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m 고지 표지석에서 부터의 모습으로 계단인데 쌓인 눈으로 비탈길로 변화 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만일에 저 난간을 자의던 타의던 넘어 선다면, 그것은 서귀포로 직행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정상까지 가는 동안 바람이 얼마나 센지 몸을 최대한 낮추고 걸어야만 몸이 위로 올려졌다.
바람을 증명하는 눈고대...
눈이 내려 피어나면 설화
서리가 날려 켜켜이 얼어 만들어지면 상고대
내린 눈이 바람에 날려와 만들어지면 설고대?
보편적으로 상고대와 설화는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 즉 남쪽을 향하여 자라는데...
요 모양새의 설고대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자라난다.
저 안 평화로운 곳에서 한 시간여를 염치좋게 들어가 앉아 난로 불쬐며 기다려 봤지만,
화이트아웃 현상은 결코 벗겨 질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백록담 속내를 들여다 보지 못한 채...
다시 가야 한다는 명분만 가슴 깊이 묻어 지니고 내려 왔다.
조국 남쪽 제 일봉의 정상비의 소박한 제주도민의 민심이 담긴 단조롭고 검소한
분위기가 내 마음에 쏙 들어 보듬었다.
그에 반하여,
산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러니까 채 500m에도 못미치는 우리가 사는 수도권 동네 동산들의 정상비라는 것들에
사치스러운 허장성세는 너무나 가소로운 일이다.
그것도 다퉈가며 한 개로도 모자라 경쟁적으로 세워놓은, 한 봉우리에서 몇개의 정상석을 볼 때!
멍멍이가 될까? 하는 나의 못된 심사마저 들더라(?)
겉치레에 너무나 치중하는 허황된 삶의 모습이 산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한심한 작태인 것이다.
멋을 위해 모자를 써도 제분수에 맞는 모자를 써야 어울리지 않겠는가?
이웃나라 일본과 대만 중국에는 3,000m 가 넘는 산들이 수십에서 수백이 존재한다 하는데
우리네처럼 정상비를 가지고 요란법석 부리지 않는다 한다
이러다 지각있는 세계각국의 조롱거리가 되지는 않을지 심히 염려스럽다.
자연이 빚어낸 조각은 유효기간이 짧다.
장송에 탄식이 내 귀에 들려왔다.
언제나 내겐 푸른모습 뿐이라고?
여보시게나 세월에는 장사 없다네
나도 이처럼 백발이 되지 않았는가 말일쎄!
환청이었겠지만,
그렇게 들려왔다.
만세동산의 침엽수림이 방풍벽 역활을 해 주었기에 이 구간을 지나는 동안 만큼은 걷기 수월했다.
높은 곳에서 나는 새는 더 멋지다.
적송들은 머리 맞대고 대설에 대한 대책 회의 중...
어떤 결론을 도출해 낼 것인가?
탐라계곡 설교?
두터운 눈덮고 겨울잠 깊게들어 있는 탐라계곡은 설악의 천불동계곡과 지리 칠선계곡과 함께
남한 3대 미곡으로 꼽힌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나는 고드름은 얼음으로만 만들어 지는 줄만 알아왔다.
허나 이번 한라산 산행 중 무수한 눈 고드름을 보았다.
고드름은 눈으로도 만들어 진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으니
역시 배움에는 끝이 없고,
자연만큼 좋은 스승또한 없는 것인데...
어떻게 해야 우리 아들을 자연으로 내 몰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터이다.
녀석은,
지금에 나처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지내니 딱히 염려스럽다.
서울에 서빙고와 같은 역할로 사용되었다는 천연동굴의 이름이 구린동굴이라는 안내판 읽으며
왠지 웃음이 났다.
저 안에 보관했다 먹는 음식은 오래 될수록 꽤나 구수한 맛일게다.
관음사 휴게소 광장에서 바라 본 북쪽 하늘.
같은 위치에서 바라 본 민족의 영산 한라산 정상은 구름과 노니느라 여념이 없어 보이는데
윗세오름은 하얀 드레스를 걸치고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 형국으로 내겐 보여졌는데
아무래도 아직 나는 로맨티스트인지라 모든 관점이 애정과 엮여지는가 보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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