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지리산을 찾아 나서는 길 날씨가 수상쩍다.
아직도 어두움이 가시지 않은 아침녘 눈발이 흩날리니
고속도로 사정은 시간과 안전에 문제없을지!
수도권에도 설경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나는 그래도 지리산으로 갔다.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는 것은 아니겠지?
들머리 고기리에서 정령치를 향하여 어두운 산길을 뚫고 걸어갔다.
진눈깨비가 길을 막으려 했지만 그래도 오르고 올랐다.
만복대 정상에 서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오르는 길목에서)
(설난)
첫 발자욱
정령치휴게소문은 견고하게 닫혀있다.
이곳 날씨는 왜 이리 차갑고 매서운지!
바람도 차고 강하여 어디론가 숨고 싶었지만 철문을 덧씌워
휴게소를 봉쇄한 난감한 현실에 적지 않은 분들이
화장실안에서 요기를 하셨다.
(미로)
(겨울 푸른솔)
(솔잎에 맺힌 상고대)
죽어있는 겨울.....!
산안개 짙게 드리워진 설산 능선아래에서는 눈꽃이,
바람이 보이는 능선에서는 신비로운 여러 다른 상고대가
찾은 자에게 기쁨을 주었다.
(사슴뿔)
(만복대 정상비에 맺힌 산서리)
(바위에도 상고대가 피었다)
( 난간 동아줄에도)
나무 겨울눈들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단지
성장을 중지하였을 뿐, 봄이 오면 잎이나 꽃을 피우려
갈무리해둔 살아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내가 머물다 내려온 산에는 빛이 겹겹으로 드리웠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빛이 어떻게 산의 형태를 달리
보이게 하는지를 잘 느끼고 온 산행이었다.
(무슨 시름이 많아 흰머리마저 다 떨궈낸 억샛잎에는 산서리도 피해갔다.)
(나는 한참을 서성거린 끝에 찰나의 순간을 담을 수 있었다)
멋진 지붕위에 쌓인 눈이 소담스러워 보기 좋은데
시간이 무료한 태양은 이를 녹여내며 힘을 과시한다.
덧없기에 더욱 아름다운 고즈넉한 시골풍경 하나.
하루 일과를 마치려는 석양이 서산에 아름다운 노을 물들이며
숙소를 찾으려 할 때 나또한 집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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