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화왕산 산행기

Parkyoungki-Paolo 2006. 3. 25. 12:59
 

화왕산(불의 뫼) 산행기


오늘은 아주 뜻있는 민속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1995년부터 3년 주기로 대보름날에 억새 태우기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경남 창녕의 화왕산을 찾은 것이지요.


이러한 행사는 풍년을 기원하고 산신제와 의병추모제를 겸하여 진행되며

3년 주기로 행사를 갖는 것은 자연보호차원이라 합니다.


농경문화를 기본으로 하였던 우리 조상들에게 있어 대보름은 그 의미가 각별하고요.

전해져 내려오는 세시 풍속중 대보름날의 풍속이 부럼깨기, 달맞이,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고싸움, 차전놀이 등등으로 그 종류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대보름의 의미를 충족시키기에는 가장 적합한 행사가 이곳 화왕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각 방송국과 언론사들의 움직임도 일찍부터 목격되었습니다.


억새밭 5만6천여 평의 드넓은 초원은 가을에는 하얀 호수를 이루고 겨울을 지나

억새는 불을 맞이하였고, 그 불길은 참으로 거대하여 온 세상만물을 흡입하려

달려드는 형세는 무서움이었습니다.


먼저 산행 이야기를 말씀 드려야 하겠습니다.

주된 행사가 오후 다섯 시 경에나 본격 진행될 것이고 11시 이전에

등산로에 도착한 일행은 산행이 두 시간여면 모두가 마칠 수 있는 산행코스라는

설명에 시간 보낼 방도를 각자가 강구 하여야 하였습니다.


관룡사를 거쳐 제2등산로를 따라 돌비알을 지나고 시나브로 이곳저곳의 모든

산봉우리를 올라 다니며 시간보내기를 즐기다가 16시경 억새밭 안부에

들어 누우니 맑은 하늘엔 구름한점 없이 아주 청명한 날씨 입니다.

그사이 잠이 밀려오는데 하늬바람이 소르르 사르르 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가까이 분명하게 보이는 능선들은 날카롭고 그 뒤로 검게 보이는 능선과 멀리

희미하게 아스라이 보이는 능선은 부드러워 보입니다.

굽이굽이 보일 듯 말 듯 넘쳐흐르고 있는 산등성이 오늘은 피로합니다. 

참 산도 많다 싶은 것이 왜 이리 산을 쫓아 다녀야 하는지 그냥 가까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는 산들을 즐겨 찾는 것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많았습니다.


멀리 행사장에서는 흥겨운 농악과 지역 노래자랑이 한판 신명나 있었으며

주변으로는 연 날리기 등 민속놀이도 한창입니다.

바람을 맞으며 불을 보는 것이 불을 느끼기에 좋겠다 싶어 동문쪽에

자리하였습니다. 그런데 불놀이가 이제 시작되려는데 인파는 계속

밀려들고 있었으며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예상인원 5만의 배가 넘는

인파가 화왕산 억새 태우기 축제에 참여 하였다합니다.


17시43분경 달집에 불이 붙었습니다.

활활 하늘을 향해 불이 오르고 검은 연기가 치솟습니다.

18시 조금 전 행사 주최자가 아닌 관람객의 불을 시작으로 이곳저곳에서

억새에 불을 당기니 본격적인 억새 태우기가 시작 된 것입니다.


처음 불꽃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람을 타고 돌진하기도 하고 휘돌아 치기도 하면서 커다란 불이된

억새의 혼령은 무서웠습니다. 관광객마저 모두를 집어 삼킬 듯한 위세는

두려움이기도 했지만 사실 불놀이야는 정말 멋졌습니다.


태양마저 불의 위세에 눌린 나머지 얼굴 붉히며 산등선으로 빠르게 빠져

달아났다면 아무래도 과장된 표현이라 하시겠지요?


이윽고 날리는 연기는 매케한 내음을 옷에 물들여 주었고 눈물을 쏟게 하였으며

주변을 따뜻하게 하였고 이렇게 약20여 분간 타 오르던 커다란 불길은 모든 사람들이

생각보다 대단하다 장관이다 라는 감탄사를 연속적으로 되뇌게 하였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니 17시경 동편 산마루에 떠올라 불놀이를 함께 지켜보았던

정월 대보름달님의 얼굴이 밝게 그리고 커다랗게 보입니다.

별님은 하산길 자연 화장실 창문을 통해서 뒤늦게 보였으며 청명한 하늘이라

달빛도 별빛도 밝고 많았으니 제 소원을 잘 알아 들어주셨으면 하는 기대를

하면서 80회 명산 산행기를 갈무리 합니다.


-자유인-


2005년2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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