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설악산 산행기

Parkyoungki-Paolo 2007. 10. 12. 13:33
 

설악산 산행기


2007년 10월 09일 03시 10분에 오색에서 대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초롱초롱 빛났고 사방은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어두움이었기에 설악폭포도 우렁찬 굉음만으로 존재를 확인한 채 지나쳐야했으며

높이 오를수록 눈높이에서 별들은 반짝이고 있었고 초승달위로는 더욱 큰 별이 달과

어울렸다. 어두움이 더 가시기 전에 대청에 오르면 무엇이 보일까?

별이 사라지면 해가 뜨겠지!


발치에 속초시내 야경이 적막을 뚫었고 항구앞 바다에는 많은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이 바다를 빛내고 있었으며 수평선에는 일정한 높이의 구름 띠가 둥글게 둘려져

휘감겨 있는데 그 윗부분으로 연노오란 여명이 흐리게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05시 25분을 지나 본격적인 일출을 보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과

이미 겨울이 시작된 대청봉의 추위를 땀에 젖은 상태로 견디기 어려워 중청대피소로

일단 스며들었고 대피소 직원들이 오늘은 만나기 드물게 좋은 기상이라 하였기에

일출에 대한 기대는 더 커졌다.

출발 전 기상청 설악산 예보는 구름 많고 강수확율 60%라 하였지만 나는 그다지

믿지 않고 산행에 나섰는지라 불신의 즐거움은 이상야릇하였다.


일출 감상하기 좋은 위치를 찾다보니 소청언덕배기였으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동해에 떠오르는 일출이 장엄하였기에 모습들을 여러 장 사진으로 담아왔는데

태양이 아침녘에 산에 던지는 인사는 실로 휘황찬란하였다.


희운각에서 쉼을 갖고 공룡능선을 넘는 중엔 뉴스채널 YTN 보도국 영상취재팀과 우연히

만나 함께 산행을 하였다. 이들은 막간 프로그램으로 산림청지정 100대 명산을 찾아

1분 영상을 만들어 배경음악과 함께 1주간을 방영하는 담당을 하고 있다 하였다.

경력을 물어오기에 100대 명산 완주자임을 밝히자 최계영 차장이 대단히 반가워했다.

앞으로 자문을 구한다기에 보다 해박한 산사람을 소개해 주겠다는 대답을 하였다.

한순간의 영상으로 시청자들에게 산을 전하려는 그들의 정성스런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공룡을 넘으며 앞으로 보이는 기암봉우리를 좇아가다가 뒤를 돌아보기도 하였더니

지나온 기암봉우리가 더 멋졌던 것은 아니었나? 무엇을 보지 못하고 쉽게 지나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은 내가 살아오고 살아가는 인생의 뒤안길과 다름없었다.


설악내 정상의 바위들은 햇살을 받아 섬광을 발휘하여 눈시려왔으나 사실 올해 설악

단풍은 곱게 물들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멀리서 보면 그런대로 색채는 조화로웠지만

가까이에서 마주친 홍엽은 병들어 늙어가고 있어 꾀지지한 허무였다.

그러나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소나무는 영롱하였다.


바쁜 3인은 취재를 재촉하였고 나는 여유로워 마등령에서 헤어졌다.

이처럼 철저히 혼자가 되었을 때 나는 내가되어 자유로워지고 무한한 힘이 솟는다.

나는 길을 이탈하여 경관을 찾아보고 좋은 곳에서는 누워 쉬기도 하면서 화엄의 세계와

어울리기를 시나브로 즐겼다. 18시경에 설악동에 내려설 계획으로 있어 시간여유가

많았기에 어디서든 산수절경을 놓치지 말아야 했기에 그렇게 했다.


조망하기 좋은 테라스 바위를 찾아 들어 누어 하늘을 보았더니 코발트 빛 푸르름에

새하얀 솜털 같은 조각구름이 떠가고 태양은 숲을 물들이면서 늦은 오후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으며 대청봉우리가 구름과 노닐고 있는 모습은 싫증이 없어 보였다.

오늘은 참으로 내 삶을 넉넉하게 해준 풍요로운 하루였다.

하루의 반쪽은 햇살로 충만하였고, 나머지 반족은 달빛과 별빛으로 충만한 그런

날이었던 것이다.


금강굴을 오랜만에 들려 내려와 설악동에서 단잠을 자고 10일 06시경부터 다시 산행에

나섰으며 오늘에 산행목표는 천불동을 거쳐 봉정암을 지나 백담사로 하산하는 것이다.

