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방태산 산행기

Parkyoungki-Paolo 2010. 7. 11. 11:41

방태산 산행기

 

2010년 7월 10일(토) 흐림 / 중흥산악회

 

주차장-매봉령갈림길-매봉령-구룡덕봉-휴양림삼거리-주억봉(1,444m 정상)지당골삼거리-매봉령갈림길-주차장

 

4년 전 눈이 수북이 쌓인 겨울 방태산에 올랐을 때는 그저 춥고 가파르다는 인상만 받았던 방태산을 여름에 올라보니 여름산행지로서의 명성을 온 몸으로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 울창한 활엽수림이 빼곡히 우거진 녹색 골짜기를 걷노라면 물소리, 새소리 청아한 자연의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오고 이따금 지나는 실바람은 정상을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는데 어느 지점부터는 육산의 된비알 구간이 숨 벅차게 앞길 막아서고 7부 능선에 이르자 마치 눈 녹은 4월에 산행하듯 진흙길이어서 미끄러웠다.

 

주억봉이라는 이름을 지닌 봉우리 방태산 정상에 홀로서서 사방을 바라보니 옅은 안개로 인하여 산주름이 가까운 것은 또렷이 먼 것은 희미하게 바라보이는 것이 아주 조금 환상적 이미지의 풍경 구경을 즐기다가 준비한 먹거리를 마치 위대한 정복자라도 된 양 꾸역꾸역 배불리 먹어 치운 후 꼭대기에 올랐었다는 인증샷을 담고 다시 돌아 내려서는 길은 올랐던 구간보다 더욱 미끄러워 진흙땅에 엉덩방아 찧기 십상이었지만 다행히 챙겨간 지팡이 두 자루에 도움을 받아 멀쩡한 엉덩이로 안부에 내려섰다.

 

올라갈 때는 열심히 내려올 때는 여유롭게라는 내 산행방식을 적용하기에 딱 좋았던 것은 여름날에 계곡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해진 산행 길을 조금씩 이탈하며 신나게 재잘거리며 여울지는 물소리 찾아 계곡에 내려서면 셔터를 누르고 싶은 즐거운 풍경이 반드시 있었고 어느 깊고 외딴 소담스러운 장소에서는 긴 시간 머무르며 발을 씻고 몸을 담가도 봤는데 물이 차가워 오래 견딜 수는 없었다.

 

인생에 있어서도 사실 정해진 길로만 가는 것 보다는 괘도를 이탈했을 때 경이로운 체험을 하는 것이겠지만 이것은 상당히 위험천만한 도전이라는 것이 결국 정상적인 위치를 고수하게 하는 것일 테니 인생길에 비해 산행길이 훨씬 여유롭고 자유로워 좋다.

 

빼어난 산경수림을 갖추고 있지는 못한 방태산은 그런대로 봐주며 멋지다고 호들갑떨어줄만한 계곡 풍경과 폭포풍경이 있어 여름 산행지로 제격인 것이고 풀 내음, 나무 내음, 물 내음, 비릿한 폭포수 옆 그늘아래에 돗자리 깔고 오침에 든다면 아마도 새 소리타고 선녀를 만나지 않았을까 싶었다.

 

에필로그 ; 산악회란 무엇일까...그 본질은?

어제는 버스 안에서 상황에 포로가 되어 움쩍달싹 못했다. 시종 버스 안은 음주와 고성으로 일관되었다. 자연이 좋아 자연을 찾아 간 나는 엄청 진한 환경오염에서 내 희망대로 탈출할 수 없음에 무척 갑갑하였다. 중이 싫으면 절을 떠나야 한다고들 말하고 그곳이 싫으면 가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다행히 나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른 게 당연하지만 유흥을 즐기려 산악회가 만들어지고 유흥이 있어 산악회를 찾는다는 것은 등산용품점에서 막걸리를 사고 파는 격이다. 

 

산악회란 명칭은 그 무엇보다 산에 오르는 즐거움에 가치를 두고 있는 단체만이 사용하여야하는 고귀한 이름이니 놀자, 먹자, 마시자에 가치를 두는 모임들은 그 이름을 00유흥회라 칭하는 건 어떨까? 이름으로 본질을 정확히 밝힐 때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헷갈리지 않아 가고자하는 곳으로 속지 않고 올바르게 찾아들어 함께 즐거워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들어 많은 것들의 정체성 변질에  대하여 혼란스럽기 짝이없어 갈팡질팡 마음 어지러운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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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이끼가 오랜동안 사용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구룡덕봉의 풍경

 

아래쪽은 건조한 길인데 위로 오를수록 길이 질퍽한 것은 비가 내린 탓 보다는 설녹은 눈 탓으로 여겨졌다.

물론 착각이겠지만... 내 지식으로는 정확한 원인 분석 조차 안 된다.  

 

방태산 정상을 밟았다는 인증샷

 

가파른 산 길 걷다가 평탄한 숲을 걸을 때면 언제나 저절로 즐겁다.

 

주억봉 정상에서 바라 본 동쪽 풍경

 

 

 

계곡미 좋은 방태산

 

척 보는 순간 떡 바위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을 듯 보였다.

 

세상에는 별별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저 낙숫 물에 어깨를 흠씬 두들겨 맞았으면 시원하겠다 싶었다.

 

여울지는 물방울이 바위 귀퉁이를 아주 부드럽게 다듬고 있다.

 

 

 

부부란...

 

폭포 주변에는 진사님들도 나들이 객도 꽤 많았다.

 

바위에 피어난 돌꽃을 식물 꽃으로 착각하여 날아 앉다가 날개를 다친 것일까?

회생하기를 바라건만 희망의 빛이 그리 또렷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폭포

 

저폭포

 

실제 주억봉의 높이는 1,444m로 고도계가 51m의 오차를 보인다.

하산 후 약 90분 후에 기록을 스톱했기에 그래프가 길게 늘어졌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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