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팔영산 산행기

Parkyoungki-Paolo 2006. 3. 31. 13:25
 

팔영산 산행기


제법 차오른 달이 임무를 다하고 서산으로 빨려 넘어갈 무렵

만수동에서 승차한 차량은 쉼 없이 남으로 내려왔다.

오늘은 봄과 겨울의 세력다툼이 만만치 않다.

흩뿌려진 눈과 차가운 기운은 남원까지 그 세력을 떨쳤고

고흥반도에 도착하니 역전되어 봄기운이 역력하다.


산행은 능가사를 기점으로 한 원점산행으로 시작되었다.

힘차게 발걸음 옮겨놓으니 제1봉인 유영봉에 올라선다.

순간 강풍에 착용한 모자가 바람에 나른다.

아쉬움이 떠오르려는데 발치아래 바위 턱에 정지된 모자를

얼른 뛰어내려 주워 배낭에 단단히 묶어둔다. 다행이다.


추억을 그림으로 담아두고 사방을 조망하니 좌우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눈에 어슴푸레 들어온다.

바다에 파도는 높을 텐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그저 잔잔한 은물결로 출렁이고 있고, 수많은 섬들은

마치 징검다리 모양으로 솟아있다.


제2봉으로 발걸음 옮기는데 평일에도 불구 많은 산행인파로

오름길에서 정체된다. 바람을 피하여 큰 바위 아래에서 간단한

요기로 허기진 배를 채우니 정체가 어느 정도 풀려있다.

이렇게 봉우리마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된 돌비알 산행으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니 제8봉에 도달한다.


산행에 재미는 있었지만 하산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머물러 세찬 바람을 덧없이 몸으로 막아내며 사방을 조망하니

다시금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다 이름대로 많은 섬들이 아기자기하고

바다는 검푸른 코발트다. 언젠가 유람선을 타고 유유자적 둘러보고 싶다.

머리위로 까마귀 한 마리가 높은 곳에서 더 높이 날았다.


맛난 현지음식으로 삶의 즐거움을 더 채우고 능가사로 향하였다.

1600년 된 고찰로 규모는 자그마하고 단아하다.

세상의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낸 것 이라는 뜻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대웅전 앞에서 머리 숙여 되 뇌이고

발걸음을 뒤로하니 경내 뜨락에는 오래되어 커다란 동백이 온통 빨갛게

꽃을 피웠고 담장에는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나있었다. 


제82회 명산 산행기

-자유인-

2006년3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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