이른 아침에 상쾌한 가을바람 맞으며 숲 속을 거니는 것만큼 더 신나는 일이 있을까?

아침이내가 서려있는 숲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비선대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는 4계절

언제나 좋은 산책로이다. 이 길을 경쾌한 마음으로 지났다.

 

천불동은 귀면암 지점부터 단풍들어 있었고 계곡물은 쿵쾅거리며 우렁찬 소리를 내기도

하고 또 때로는 노닥거리다가 낮은 곳으로 �임없이 흘렀고 맑고 투명한 물아래 간간히

비치는 기암의 그림자는 더 신비로웠다. 남한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천불동의 단풍진

모습은 너무나 멋져 길과 계곡을 이탈하며 더 멋진 모습 보려 애썼고 그 모습들도

카메라에 잘 그려 가득 담아왔다. 사실 천불동 계곡은 올라갈 적 보다 내려갈 때

바라보는 것이 더 좋은 길이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양폭에서 머물다 희운각을 다시 올라오니 어제본 산장지기가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가야동 계곡길과 화채봉등에 관하여 질문을 많이 하였더니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희운각에서 소청으로 오르는 된비알 길은 언제나 오르기 힘들다.

허위단심 오르막을 치는데 등짐은 왜 이리 무겁기만 할까!

예비로 준비한 비품들을 불필요하게 많이 꾸린 것일까?

어려움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사치스런 고생하러 산에 온 게 아니던가........

이런 저런 고통이 지난 후에 소청대피소에 당도하였는데 정상부의 날씨가 어제만은 못하다.

한편으로 소청대피소에는 인터넷으로 10일 1박하기로 예약해둔 상태였다.

목표는 백담사까지 당일에 내려서는 거지만 체력적 문제나 기타 문제 발생시 대피하기

위하여 예약해 두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에 한 시간 반 동안 뜨락 테이블에 눕기도 하고 식사도

하여 기력을 회복하며 보이는 삼삼하고 사무치듯 고요한 자태를 감상하다가 13시경

하산하기 시작하여 봉정암으로 향했다.


소청에서 내려서다 보면 언제나 확하고 눈에 들어오는 진경이 있는데 바로 용아장성과

봉정암이다. 이 뿐만 아니라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있는 적멸보궁 사리탑에서

조망되는 비경은 무아지경에 이르게 하여 최면에 걸린 듯 산을 바라보게 한다.

용아장성은 굳이 오르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여도 좋다 라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편해졌다.

나는 겁이 많아 용아장성을 오르는 것은 일찍이 포기했기에 그런가 보다. 

아마도 봉정암을 찾는 많은 분들은 이 비경에 반하여 다시 또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봉정암은 만원사례로 어제도 1,000명이 넘는 불자들이 쉬어갔다는데

틀림없이 좁은 곳에서도 꿈같은 밤을 보냈을 것이다.


백담사로 가는 길을 이번엔 오세암방향으로 잡았다. 천불동과 비교되기를 피하고 싶었고,

또 지난 8월 서북주 산행시 루트였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야동 계곡은 예전의 모습이 수마로 파손되어 계곡건너편 동굴도 보이지 않았으며 한동안

이곳에서 자연에서 채취한 차를 주전자에 펄펄 꿇여 팔던 털보산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기에 자유의 의지에 의해 산에서 살았던 산사람의 안부가 궁금하였지만 복구현장

인부들만이 열심히 수고하고 계셨다. 그분들에게 미안스런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산길이 온통 돌길로 무장되어가는 것이 나는 참으로 못마땅하다.

나는 흙길을 걷는 것이 편하고 느낌도 좋은데! 커다란 불만이다.

공룡능선도 돌길로 다듬어지고 여러 시설물이 설치되어 예전에 비하여 70%의 체력만으로

넘을 수 있었지만 신성한 산행코스가 파괴됨이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흥분하여 잠깐 이야기가 다른 길로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오세암을 향하면서는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간간히 멈추며 설악을 감상하며 지나야만

하였다. 내가 지나는 길은 공룡능선 아랫길로서 능선 위에서 와는 또 다른 절경을

연출한다. 한편으로 오세암과 영시암은 나날이 세력이 창대하여감이 느껴졌다.

설악내에서 건축 활동이 활발함이 바람직하지만은 아닐진데 그곳은 증축되여져만 가고

있었기에 이점도 나는 불만스럽다.


영시암에서부터 백담사까지는 지루한 길이기에 MP3를 꺼내 이어폰을 귀에 넣지 않고 줄을

귀 위로 걸어 자연의 소리도 놓치지 않으며 20여 곡의 서부영화음악으로 지루함과

외로움을 달래며 터벅터벅 걸었더니 백담사에서 용대리로 가는 셔틀버스에는 17시 30분에

승차할 수 있었다.


