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산행기
2007년 10월 23일
생활하기 쾌적한 날씨...
가을이 해맑게 영글어 가는 날
나는 햇빛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언덕 민둥엘 올랐다.
시골역을 등지고 하얀 물결 일렁이는 등성이를
마음에 그리며 시나브로 그렇게 올랐다.
정상을 향하는 된비알은 땀이라는 댓가를 요구하였고
시간이 지나 정상에 당도하니
정상비 아래 장사치가 나를 반긴다.
배춧잎 메밀전이 눈에 들어와 호기심 일었고
나는 그것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민둥민둥 등성에 나부끼는 하얀 물결은
평안을 꿈꾸는 자 모두 와서 쉬라는 듯 하였고
품속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껴안아 주겠다는
너른 가슴 어머니같이 활짝 열린 모습이었다.
지정로를 이탈하여 자리 펴고 억새를 들여다보았다.
햇살에 가루처럼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저 흰머리 다 털어내면 그 때는?
하고 생각하니 우리 모두 늙도록 평화롭게 걸어야겠다는
그런 자각이 스쳤다.
다시 하늘을 보고 아래를 바라보았다.
하늘은 그지없이 푸른데 산동네는 흐리다.
마치 가을 햇살에 한평생 마감하는 잎이 타들어가며
내뿜는 탄식이 서려 맴도는 듯 기슭은 그렇게 슬퍼보였다.
머물다 내려오는 길엔 잣나무 숲을 만났는데
싱그러운 바람에 실려 온 나무향이 코끝을
지나는 내음은 상쾌하였고 날머리 화엄약수는
톡 쏘는 맛이 오색, 후곡과 같아 나는 마시고 담아왔다.
약수터 개울가 단풍은 기름져 빛이 고왔으며
주변 단아한 절벽에 드리워진 가을빛은 눈 시렸다.
-자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