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라산 산행기(영실-어리목)
2012년 2월 10일(금)/흐리고 칙칙한 날씨
설경의 진수를 전날 오른 관음사코스에서 충분히 맛보았지만 그래도 장엄한 대관의 세계로 오르니 만큼 무언가 예기치 않은 감동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와 사치스런 고생을 하러 높은 산에 오른 보답을 얻고자 하는 욕심 가득했기에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었다.
시종 칙칙한 하늘에 가는 눈발 날리는 등산로 앞길은 대부분 겨울날에 한라산이 보여주는 기상이라고 말들하며, 나 역시 몇 번의 겨울 한라산 등반추억을 그렇게 흐릿하게만 간직하고 있다.
당초 계획은 어리목을 들머리로 사재비동산을 거쳐 윗세오름에 오른 뒤 돈내코 코스 남벽 전망대까지 진행한 후 다시 윗세오름으로 돌아와 영실을 날머리로 하고자 하였으나 윗세오름 관리소직원으로부터 돈내코 코스로의 진행을 전날 내린 폭설로 인하여 아직 길이 뚜렷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지 받았다. 안전을 위한 것이니 따라야하는 것이었다.
설경 좋기로 유명한 구상나무숲은 눈이 지나치리만치 나무 허리춤까지 쌓여있어 정강이만큼만 쌓였더라면 풍경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마음들었고 영실나한 폭포의 빙벽은 아주 멋지게 하얀 눈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제 곧 한라는 겨울에 이별을 고하고 봄과 인사를 나눌 것이다.
어리목 들머리로 가는 길
고요가 머무는 숲
점 하나 달랑.
하얀 눈보라 깃털처럼 날리고,
구름빛이 진했다 옅었다, 보일락 말락, 변덕이 심한 한라산은 누구 닮았다!
흐린 날의 한라산 서봉 전경
셔터 두 번 누르는 그 새에 또 변한 한라산!
사제비 동산에 피어난 설화
마치 멍멍이가 주인에게 교태부리는 듯!
서봉 정상으로 향하는 북쪽 능선
더 보태지 않아도 적설량을 충분히 말하고 있다.
겨우 솟아 나온 깃발은 새빨강이다.
겨웁도록 연민이 다가가는 겨울 한라산!
구름 포개지는 한라산 서봉을 향하여 내 영혼은 자연 되어 흘렀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빛과 바람이 어떻게 한라산 서벽의 형태를 달리 보이게 하는지 한참을 지켜 보려니 추웠다.
나는 이곳에 한 가지 미련을 남기고 왔다.
돈내코 남벽전망대!!!
겨울산은 적막하기 이를데 없다.
그러나 외롭지 않다.
"봄"
그리움과 기다림이 그 안에 설레고 있음을 눈치 챘으니까!
병풍바위 윗길을 조심스레 지나는 등산객
영실 적송숲
영실 오백나한 빙벽의 위용
자연이 만들어 낸 가장 아름다운 솜씨를 있는 그대로 감상하는 것 그것이 풍류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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