다시 용대리에서 삼거리로 내려가 속초행 시외버스에 올랐고, 요금은 6,000원으로 거리에

비하여 요금이 다소 비싼 느낌이었다.

숙소를 정하고 항구의 밤을 즐겨보려 걸어내려 갔지만 오징어잡이 배들은 모두다 바다로

나가 쓸쓸한 배들은 파도에 몸을 내 맡기고  쉬고 있기에 나도 숙소로 그냥 돌아왔다.

참고로 속초는 경기가 안 좋다는 까닭으로 숙박료가 50%세일되고 있어 15,000원에

깔끔한 모텔에서 하루를 묵을 수 있어 좋았지만 삼성과 한화의 야구 중계를 보고 잠들려

하는데 모기 한 마리가 날아다니기에 작살하였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윙하고 공습에

나선 다른 모기를 30여분간의 대추격전 끝에 격추하고 안심하고 잠들었는데 자다가는

게릴라 같던 또 다른 모기 공습에 시달려야 했고 그놈에게 복수를 당한 흔적은 여적

내게 남아있다.


11일 목요일 또다시 설악동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07시 30분경이었다.

우선 케이블카로 귄금성에 올라 아침빛을 받아내는 화채능선의 경관을 세세히 살폈다.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으로 출입제한 산행로라 더욱 호기심 많아 언젠가는 도둑산행을

결행하리라 엿보기기 위함이기도 하였기에 직원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정탐하였지만

오늘은 실행치 않고 다음으로 미룬 채로 내려서기 전,  이곳저곳 살피다 사진남기고

권금성 산장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받아 뜨락에서 바람에 섞어 마시니 그 맛 참 좋았다.


이번엔 울산바위에 올라 예전엔 감히 발 디디기조차 겁냈던 차단 선 밖을 넘나들며

경관을 보고 사진으로 담아 내려오는데 옆을 보니 재담꾼 방송인 김제동 군과 발걸음을

같이하고 있는 게 아니던가?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청하였더니 미소로

응해줘 나란히 서있는 두 컷의 사진을 담아왔다.

신흥사 경내를 여유로운 마음으로 둘러보았는데 푸른 기와는 햇살 받아 눈부셨다.


표교버섯 덧밥으로 중식을 갖은 후 가을 외출에 마지막 코스로 다가선 곳은 비룡폭포였다.

다리건너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숲길 나무사이의 길은 아늑하고 햇살은 정갈하였다.

계곡 옆 계단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담이 6개나 있어 지어진 이름 육담폭포를 지나며

묘하네! 하고 들여다보다가 어느덧 비교적 쉽게 비룡폭포에 도착하였고 폭포는 아주

열정적으로 하얀 물보라를 깃털처럼 날리며 산의 기쁨에 대하여 내게 말해주었다.

이 곳에서 몸에 좋다는 음이온을 온몸으로 넘치도록 맞아들여 카타르시스를 얻으면서

하나 더 아쉬운 제한구역 토왕성 폭포가 저기쯤 있겠구나! 생각하며 고개 들어 바라보다가

무게가 느껴졌을 때 비로소 눈길 떨구고 발걸음 내렸다.


이번 산행은 설악을 보려했더니 설악이 내게 보여진 산행이었다 말할 수 있겠다.

그동안의 산행은 주마간산격으로 산행을 하였기에 설악을 지나쳤을망정  보지는 못하였다는

그런 반성도 많이 들었으며 내설악과 외설악 그리고 남설악을 즐기며 원 하나에 꼬리 세 개를

남긴 명품산행의 발자취 였슴에도 작은 아쉬움은 설악에 남아있기에 차에 오르며

나는 산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았는데.

설악은 내게 지독한 놈! 하면서 윙크 하는 듯 했다.

그래 나는............!

나는 니가 제일 좋다.

솟아나는 그리움을 주체할 수 없을 때

한 눈으로 촬영한 450장의 네 사진 보며 두 눈과 온 마음으로 고스란히 그려 담아온

너의 좋은 모습을 사랑하며 추억하리라...


하얀 겨울에 다시오기로 스스로 다짐하고 집으로 왔는데...

등산은 심신을 정화시키는 취미가 아니던가!

그땐 함께 가고 싶다.


이젠 어느 산이 가고 싶어질까? 언제나 마음은 집신 걸!


당분간은 뜀박질이나 즐겨야겠다.


-자유인- 




2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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