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Story
나폴레옹이 넘었다는 알프스 정상에는
STOP, THINK, GO, 라는 글이 크게 써져 있다 하지요?
저도 이쯤에서 영웅의 여유철학을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 거죠.
그래서 산행 중 겪은 숨겨진 이야기 하나를 말해보려 합니다.
다리부상으로 산행을 못하고 있는 휴식기간에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니
어느덧 인생길 정상에 서 있거나 지나고 있는 시점이라는 자각이 드는 거죠.
이제부터라도 인생길에 담아가야 할 것들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러니까 2003년 12월 2일 캠프산악회를 따라 함백산을 갔을 때 입니다.
화방재에서 산행들머리로 싸리재까지가 B코스고 대덕산을 거쳐 용연동굴로
하여 싸리재까지 되돌아오는 코스가 A코스였어요.
저는 A코스를 탓고, 또 최선두로 산행을 하였던 거죠.
그런데 버스에 타려고보니 배낭 밖에 매 둔 옷이 없는 거예요.
산지 1주일이 채 안된 새 옷이고 아내가 백화점에서 마음먹고 사준
코오롱브랜드의 검은색 윈드스톱파 오버트러우져였기에 잃어버린 것을
깨달은 순간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는 겁니다.
뒤따라왔을 분들께 물어보았지만 보았다는 분은 안 계셨습니다.
화요일이었고 산행인적이 드문 지역인지라 저희 팀 외에 다른 한 팀만이
산행을 하였고 싸리재까지는 분명 옷이 배낭에 걸쳐있었음이 기억에 또렷
하였던 거 에요. 싸리재에서 대덕산을 거쳐 다시 싸리재까지 돌아오는 코스로는
캠프산악회의 4사람만이 산행을 하였답니다.
산악회 회장님도 옷을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안타까워 하셨죠.
남아서 옷을 찾아보기로 작정하여 버스는 출발시키고 저는 다시 대덕산으로
향했던 겁니다. 두 봉우리를 지나니 사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옷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순간 옷 찾으려다 목숨 잃겠다는 현명한 두려움으로 되돌아
내려왔던 겁니다. 태백으로가 자고나서 아침 일찍 다시오리라 작정했는데
주차장에서 다른 산악회 버스가 이제 막 출발하려 하네요.
버스기사께 사정을 이야기하니 산악회장께 말씀드려보라 하고, 기꺼이
동승시켜 주셨습니다. 차에 오르고 보니 빈 좌석은 없었고 연령층도 높았으며
남자보다는 여자 분이 훨씬 더 눈에 많이 들어왔던 거죠.
저보다 나이가 적어보이는 아줌마들께서는 공짜로 차를 타고 갈 수는 없다며
여러 가지 농을 하더라고요 뭐 어쩌겠습니까? 같이 놀았죠.
종로 2가까지 그렇게 왔습니다.
집에 들여놓는 발걸음이 아주 무거웠습니다. 아내 볼 면목이 없는 거죠.
잔소리 듣고 잠을 자는데 옷 생각에 깊은 잠 못 이뤘습니다.
어디쯤에 있을 것 이라는 짐작과 확신의 연속으로 말 이죠.
느껴지시나요? 그때의 제 심정이......
그런데 말이죠! 그 옷을 2년 후 다른 곳에서 찾았답니다.
지난겨울 단독 산행 때를 다시 말해야 합니다.
산 정상에 다다를 무렵 바닥에 떨어진 검은 옷이 눈에 띄더군요.
집어서 보니 새 옷으로 노스페이스브랜드의 쉘러원단으로된 쟈켓이었던 거죠.
양심상 그냥 두고 한 80여 미터를 더 올랐을까?
그때 이런 생각이 스치는 거예요!
고운 나비처럼 팔랑팔랑 마음속에 암시가 스며들었던 겁니다.
주인이 다시 찾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주워 갈 가능성이 많다는,
나는 잃어버린 자로서 다른 사람보다는 주울 권리가 있다는 자기논리가
확고해 지자 얼른 달려 내려가 그 옷을 주워 배낭 깊숙이 구겨 넣었습니다.
남이 볼 새라, 그동안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 다행 이라는
생각과 떨리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정상을 거쳐 하산하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고 눈에 띄는 사람들 모두는 옷 찾는
사람으로 여겨지니 불안하고 초조한 심장은 지금도 생각만으로 두근두근 하네요!
그냥 순탄하게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 까요?
집에 오기 위 하여는 광주로 나가 부천행 시외버스를 타야만 하는데요.
버스 안에서 소동이 난겁니다.
한 아주머니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거였지요.
버스 안에서 횡설수설 하던 아주머니였는데 광주시내 어느 곳에서 몇 사람이
하차하고 고속버스터미널에 다다르려하는 시점에 아주머니가 기사에게
항의하므로 경찰에 전화하고 남아있는 승객은 하차시키지 않았던 겁니다.
사람이 죄짓고 사는 게 이토록 힘이 드는 것이로군!
하면서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 그때 참 많이 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경찰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물론 제 배낭도 뒤졌지요!
얼마나 떨리던지, 놓쳐버린 부천행버스대신 인천행버스를 타고 나니 제정신이
들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그 아주머니는 상습범으로 그런 방법으로 무임승차를
하고 다니는 요상한 사람이었습니다. 버스 탈 때도 제일 늦게 탔는데
터미널직원의 손에 이끌려 태워지던 모습과 직원이 무어라 나무라던 모습이
떠오르는 거죠 그 아주머니는 대구까지 가야한다 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모든 과정을 말하니 무척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그리고 대뜸 하는 말이 산행기나 인터넷에 그이야기는 쓰지 말라는 겁니다.
자기 것이라 거짓으로 주장할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거지요.
우리 아내는 참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내의 말을 들었죠! 아내 말을 들어서 손해볼일 없다는 것 다들 아시죠?
그리고 지금도 다녀온 산이 어디라고는 말 하지 않았죠.
그랬다가는 아내에게 바보라는 소릴 들을지 모르잖아요?
제가 잘한 일은 아니라는 고백은 합니다.
용서하세요.
사실 그 옷은요 지금 제가 입고 다니지 않아요.
그럴 배짱도 불편한 느낌도 감당할 수 없기에 말이죠!
돌려줄 생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고 하시면 또 다른 숨겨진 이야기를 수다 떨지 몰라요!
제가 본래 주책없어서요.
-자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