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성 12성문 종주기
09년 4월 27일 (월요일)
산성주차장-시구문-북문-위문-백운대-위문-용암문-동장대지-제단-대동문-보국문-대성문-대남문-청수동암문-부왕동암문-가사당암문-국녕사-중성문-중성쪽문-대서문-산성주차장
딸내미를 학교에 내려주고 달려간 북한산 계곡은 그세 내린 비로 힘차게 물이 흐르고 웅장한 산체는 연무가 낀 상태로 갓 오른 물 머금어 빛받은 곳은 연록빛깔이 영롱한 가운데 청순가련한 듯 소박하게 아름다운 진달래가 군데군데 피어나 바위투성이의 근육질 산세가 제법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제단에서 바라 본 풍경으로 죄측에 우뚝 솟은 동장대가 보인다)
길섶에는 여럿의 이름모르나 보는 것만으로 산을 찾은 즐거움 선사해주는 야생화가 저마다 고운
빛으로 예쁜 모습이었고 어떤 꽃이던 동네에서 접하던 그것들보다는 한결같이 빛깔이 맑고 투명
하였으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백운대 사면바위 중앙에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 한그루가 무뚝뚝한
바위와 어우러진 조화로운 멋스러움이었으나 반가운 사람을 만난 덕에 촬영을 잊었다.
오늘 산행 중에는 크게 세 가지에 잊지 못할 좋고 나쁜 일들이 있었으니
그 첫째는 백운대에서 홍순섭 선생님을 뵌 것으로 이 분을 아시는 사람이 많을 거라 짐작하는데 명산순례에 관한 책과 산행가이드를 집필하셨고 우리나라에서는 산 박사로 칭송되는 분이다.
(산 박사 홍순섭 선생님과 함께)
둘째는 평소에 흠모하고 존경하는 산우 김규대님을 백운대 정상에서 만난 것이다.
역시 이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잘 아시는 분이라 사료되는데 산행의 지존으로 해박한 지식과 넘쳐나는 열정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의 소유자로 방송 산행가이드 및 여러 언론매체에서의 활약이 분주하신
분이다.
(품격높은 산사람 김규대님과 함께)
(백운대 꼭대기 바위에 걸터 앉아)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노적봉이 십자형 상태를 띄고 있다.)
세 번째는 작년에 벼락으로 사고가 발생하여 인명을 손상시킨 용혈봉과 용출봉을 지나는 동안 맑고
푸른 하늘이 갑자기 돌변해 검어지더니 느닷없이 천둥번개를 때려 소스라치게 놀라 바위에 엎어졌고 오른쪽 귀가 한동안 멍했으니 지근거리에 벼락이 내렸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하였다. 잔뜩 겁먹은 상태로 연속적인 천둥소리를 들으며 최대한 몸을 낮추고 핸드폰 전원을 끈 채로 빗방울 아래 외길의 꼭대기 길을 걸어야만 했는데 벼락맞을 이 써스펜스한 상황이 30분간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대남문 성곽에서 바라 본 보현봉이 꽃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
(대남문 문지기...)
(한 순간에 먹구름이 동쪽으로 부터 몰려왔다)
딸내미와의 픽업 약속 시간을 지켜야한다는 압박과 떨어지는 빗방울에 바위가 빠르게 젖어들자
지체하다가는 미끄러움과 벼락으로 위험에 더 취약할 수 있는 바위산행 길이 될 거라는 두려움이
엄습하였고 철 계단을 올라야 할 땐 머뭇거리다가 인생이란 결국 운명이라는 결의로 생과 사가
걸린 주사위 던지는 심정으로 발걸음 옮겼다.
(생과 사를 건 주사위 던지는 심정으로 발디디며 재빨리 오른 용혈봉 철계단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진으로 남긴 내 행동은 지나친 쑈멘쉽이었다)
(자비로운신 부처님!)
(산성주차장에 안착하여 어려웠던 시간을 찾아서 바라본 의상봉과 용출봉은 어느새 맑게 개었다)
(딸내미를 픽업하여 집으로 오는 길 또다시 급변한 기상이었지만 천둥번개는 없었다)
(태양이 아직 찬란한데 굵은 빗줄기가 차창을 거세게 때렸다. 경인고속도로 에서... )
내가 심약한 탓인지 두 분에 진산인을 뵈운 것이 마치 내가 최후의 순간을 장식하기 위한 마지막
절차였었나? 하는 숙명적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상황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
실제로 체험한 사람이 아니면 나에 무모한 처세를 이해하기란 힘들 것이다.
모험에 도전하는 사람들...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이번 경험으로 미루워 충분히 짐작하기에 경외의 찬사를 보낸다.
어쨌든 내가 무사하여 이렇게 글을 작성하며 설레발치는 것도 운명이고 위험한 순간을 무리하게
지나온 내 산행 길에서 사고가 있었다면 그 또한 운명이라 치부하면서 한편으로 딸내미는 수업 중
천둥소리에 아빠를 걱정하였다 하는데 번개 없었던 부천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아내는 내가 겪은
어떤 사실도 모르고 단지 딸내미가 귀가했다는 것만을 반겼다 .
다행이다.
* 12성문+중성문+소문(북한산성에 존재하는 문은 총 14개였다)
(벼락 맞았다면 나는 이 문밖으로 버려졌을 것이다. 조선시대...)
(문패없는 위문)
(위풍당당 동장대는 지휘소다)
(북한산 삼봉을 향하여 올리는 제단)
(용암문 밖에서 들여다 본 성안 나무 한 그루)
(대남문 안에 담겨진 삼각봉)
(보수 중인 중성문)
(중성문 옆에 좁은문)
(역시 보수 중인 대서문)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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