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능경봉-고루포기 산행기

Parkyoungki-Paolo 2008. 1. 13. 13:20
 

능경봉-고루포기 산행기


2008년 1월 12일 (토)

대관령-능경봉-고루포기-오목골


대관령에 대설주의보 발령 상태, 적설량 36.1cm라는 기상청 발표는

모처럼만에 찾는 겨울 심설 산의 풍광이 선사해줄 감동을 한껏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고 나는 흥분되어 좀처럼 콩당콩당 설레임을 떨구지 못하고

약간의 흥분과 적당한 긴장상태를 유지한 채 의기양양 능경봉을 향했다.


금세 마주친 하얀 나라는 기대를 충족시키는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주었고

나는 어느 세상에 와 있는 것인지!

설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샹그릴라에라도 와 있는 듯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겨울산은 고요함이 최고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소리 없이 수북이 쌓인 설원에 고요함 속에서 첫 발자국으로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며 걷는다는 것은 감동 그 자체였고,

가끔씩 내리막에선 내 발끝에 차여 구르기 시작한 작은 눈송이가

때굴때굴 구르며 나를 앞서 가다가 마침내 저 만치 아래에 도착해선

축구공만큼이나 커져버린 눈덩이가 되곤 하는 광경은 참으로 재밌어

추위에 얼어 있는 입가에서는 저절로 어색한 미소가 지어났다.


능경봉을 지나 한동안은 러셀을 하며 앞으로 나가야만 했기에 그런

감동의 시간이 내게만 주어져 나는 참 좋았는데 이런 감동의 시간도

오래 주어지니 눈이 너무나 깊다는 현실을 발견하곤 무릎으로 밀고 나가야만

했던 발에는 피로감이 닥쳐와 힘겨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영하 2도의 별반 춥지 않은 기온에 바람은 없고 때때로 가는 눈발이

흩뿌려지는 최적의 운치 있는 기상상태에서 따뜻한 입김을 뿜으면

다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는 시종 상쾌하기만 하기에 경쾌한 속도와

거친 호흡으로 설산의 정취를 즐기며 걷는 기분이란 참으로 좋았다.

가끔씩은 가는 가지에 얼려있는 겨울 자연이 만들어준 아이스케키에 입을 대

맛보곤 하였는데 달지 않은 아삭함이 좋았다.


산행 내내 길 양옆에 보여 지는 것 모두도 하나같이 예술적으로 아름다웠다.

마치 야외 조각 전시장을 걷는 듯, 야외 미술관을 걷는 듯

형이상학적인 자태와 형상, 무엇보다 눈곡선의 아름다움은 어머니의

자비스러운 마음만큼이나 부드러움으로 신비로웠다.

나는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예술품을 유효기간이 마감되기 전,

아니, 바로 출생의 시간대에 싱싱한 형상을 감상하며 걷노라니 피로함은

잊혀지고, 행여나 놓칠세라 눈으로 보여 지고 가슴으로 울리는 이 감동들을

세세히 카메라에 담고 머리 속에 스케치하니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아마도 나는 담아온 사진을 볼 때마다 산행에 대한 추억이 되 살아날 것이고

좋았던 시공간이 커다란 그리움으로 가슴깊이 남겨질 것이다.


시시각각 다양한 풍경이 있는 산! 봄, 여름, 가을, 겨울 또 계절사이의 모습들!

요 변신의 매력에 빠져 나는 결국 그것을 다시 보고 느끼려

새로운 산을 찾고 또 다시 그 곳에 가려하는 것은 아닌지 싶다.


하지만 산에는 즐거움 이면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이번 산행에서 나는 두 번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아픔이 있었다.

일상생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아슬아슬한 위험이라는 매력도 있고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을 즐기려 산을 찾기도 하지만 모두가 안전하였을 때만 즐거움이지

문제가 발생한다면 커다란 불행이 되겠기에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산행에 임해야겠다는 주의를 스스로 다져 보았다.


당초 닭목재가 산행 날머리로 정해있었으나 대설로 인해 차량을 통제하므로

고루포기에서 다시 돌아 나와 오목골로 하산하였는데 가파른 비탈길은

스릴을 즐기기에 아주 충분하였고 여기서 나는 한 번 더 꽈당!


집에 와 늦은 뉴스를 보니 대관령과 설악에는 내일까지 15cm의 눈이

더 내릴 것이라 한다.

새로운 덧그림이 나는 보고 싶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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