으론 한라산 정상 봉우리가 보인다)

 

 

내가 이번 산행에서 체험했던 고난들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히말라야 등반가들에 도전정신을

헤아리기 충분했다.

그런 감당을 해도 좋다는 심정이 내게도 일었었다

한라산 구석구석을 오래오래 맴돌아 다니다 좋은 곳 만나면 푹 쉬는 것도 괜찮다 싶었으니까!

 

(사라오름 동편 길)

 

 

(사라오름 능선에 피어난 설화)

 

 

하산 길에 사라오름을 거쳐 전망대에 이르렀을 때 나는 또 다시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할

설경을 또 다른 풍경으로 마주했다. 건강에 손해를 보았다 하더라도 무릅쓰고 

꼭 봐야할 자연풍경을 봄으로서 내가 사는 의미가 뭉클한 가슴안에 환희로 충만한 하루였다.

 

(성판악으로 하산 중 촬영)

 

 

(사라오름 북쪽 길)

 

 

(사라오름 하산 중 촬영한 흙붉은오름이 설화가지 사이로 담겼다)

 

 

이제 검진을 받는 일, 의사를 만나는 일이 조금도 망설여지지 않는다.

사람이 산다는 것!

“盡人事待天命”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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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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